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으로 그늘진 자리만을 들어내자꾸나,
빛깔이라도 쐬면 구더기 드글대던 자리는
어느샌가 멀끔히 스러질 테야 이르며
더한 입은 잠가 두고 묵묵히 일만 한다.
지붕에의 기와가 낡았으니 새로 굽자꾸나,
번듯하게 하눌님을 맞이해야 힘이 솟곤
되려 열심히 가지 그리 쓰다듬으며
늘어진 귓가 동여매며 묵묵히 일만 한다.
마루에 다닥이 붙은 파리 떼를 쫓아낼 겨를만은 없어
가만 보고만 있자니
갓 태어난 아이 울음보다 여린 발성에
그보다 충히 굵은 가명이 짙었다.
문고리에 피똥만을 싸지른 파리 떼가
구태여 다른 집으로 날아가기는 원치를 않아
애꿎은 기와도 들어내고 마루도 부숴 버리고
하늘을 수없이 덮는 그물을 쳐둬야지만
저것들이 나갈 생각도 하질 못하려나 그리 물었다.
저래도 비질대며 나가려 용을 쓴다면야
바깥양반들도 파리는 싫어하니
두 손으로 짝 하고 잡아버릴 게야 하며
해 그친 마당에 앉아 킬킬 웃어대는 꼴밖에 할 일 없으니
비친 몰골이 참으로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