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애로운 왕이 있었다. 모든 백성이 왕을 존경했고 왕은 자식처럼 백성을 다스렸다. 

왕의 장군 중에서는 왕을 우습게 보는 자가 있었다. 그는 백성을 힘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믿는 자였다.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되고 싶어했지만, 백성이 왕을 신뢰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 나라에 큰 흉년이 들었다. 평소 백성을 갈취했던 왕이라면 궁전에 쌓아놓은 곡식이라도 있었겠지만, 자애로운 왕은 굶주리는 백성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발을 동동구르기만 했다. 반역의 뜻을 품은 장군은 흉년 중에도 곡식을 풀어 생활의 안정을 꾀하고 있는 이웃나라의 소문을 퍼뜨렸다. 백성들은 큰 불만에 쌓였다. 반역자는 자신의 심복을 몰래 잠입시켜 왕을 시해하였고, 자기에게 적대적이었던 충신 몇을 반역죄로 잡아 처형함으로써 모든 병권을 장악했다. 

반역자는 영웅이 되었고 왕이 되었다. 새로운 왕은 두려움에 시달렸다. 지나치게 자애로웠던 전왕을 동경하는 무리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확신했다. 조금만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더라도 잠재적인 반역자인 것이 명백해 보였다. 새로운 왕의 두려움은 곧 현실이 되었다. 피비린내 나는 폭정에 시달린 끝에 다수의 신하가 연합을 하여 쿠데타를 일으켰고 다시금 왕관은 새 인물의 머리에 씌어졌다. 

왕관의 무게는 더 없이 가벼워졌고, 누구나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다투는 형국이 되었으며, 이 나라는 왕권 쟁탈전으로 날로 피폐해졌다. 

그러던 중 어쩌다 왕권을 거머쥐게 된 난봉꾼 왕의 영리한 아내가 왕을 죽이고 선포했다. 

"누구든지 백성을 위한 가장 현명한 정책을 건의하는 사람을 왕으로 삼고 내가 그의 아내가 되겠다"

이 선포문을 보고 백성은 환호성을 지었다. 이제는 힘의 크기가 아니라 지혜로서, 아니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를 겨루어 왕이 될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이 풍년에 곡식을 창고에 쌓아두었다가 흉년에 굶주리는 백성을 구하는 정책을 건의했다. 왕후는 이 정책을 기뻐하며 채택하고 건의자를 왕으로 선포했으며 그 아내가 되었다. 그는 자상하고도 성실한 남편이 되었지만, 왕으로서의 권력을 행사하기를 원했다. 몇 가지 일에 대해 정당한 왕의 권한을 행사하여 올바른 결정을 하고 실행했다. 하지만 그는 곧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왕후는 또 선포하였다. 

"새로운 왕은 풍년에 거두어들인 곡식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낭비하였다. 또 일부 백성에게는 부당하게 많은 양을 강압적으로 거두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자가 왕을 살해했다. 새로운 왕을 뽑겠다. 그리고 내가 그의 아내가 될 것이다."


새롭게 뽑힌 왕은 성실한 남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내의 말에는 언제나 고분고분하게 순종하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왕은 장기간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왕후는 재미 없는 이 왕에게 결국 실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왕은 스스로 선포하였다. 

"나는 왕의 자리를 물러날 것이고, 왕후와도 이혼할 것이다. 새로운 왕이 왕후의 남편이 될 것이다." 


이 나라는 새로운 전통이 수립되었다. 모든 실권을 왕후가 장악하고, 왕후는 그 남편을 정기적으로 교체하거나 그 연임을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왕후의 딸들 중에서 하나가 여왕으로 등극했다. 여왕이 통치하는 이 나라는 더 없이 평화롭고 번영을 구가했다. 백성은 만족하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