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7년 5월 19일, 창경궁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예, 전하.''

''목이 몹시 마르구나. 가서 냉수한잔 다오.''

''예, 전하.''

영조는 요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아들 사도세자를 죽이고 몇년 후, 그의 부인 홍씨를 역적으로 몰아 참수했다. 그날부터 눈을 감을때마다 그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다가오고, 저주를 퍼부어대니 정신마저 아득해졌다.

'설마 원손이 역모를 꾸미진 않겠지....'

영조가 항상 되뇌이는 말이었다. 이산(원 역사의 정조)은 이제 25세다. 작정하고 역모를 계획한다면 충분히 가능할것이다.

'흠....그래도 설마 산이가, 산이가 지 아비의 복수를 나한테 하진 않을것이야.''

그는 계속 합리화했다. 현재 왕위 계승귄 1위인 이산이 자신을 죽일리는 없다고 그는 믿었다. 정확하게는 믿고 싶었다. 

''전하, 물을 가져왔사옵니다.''

그 순간, 영조는 숨이 멎는듯 했다. 내시의 뒤로 무장한 군사 수십명이 뒤따라왔다,

''네.....네놈들은 누구냐?''

군사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의 손엔 왜검(일본도)괴 편곤이 들려있었다.

''어서 말하지 못할까! 네놈들은 역도이냐? 그렇다면 니놈들은 수괴가 대체 누구냐?''

''바로 접니다, 할바마마.''

목소리의 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효장세장의 양자, 이산(원 역사의 정조)이었다.

''니....니가 어찌..?''

''전 오늘만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18세 청년때부터 군사를 하나하나 포섭해가며, 뜻있는 자들을 모아 저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12여년이 흐른 이날, 드디어 거사를 치른 겁니다.''

''네 이놈!! 이것이 정녕 역적질이라는 것을 모르느냐!! 너의 아비도 역모를 꽤하다 죽었거늘 어찌 너마저 이러는 것이냐?''

''아바마마께서 역모를 저지르셨다니요? 아바마마는 그저 할바마마의 핍박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으셨을 뿐입니다! 그런데 할바마마는 그 요망한 정순왕후와 간신배들에게 놀아나 자신의 아들을 비참히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게 300년 종사를 들먹이시면서, 그 조선이 할바마마의 욕심때문에 망하게 생겼단 말입니다!!!''

영조는 가슴에 대못이 박힌듯 했다. 총애하던 손자에게서 저런말이 나오니 도저히 입이 열리지 않았다.

''뭐하느냐? 어서 전하를 모셔라.''

그 말에 군사들이 영조를 끌고갔다. 영조는 필살적으로 저항했으나 곧 고개를 떨구었다.

1777년 5월 20일, 조선 경복궁

영조와 정순왕후, 숙의 문씨, 화완옹주와 사도세자를 죽이는데 일조하였던 홍인한과 정후겸, 구선복 등등의 조정 대신 일부와 그 추종자들이 끌려왔다.

''죄인들은 빠짐없이 다 모였느냐?''

''예, 전하. 이 명단에 적힌대로 한명도 빠짐없이 전부 모았습니다.''

명단을 들고있던 이산의 측근 홍국영이 말했다.

''좋다. 그럼 이제부터 형을 집행할것이다. 먼저, 구선복 저놈부터 짓밟아죽여라!''

구선복은 사도세자의 뒤주를 지키던 자로, 사도세자를 조롱하고 어린 이산을 천대했던 자이다. 그 대가를 지금 받는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크허헑....''

묶인채로 눞여있던 구선복의 위로 황소 한마리가 지나갔다. 구선복은 배가 터지고 내장을 토하며 죽었다.

''홍인한과 정후겸은 거열형에 처하라!''

사도세자의 죽음에 개입했고 세손시절 이산을 암살하려했던 홍인한과 정후겸은 팔다리가 몸통에서 뜯겨나가 사지가 찢겨졌다. 뒤이어 많은 간신들이 비참하게 처형당했다.

''문 숙의와 화완옹주는 멍석말이를 하라.''

''전하!!! 살려주십시요, 전하!!!''

두 여자는 멍석어 말려진체 복날 개처럼 맞았고, 결국 뼈가 부러져 죽었다.

''여봐라! 정순왕후에게는 사약을 내리고, 폐주(영조)는 뒤주에 가둬버려라!''

곧이어 군사들이 정순왕후를 붙잡았다

''놔라, 이놈들아! 내가 놓으라지 않았느냐!''

정순왕후는 약사발을 뒤엎으며 발악하다 결국 피를 토하며 죽었다. 영조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비통하게 바라만 보았다.

''산아! 내가, 내가 잘못했다! 내가 저 간신들에게 현혹되서, 내가 미쳐서 내 아들을 죽였던것이야! 제발 살례만 다오...''

''할바마마, 마마께서는 아바마마가 그렇게 빌때 듯는 척이라도 하셨습니까? 아바마마께서 무더위 속에서 죽어가실때, 그 절박한 외침을 듣는 척이라도 하셨습니까?''

''나도 슬펐다. 나도 그녀석의 애비다! 아들이 죽어가는데 어찌 피눈물을 흘리지 않는 부모가 있단 말이냐!''

''거짓말 마십시요! 정말 후회하셨다면, 어찌 아바마마가 돌아가시고 불과 며칠만에 아바마마를 복위시키신 겁니까! 모든게 저의 눈을 가리기 위한 연극 아니닙니까? 할바마마, 대체....대체 왜 저의 아버지도 모자라 어머니까지, 어머니까지 죽이신 겁니까.....''

이산은 절규하며 물었다. 영조는 반박할수 없었다. 모두 맞는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힘없이 뒤주속으로 들어갔다.

''이걸로 끝이다! 뒤주에 불을 붙여라!''

병사들이 뒤주에 볏단을 얻은 후 불을 붙였다. 뒤주는 활활 타올랐다.

''아바마마, 드디어 아바마마의 한을 풀어드렸습니다. 보고 계십니까? 그런데 마음 한켠이 너무 공허한데, 왜 이런것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이산은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1777년 5월 27일, 경복궁

곤룡포를 입고 옥좌에 앉은 조선 제22대 국왕, 이산의 양옆에 신하들이 엎드려있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과인은 오늘, 새로운 천하거 열렸슴을 선포한다. 펴주께서는 비록 생전 많은 업적을 남기셨으나, 간신배를 가까이하고 주변의 간악한 무리에 속아 천륜을 저버리고 아들을 죽였으니, 내가 친히 군사들을 이끌고 역도와 간악무도한자들을 모두 참하였다. 이제 간신배들이 처단되었으니, 불안해진 민심을 안정시키고자 어진 신하들을 등용하는것이 옳다. 고로 과인은 체제공을 영의정에, 서명선을 우의정에, 홍국영을 도승지에, 이주국을 병마절도사에, 홍대용을 예조참의에, 정홍순을 사헌부 감관에, 김종순을 병조판세에 봉하노라. 이제 그대들은 새로운 임금인 나에게 충성해야 할것이며, 모두 만백성이 평안해질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