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어 : 소독약, 낙엽, 장갑
괜찮아, 그냥 가만히 놔두면 나을텐데 뭐.
괜찮기는, 빨리 소독하고 약 바르자. 그대로 두면 덧나.
그저 작은 생채기에도 너는 마치 크게 다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는 그 순간은 유쾌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다친 것 마냥 잔뜩 표정을 찡그리며 나를 보듬는 너.
왜 그렇게 덜렁대냐며 내 등을 찰싹 때리는 너.
나에게는 그런 네가 세상에서 가장 잘 듣는 약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네 모습이 보고싶어서 그리 자주 다쳤었는지도 모르겠다.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렸다.
지난날 한바탕 붉고 노란 핏방울을 쏟아내던 나무들의 메마른 상처 위에
그보다 더 새하얄 수 없는 순백의 소독약이 뒤늦게 발라져 있다.
다시 푸른 새 살이 돋기까지 쓰라린 시간들이 남아있다.
문득 네가 떠오른 것은 나 역시 그런 시간을 걷고있기 때문일까.
괜찮아, 그냥 가만히 놔두면 나을텐데 뭐.
상처투성이인 손이 못나 보여서
나는 장갑을 꼈다.
손에 꽉 끼도록 여러번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