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튼다.
배배 꼬이고 이리저리 뒤틀린 창틀 사이로도 햇살은 기분 좋게 내리쬐고 있었다.
저 멀리서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몸집이 몇 배는 큰, 카피바라 못지않은 크기의 고양이들.
그러나, 그 거대한 몸집을 끌고 다님에도 여전히 날쌔고 재빨랐다.
그런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니, 정원을 둘러싼 자홍색 히아신스가 문득 원망스럽다.
그러나 정작, 화려한 히아신스가 둘러싼 정원은 그 흔한 분수 하나, 번드르르하게 다듬어진 나무 한 그루 심겨 있지 않은, 보는 이로 하여금 죽고 싶어질 정도로 따분한 풍경을 자아냈다.
어느새 정수리까지 솟아오른 태양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방 한구석에 마련된 작은 다이얼을 돌린다.
드륵, 드르륵, 드륵, 드르륵. 드르륵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다시 왼쪽으로 한번, 그리고 오른쪽으로 두 번.
이윽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은 필요 없다. 그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문 너머에서 풍겨오는 냄새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사이, 목각 인형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기름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관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저마다 다른 모자를 쓴 인형들이 큼직한 나무 테이블 위에 들고 온 것을 펼쳐놓는다.
흰 중절모의 인형은 붉은 식탁보를 펼친다. 검은 사냥 모자를 쓴 인형은 색색의 치즈 몇 조각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는다.
“...”
붉은 홈버그를 쓴 인형이 따끈한 베이컨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는다.
아직 표면에서 기름이 지글거리는, 알맞게 익힌 베이컨의 냄새를 음미하면서, 베이컨을 가져온 인형의 모자를 벗긴다.
모자를 벗긴 인형은 움직임을 멈추었고, 생선 요리를 든 회색 베레모의 인형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듯, 문턱에 가만히 멈추었다.
베이컨을 다 먹고 난 뒤, 인형에게 다시 모자를 돌려주고, 놋쇠 종을 가볍게 흔든다.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곁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인형들이 물러나고, 흰 투구를 쓴 인형들이 들어온다.
이들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물러나는 사이, 어느새 뒤통수까지 내려온 해는 지평선을 주홍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