독립은 갑작스럽고 사랑스럽게 찾아왔다. 어머니는 차갑고 독한 작자였다. 그럼에도 내가 곁에 있었던 이유는 내 가슴 속 깊이 새겨진 본능이라고 생각했다. 본능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어머니를 견딜 수 있도록 해주었기 떄문이다. 어머니와 같이 있으면 독립한 놈들은 느낄 수 없었던 온기를 드문드문 맛 볼 수 있었다. 이 온기는 내 위에 올라왔다가도 금방 어머니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라 무척 아쉬웠다. 그들이 가고 난 뒤에 어머니의 냉기가 금세 다시 덮쳐와서 그들의 빈자리가 더욱 느껴졌었다. 이제는 다시 느낄 수 없다. 어머니의 냉기도, 드문드문 찾아오는 온기도. 

온기가 그리웠지만 우선 나는 나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먼저 독립한 형제와 조금 다르게 한쪽이 매끈했다. 나는 이 날이 마냥 좋았다. 내 위에 올라올 온기는 나를 기억하기 쉬워서 자주 찾아올지도 모른다. 날이 어쩌면 내 위의 따스함을 지켜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온기가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이 몸을 지배할 때 즈음 온기가 내 위에 찾아와주었다. 독립한 이후로 다시는 못 느끼는 줄 알았다! 그 온기는 내 몸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때로는 간지럽고 때로는 둔탁하게 움직였다. 마치 나에게 자기 존재를 알리려는 듯이. 아. 그렇지 않아도 나는 너의 존재를 알고 있단다. 부디 벗어나지 말고 나에게 머물려 주렴! 나는 어머니에게서 너를 지킬 거란다.

독립한 지 얼마나 됐지? 온기는 한번 사라졌다가 더 큰 온기가 되어 내 위에 머물고 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체중이 빠진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줄어든 만큼 그가 더 커진 것일까? 내가 가벼워진 것은 어머니에게서 멀어진 대가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내 꼴을 본다면 비웃을지 모르니 그저 담담해지기로 했다. 이 온기를 지켜낼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는 도통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너무 커져서 내 위에 계속 누워있는 건가? 내가 줄어든 게 미안했다.

어느 날, 갑자기 무게가 확 줄었던 적이 있었는데 내 위의 무언가가 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따듯했다. 날 덮고 있던 건 그의 온기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그립다. 무슨 일이 있던 지 그 곁에 머물렀어야 했다. 내가 그렇게 경외했던 온기는 기어코 나를 죽이기 한걸음 앞까지 왔다. 
내 위에 잠시 머물렀던 온기는 나보다 먼저 죽었던 것이었다. 어머니가 원망스럽다. 왜 나를 떨어뜨렸던 것이었을까? 
우리 위의 있는 온기는 우리보다 더 바스라지기 쉽다고 말해주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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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빙산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