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꽃잎을 펼치는 시기.

 밭에 가득한 민들레를 뽑는다.

 흔들지도 불지도 않고 뽑는다.

 이별 없는 한 해를 기원하며.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곡식은 고개를 드는 시기.

 잠비 내리는 날에도 잠들지 못하고

 대서에는 나가 과실을 맛본다.


 첫서리 들이닥치는 시기.

 하얀색 먼지 묻은 곡식들.

 살짝 쥐어서 먼지를 옮긴다.

 달콤한 이슬은 가시를 세웠다.


 함박눈에 웃음은 따라오지 않고

 하늘은 칙칙하게 맑은 시기.

 볕뉘는 문틈 새로 차갑게 내리쬐고

 찬바람은 문틈 새로 따스히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