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가 해인가
빛은 났다.
옅은지 거센지 마주한 적은 없다만
찌르르 소리에
귀가 동했다.
무언가를 불해래도 소란이 커지며
색채가 일렁인다. 색채라는 것은...
빛에서의 파생이요, 사람으로의 희락이네,
여러 습작을 넘기고서
초안을 보자.
허술한 선으로 재인
빛줄기의 뜻말은 무얼까.
그린 빛줄기는 달빛인가, 햇빛인가,
다만 달빛도 햇빛인데
떼어 놓고 볼 수나 있을까.
소란이 커지며
저녁이 흔들린다.
아른대는 적색광에 이윽고
해가 스러지며 고개를 드는 남색빛,
달이 차오르는 초새벽에
빛은 일렁거린다.
나에게로 오는 빛, 달이 내뿜는 빛은
오롯이 제 만이 지닌 걸까 묻는 말에
달은 대답이 없다.
달 주변으로 흔들리는 편광은 어딘가를 보고 있으려는지
해가 떠오르고 나서 그 어딘가는 모래처럼 흩어질는지
소란스런 말들도 내가 사는 건물도 낡은 땅도 구름도 모조리 빼고
달과 해와 사람만이 남으면
달은 무슨 빛을 보여주려 하는지
알 수는 있을는지 모르겠다.
창 너머로 보이는 산등성이 대강 외치는 찌르르 소리에
심빛이 동했다.
해인지 달인지
가로에선 이름을 부른다.
나의 이름은 달이요, 해요,
아니라며는 그 어느 것도 아닐 테요,
해와 달의 사이에 길이 나 있다면야 떳떳한 마음을 품고
난 그리로 걸으려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