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Dream Finder






 '나는 나중에 선생님이 되서 초등학교에 애들을 가르켜 줄 거다.'


 2020년 새해가 되어서 지저분한 방을 정리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쓴 일기장을 찾았다. 맞춤법은 군데군데 어긋나 있고 글씨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의지의 완강함만은 이루 말할 데 없었다.

 하지만 이 일기와는 다르게 나는 지금 꿈이 없다.


 *


 나는 진도원, 흔한 꿈이 없는 중학교 3학년이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꿈, 목표가 없다보니 일단 사는 대로 사는 중이다. 친구들은 경찰, 요리사, 디자이너 같이 각각의 꿈이 있지만 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넌 커서 뭐 할 거야?" 라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흘러갈 수록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2020년이 찾아왔다. 또 그와 동시에 나이라는 숫자가 1 올라갔다. 솔직히 "왜 사는지" 를 대체 모르겠어서 극단적인 생각도 몇 번 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인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날을 지내다가 벌써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넌 나중에 뭐 할 거야?"

 내 친구 동오가 대뜸 만나자고 부른 자리에서 내가 떡볶이를 먹고 있던 와중에 물었다. 그리고 반복된 대답을 했다.

 "잘 모르겠어. 너는?"

 "나는 아이돌 할 거야."

 이 잘생긴 놈을 보고 있자니 납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외모, 노래, 춤,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동오는 여자한테도 인기가 많다.

 "너도 내 질문에 대답해 줘."

 "나...? 음.... 굳이 대답하자면 선생님?"

 "너는 설명 같은 거 잘 하니까 선생님 해도 잘 할 것 같아."

 "내가?"

 "어, 너 그리고 공부도 잘 하잖아."

 "그런가..."

 이 일이 있은 후로 나는 내 진로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부모님은 내 진로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며 당신들은 나의 진로 결정에 0.1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셨고, 담임선생님도 비슷한 뉘앙스를 띠며 대답해주셨다. 정확하게는 "도원이는 뭐든 잘하니 뭘 하든 잘 될 거다" 라고 하셨다. 그래서 명확한 판단이 서지 못한 나에게 확신을 준 건 다름아닌 절친 동오인 것이다.

 "동오야, 고마워."

 "엉, 갑자기 왜?"

 "이유는 몰라도 돼, 그냥 고마워."

 "뭐... 쨋든 알았어."


 그 뒤로 "넌 커서 뭐 할 거야?"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 현재 그 꿈을,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막연하게 '교사' 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엄마."

 "왜?"

 "교사 되려면 뭐 해야돼요?"

 "글쎄다? 지성이한테 물어봐. 근데 갑자기 선생님은 왜?"

 "아, 방 정리하다가 초등학교 때 쓴 일기를 찾아서요."


 *


 지성이 형은 내 사촌 형인데, 수학 교사를 하고 있다. 엄마한테 물어본 후 바로 약속을 잡고 며칠 후 약속 장소인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형이 오는 게 보였다.

 "갑자기 왜 불렀어?"

 "형은 어릴 때 꿈이 뭐였어?"

 "음.. 어릴 때라.. 근데 추우니까 카페 같은 데 들어가서 얘기하자."

 형의 말을 따라서 공원 근처의 한 카페로 왔다. 형은 아메리카노, 나는 코코아를 시켜서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형은 아까 하던 말을 이어서 해나갔다.

 "정확하게 말해서 난 꿈이 없었지. 한창 방황하고 있었을 때니까 아무 미래도 없이 희망도 없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친구들한테 문제를 설명해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고. 그 후로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어. 확실한 목표가 정해지니까 공부하려는 의지도 올라가고,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더라. 그리고 교육대학교에 가서, 임용 고시를 보고, 선생님이 되었지. 근데 갑자기 왜 물어봐?"

 "그게, 나중에 뭐 하고 살 지를 모르겠어서 진로 상담 좀 받으려고. 교사를 할까 생각 중인데, 잘 모르겠어서."

 "너는 국어 잘하니까 국어 선생 해. 고등학교가서도 너 지금 성적만큼만 나오면 교육대도 문제 없을 것 같은데? 어쨋든 확실한 목표가 있으면 행위에 동기부여가 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돼.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건 너의 의지야. 너의 능력으로는 뭐든 할 수 있어, 설령 그게 대통령 같은 좀 크고 너한테서부터 멀다고 생각되는 꿈일지라도. 너는 최선을 다하면 돼. 결과는 그에 따라 나올 거야."


 *


 지성이 형의 조언을 들은 뒤로, 나는 방학이었지만 반대로 그걸 이용해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교사' 라는 나의 유일하고 고귀한 꿈, 목표를 향해서. 그리고 나의 진로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어른들에게 조언을 청하기도 했다.


 3월 2일,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 되었다. 나는 그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책에 뭔가를 적고 내 방 문에다 붙였다.


 '그래서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