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없어?"

 너의 목소리에는 절망과 고통, 그 모든 아픔이 담겨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네 질문에 답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너는 이내 눈을 감고 영원한 잠에 들었다.

 "속보입니다, 20대 남성 김 모씨가 특수강간 및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을 다니던 범죄자이자 김 모씨의 어릴 적 친구였던 김칠호에게 찔린 뒤중, 서울시 구로구 인근의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뉴스에는 너의 이야기가 나왔다. 젠장, 조금만 찌를 걸. 나는 다시 도망을 다니고 있다. 대한민국을 떠날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포기했다. 그렇게 도망을 다니면서도 성훈이가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후회는 없어?'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했던, 난 절대 내가 했던 행동에 후회없이 살 것이다. TV에는 성훈이의 와이프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가 했던 행동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 그건 아니다. 난 반성하지도, 참회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것에 대한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며칠 뒤에는 경찰이 왔다. 나는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이젠 다 끝났으니. 그리고 나는 순순히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10시간의 조사가 끝난 후, 집에 가는 도중이었다.

 "피해요!!!"

 그 말이 들려오자마자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철근은 내 머리를 강타했고 나는 쓰러졌다.



 "코리안 데빌, 한국의 악마라고 불리우던 살인마 김칠호가 오늘 오후 7시, 경찰의 조사를 끝마치고 나오던 도중, 공사장에서 떨어진 철근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에이 씨부럴, 죽어도 싸 저런 놈은."

 "저런 짓을 하면 하늘에서는 참회해야지. 평생."

 나는 봤다. 공사장에서 철근을 우연처럼 떨어트리던 익숙한 얼굴을. 나는 죽었지만 생각할 수 있다. 누구였더라? 내 기억은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치... 칠호야! 빵.... 사왔어."

 누구지? 아 맞아, 찐따 정호.

 "빵 사왔어? 잘했어."

 나인가보다. 나는 빵을 터트리고는 바닥에 던졌다. 주변 아이들은 재밌다는 듯 낄낄댄다.

 "......씨발."

 누구지?

 "응? 뭐라고?"

 "작작해 이 씨발새끼야!"

 그 순간 정호의 주먹이 날라왔지만 나는 피했다. 정호의 얼굴을 보아하니 눈물이 머금어져있다.

 "뭐하냐?"

 "씨발새끼야!"

 한번 더 치려는 정호의 손을 붙잡았다.

 "너 옥상으로 와봐."

 정호는 눈물 범벅이 된 채 옥상으로 아이들에게 끌려 가고 있다.

 퍽, 퍽. 퍽, 퍽.

 오직 맞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호는 몸이 퍼렇게 멍 든 채로 맞기만 하고 있다.

 "야, 말해보라고. 왜 그랬냐고?"

 "ㅇ... 아니...윽..."

 "야, 이쯤이면 됐어. 이제 그만 때려 임마."

 "그래. 그만 때리자. 너 한번만 더 개기면 그땐 뒤지는 줄 알아라."

 "으...응"

 옥상에는 온 몸이 멍든 채 쭈구려 있는 정호만이 있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 땐, 정호도 일반인이 되었고, 나도 일반인이 되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인스타를 보던 중 정호를 보게 되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해맑게 웃는 정호를 보니까 왠지 더 열을 받았다. 나는 그 즉시 정호의 뒷조사를 돌렸다. 정호에게는 새 여친이 생겼다고 한다. 그 여친을 괴롭히기로 한 나는, 어느날 그 여자친구라는 사람과 만나기로 했다.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정호의 여친은 상당한 미녀였다. 이런 사람을 놓칠 수는 없었기에, 나는 그녀가 화장실을 간 틈에 수면제를 커피에 뿌리고는, 그녀가 잠들었을때에 우리 집으로 데려가서 집에 묶어놓고는, 강간을 하기로 했다.







 씨발. 그냥 보내주려고 했는데, 그녀의 반항에 나도 모르게 열이 뻗쳤고, 그 즉시에 나는 칼을 그녀의 배에 꽂아 버렸다. 얼마 뒤, 우리 집에서는 나체의 시체가 발견 되었었고, 나는 그 길로 도피생활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뒤에, 내 어릴 적 친구였던 성훈이가 올랜만에 만나자고 했다. 성훈이는 정호 이전에 약간 괴롭혔던 친구지만, 이렇게 만나자고 하다니, 반가웠다. 인근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켰다. 내가 화장실을 잠깐 간 뒤, 카페 문을 열려고 하자, 다급히 흰 색 가루를 내 커피에 집어넣는 성훈이를 봤지만, 모른 척했다. 씨발새끼. 이후에 나는 모르는 척 커피를 쏟았고, 새 커피를 원샷하면서 수면제의 의심은 피하게 되었다. 이후에 성훈이는 자신이 좋은 강을 안다며 야산으로 차를 끌고 올라왔다. 산의 강에서 낚시를 하던 도중, 가방에서 무언갈 꺼내는 성훈이를 보았지만,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눈치를 챌 무렵, 성훈이가 칼을 들고는 내 몸을 찌르려 했다. 간발의 차로 막고는 황급히 칼을 뺏어들었다.

 "아 씨발새끼. 이게 조금씩 봐주니까 기어오르네? 너 아까부터 수면제 넣으려고 하던거 내가 모를 거 같았냐?"

 "아... 제발... 제발 칠호야 이제 안 그럴게 근데 너도 나 괴롭혔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똑같은거야. 아니야? 맞아!"

 그 순간 나는 성훈이의 얼굴을 그었다.

 "으아아악..... 하....하악....."

 성훈이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쓰러진 성훈이에게 나는 작별인사를 했다.

 "잘있어."

 "후.....후회....."

 "뭐라는거야....?"

 "후회는 없지?"

 "뭐?"

 "네가 한 일에 후회는 없는 거지?"

 '뭐라는거야....'

 나는 황급히 차키를 챙기고는 차를 타고 나갔다. 차를 타고 빠르게 도주 하던 중, 앞에 누군가가 길을 막는 바람에 잠시 차를 세우게 되었다.

 "누... 누구야?"

 "오랜만이네."

 '이 목소리는....'

 정호 목소리였다.

 "선택해. 날 칠래 아님 내게 비켜달라고 할래?"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날 치게 된다면, 넌 오늘 사람을 두 명 죽이는 셈이겠네. 만약 내가 비켜준다면, 넌 날 도와주는 셈이고, 나도 널 도와주게 되겠지.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몰라. 내가 혹시 살아서 널 죽일 위험은? 하지만 날 이대로 죽이면 정부에서 알고는 빠르게 경찰을 불러 넌 체포될거야."

 그 순간, 방금 성훈이의 말이 떠올랐었다.

 "...... 후회해."

 "무슨... 소리지?"

 "후회하고 있어. 전부 내 선택이였지. 하지만 여기서 너를 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후회는 없을 거야. 비켜."

 "흐음...... 무슨 의도지?"

 "?"

 "무슨 의도야?"

 "뭐가."

 그때, 경찰차의 위잉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씨.. 발...."

 나는 순순히 조사에 응했다. 그 뒤, 나는 죽었다. 누군가가 던진 철근에 의해. 그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 얼굴은, 정호였다.



 내 선택이였다.

 내 행동이었고,

 내가 책임져야 하며,

 나의 죄다.

 후회하고 있다.

 반성하고 있다.

  'alea iacta est.'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한 말이다. 이미 주사위는 굴려졌다. 당신은, 당신이 한 선택에 확신하는가?



















글과는 다르게 작가 본인은 학창시절 당시 정호처럼 깝치다 쳐맞는게 일상이었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