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풀어줘!"


히어로의 목소리가 울렸다.



묶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웃음을 짓는 빌런.


"이제야 제대로 얼굴을 마주 하는군. 히어로."


히어로가 답했다.


"죄 없는 사람들은 풀어주고 단둘이 얘기 하는 게 어때?"


"그래야 하는 이유가 뭐지?"


"선량한 사람들을 고통 받게 할 필요가 없지않나!! 악마 같은 놈."


"푸하하하핫! 내가 악마라고? 히어로?"


"그래. 너는 악 그 자체다. 과거에도, 지금도... 네놈은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 오늘이야 말로 너를 처치하겠어."


"오우... 그런 눈빛은 짓지 말라고 히어로. 오금이 떨려 죽겠으니까. 너에게 난 무조건 악당이라니 너무 섭섭한걸."


"말 장난은 그만하고 얼른 덤벼."


"당연하단 듯이 나를 죽일 수 있다 생각하는군. 히어로! 너에게 하나 묻지. 나를 죽일 수 있는 권리는 도대체 누가 너에게 준 것이지? 어찌 그리 살인이 당연한가?"


"넌 죽어 마땅한 존재이니까. 더 이상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너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너의 말 대로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인가?"


"추악한 혀 놀림으로 날 놀리려고 하지 마라. 궤변을 늘어 놓고 싶은 거냐?"


그러자 빌런은 답답하다는 듯 발로 땅바닥을 구르며 소리쳤다.


"아니야! 아니야!! 히어로! 난  진지하게 너의 생각을 알고 싶은 것 뿐이라고...! 얼른 내 질문에 대답해! 나를 죽일 수 있는 권리를 누가 너에게 부여했냐고! 너에게 살인은 죄악이 아닌가?!!"


"나에게 능력을 주신 신께서 부여 하신 것이다. 그렇기에 너 같은 악은 반드시 처단해야 해."


그러자 빌런이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신~? 신??? 태어나서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신???  정신 차려! 넌 그저 인간의 자식일 뿐이야!  예수처럼 신 따위가 널 낳고 능력을 준 게 아니라고!"


"입 닥쳐... "


빌런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히어로... 너에게 신이란 존재는 무엇이지?"


"신은 전지전능하시며 우리를 지키시는 분이다..."


"어릴 적 다닌 교회에 세뇌 당했나 보군! 히어로! 전지전능이라... 그렇다면 이건 어떠한가?"


그때 빌런 뒤에 있는 무리 속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살려줘!!!! 살려..."


푸슉-


빌런이 딱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 묶여 있던 남성의 머리가 점점 부풀어 오르다 펑 하며 풍선처럼 터져 버렸다.


후두둑 소리와 함께 주변에 살과 피가 튀겼고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남자의 몸을 보게 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소리를 질렀다.


"빌런!!!"


히어로가 빌런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가볍게 피해낸 빌런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길듯한 시늉을 보였다.


그 모습에 멈칫하는 히어로.


"우리끼리 폭력은 금물이라고. 히어로. 자! 너가 말한 전지전능을 방금 보여줬어! 그렇다면... 난 너에게 신인가?"


"사람을 죽이는게 전지전능이란 말이냐?"


"내 말 뜻이 그게 아닌 걸 알고 있을텐데?"


 빌런의 말을 듣고 흠칫하는 히어로.


 그 모습을 보곤 빌런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너도 사실은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잖아. 나도 똑같아.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빌런은 손 위에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새로운 생명을 탄생 시킬 수도 있지. 너도 똑같지 않나 히어로?"


"그렇다고 해서 너와 내가 신이 되지는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그거야... 너는 아무렇지 않게 살인이나 저지르는  악 그 자체이기 때문이지. 악한 자가 어떻게 신으로 칭송 받을 수 있지?"


빌런은 고개를 뒤로 꺾으며 한심하단 듯 비웃으며 말했다.


"히어로! 교회는 다녔으면서 성경은 한번도 읽지 않았는가? 너가 그토록 사랑하는 하나님은 스스로 창조한 인간들이 맘에 들지 않아 몇 번이고 심판 했다! 노아의 방주,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럼 신도 악당인가?"


그제서야 히어로가 흥분하며 말했다.


"말 장난하지 마라! 빌런! 신은 세상이 너무나 악하기에 어쩔 수 없이 멸망을 시키신 것이야! 너 같이 더러운 죄악으로 세상이 물들었기에 그렇게 하신 것 이라고!"


"오우 오우... 그렇단 말이지... 알겠어. 진정해... 히어로, 잠깐 정리해보자. 그러면 악한 자는 벌 받아 마땅하고, 신은  너에게 그런 권리를 부여한다... 이게 너의 말이지?"


"너 같은 악은 반드시 처단해야만 하지."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선량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때 빌런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 질렀다.


"이 바보 새끼야! 지금 니가 말하는 게 너 스스로가 신이라고 이야기 하는 거잖아! 전지전능하고! 사람들을 지키는! 그게 너야! 너가 신이라고! 신이 너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너가 신 그 자체라고! 아직도 모르겠나?"


"내가 신이라고 한들 바뀌는 게 무엇이지? 그런 걸 떠나서 악한 너를 처단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


"히어로, 너에게 인간들이 감춰 온 더러운 비밀을 알려줄까?"


"또 무슨 헛소리를 늘어 놓으려고 하는거냐?"


그때 빌런이 박수를 쳐 무대 하나를 만들고 그 위로 올라 갔다. 


이어 빌런이 손동작을 취하자 인질들이 붕 떠오르더니 무대 위로 올라와 무릎을 꿇게 되었다.


 빌런은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 했다.


"악이라는 것은 도대체 누가 정하였는가?  신이 정하신 것이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의한 것이라고? 아마 넌 그렇게 말하겠지... 그렇다면 악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모조리 불태워 죽인 신은 악한 존재인가?"

 

히어로가 무대를 바라보며 답했다. 

 

”아니. 처음부터 인간들이 악하지 않았다면 신께서 그럴 일은 없었다.“


"이유야 어찌 되던지 말이야! 이해를 못하는군. 그렇다면 너가 말하는 악함과 죄는 무엇이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 등이다." 


"흠~ 쉽게 생각해서 십계명 같은거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현재 세상은 많이 달라졌기에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어릴 적 이웃 아줌마를 생각하며 자위하던 히어로 너 또한 죄인이겠네? 그렇지?"


당황하며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는 히어로.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지금 나를 우롱 하는거냐? 빌런?"


"아니?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인데. 매일 밤 고아원에서 누나들의 몸을 더듬고, 이웃 아줌마를 상상하며 옆집 계단에 정액을 흩뿌려 싸던 너는 간음 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를 어긴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너도 악한 것이네. 그렇지?"


히어로는 화내며 소리쳤다.


"나를 모욕 하지 마라! 빌런!"


"사실을 말하면 화를 내기만 하지.  더 쉽게 물어보지! 히어로 너는 죄인인가 아닌가?"


"난 죄인이 아니야!"


히어로의 우렁찬 목소리와 다르게 빌런은 조용히 손가락을 튕겼다.


부글부글... 펑!


또 한 사람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빌런!!! 그만해!!!"






펑!!!


"알겠어! 알겠다고! 난 죄인이야! 빌런!! 내가 죄인이라고!!"


그러자 빌런은 자신의 얼굴에 낭자한 선혈을 핥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너 또한 악이네. 히어로. 너 또한 죽어야 마땅하고. 그렇지?"


"그... 그건...!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존재해...!"



그때 빌런이 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하하하!!! 히어로! 너무 쫄지 말라고... 난 그저 이 원숭이보다 못한 인간들에게 세뇌 당한 너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빌런이 히어로의 머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 들어 있는 그 생각. 더러운 인간들이 신을 가지고 논 것 뿐이란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지...?"


"사람들은 항상 지겹게 너에게 얘기 했겠지. 너가 참아야 한다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너는 항상 타인을 도와야만 한다고."


빌런은 손에 작은 불꽃을 만들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말한 것과 같이 너는 인간들에게 신이다. 히어로. 인간은 우리에 비하면 그냥 약자에 불과하지. 너에게 약자를 지키라고 말하는 인간들은 사실 너무나 약하기에 살아남으려고 비열하게 신에게 명령질이나 해대는거지. 건방진 거짓 종자들."


빌런은 사람들의 머리를 발로 짓누르며 말을 이었다.


"히어로, 너도 수없이 봐 왔을 것이야.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영악한지. 약자를 돕고 사랑하라면서 길을 지나다니는 개미는 아무렇지 않게 짓밟지. 그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거다. 언젠가 네놈이 힘을 잃어 나약해졌을 때에도 과연 이들이 너를 존경할까?"


히어로가 겨우 입을 떼 대답 했다.


"아까 말했지 않나! 인간에겐 선과 악 모두 존재한다고! 그렇게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선하게 살아가기 위해 함께 힘쓰는 것이야!"


"그나마 들어줄 만한 대답을 하는 군. 그럼 여기 있는 이 남자에게 한번 물어보도록 하지."


빌런은 발로 머리를 짓밟던 남자를 걷어 차며 히어로 앞에 던졌다.


히어로는 그를 감싸 안으며 조용히 남자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다 구해내겠습니다."


"고마워요... 히어로...!" 


빌런이 까닭 모를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자! 집중해 달라고! 거기 남자! 평범한 인간인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왜 인간은 영악하게 약자인 자신은 보호해 달라고 징징대면서 자신보다 약한 것에는 인정사정 없이 구는 걸까?"


말을 마치며 빌런은 남자를 향해 금방이라도 머리를 터트릴 기세를 보였다.


그 모습에 벌벌 떨며 대답하는 남자.


"그...그냥!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우리는 동물이고... 잡아 먹지 않으면 잡아 먹히는... 어쩔 수 없는 먹이 사슬의 본능이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명은 소중하다 느끼지만... 약자에게는 강해지는...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


"먹이 사슬? 좋아. 생존하기 위해서 동물들을 잡아 먹는 본능이 있으니... 약자의 목숨에 인정사정 없다. 알겠어. 그렇다면 왜 그저 너희의 미용을 위해 동물들로 실험을 하고 폐기하는 것이지?" 

 


"그건!... 그건!!"


쉽게 대답하지 못하며 두려워 하는 남자.


히어로가 두려움에 떠는 남자를 꽉 껴 안아주며 말했다.


"빌런! 이런 의미 없는 대화는 이제 그만하지! 니가 진정 원하는 것이 뭐야?"


"너무도 시시한 탓에 나도 그러려는 참이야. 내가 원하는 것은 별거 없어. 저 사악한 원숭이들로부터 세뇌 당한 너가 그저 올바른 생각을 가지기를 원해."


"이 남자가 말한 것이 대답이 되지 않나! 우리는 본능을 따르는 동물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진 이성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고 선을 추구 해야 하는 것이야!" 


빌런이 귀를 후벼 파며 말했다.


"알겠어. 알았다고. 정말 시원한 대답 한번 들을 수 가 없군. 그럼 하나만 더, 강한 힘을 가진 나는 인간들을 다른 동식물보다 못한 존재라고 느낀다. 정말 여길 지나다니는 파리보다 못한 존재라 생각해.  인간에게 파리가 아무것도 아니듯이 말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인간이 아무렇지 않게 파리를 때려잡는건 나쁘다고 이야기 안하지 않나 ? 그런데 왜 뛰어난 신인 내가 파리보다 못한 인간에겐 무조건적인 자비를 베풀고 너가 말하는 선을 행해줘야만 하는거지? 그 의무는 누가 나에게 지우는 것인가? 왜 약자의 목숨따윈 신경쓰지 않는 비열한 인간들의 기준에 내가 맞춰주지 않으면 난 악하고 나쁜 자가 되는가 ?"




"너의 생각과 선택은 자유이지. 빌런. 그러나 나는 조금 더 선한 방향으로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건 진심이야."


"아직도 내 질문의 뜻을 모르는구만! 히어로! 너와 난 이 원숭이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야! 여기 있는 모두가 달려들어도 상처 하나 내지 못하는 몸, 강력한 지능, 그리고 신의 권능이라 할 수 있는 초능력까지. 사실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위대한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원숭이 우리에서 태어난 것 이라고! 전능한 신으로 태어났지만 그저 땅에서 시작했기에 추잡한 원숭이들의 세뇌에 당해 버린 거라고!"


빌런은 이전 답지 않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주먹을 꽉 쥐며 말을 이었다.


"신은! 우리는! 신의 삶이 있고 우리만의 사명이 있다. 히어로! 지금 너는 스스로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나는 분명 인간이지. 그저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빌런이 소리쳤다.


"스스로를 인간이라 생각하기에 나를 포함한 악한 인간을 짓 밟는것은 폭력이고 악이 되는 것이다!  너 또한 악한 죄를 저지른 인간임에도 너의 살인은 왜 정당화되는가? 그저 신으로서 당당히 악을 처벌하라!  히어로!"


"그렇다 해도 난 신이 아니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히어로?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히어로는 놀란 표정으로 빌런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빌런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인간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쓰레기들! 벌레 만도 못한 멍청하고 사악한 인간들을!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로 세상을 망치고 있는데도 그대는 방관하는가?" 


그때 빌런이 히어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하늘 끝까지 울릴 정도로 소리 질렀다.


"그대는 진정 신이기에! 인간이 아닌 신으로서 인간을 짓 밟고 심판해야 비로소 폭력이 아닌 진정 그대가 원하는 정의의 심판이 되는 것이다!"


빌런은 말을 이어갔다.


"히어로! 마지막으로 묻는다! 선이란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인가? 악함은 무엇이며 죄는 누가 판단하는가?!! 영악하고 비열한 약자들의 기준을 신이 왜 따라야 하는가!"


숨 막히는 빌런의 말이 끝나고 적막 만이 흘렀다.


이윽고 빌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직도 감이 안 잡히나 보군.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살인마에게 아무 이유 없이 부모가 무참히 살해 당하는 걸 본 한 아이가 있었다.

이 일로 보호자가 사라진 그 아이는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고 배고픔에 굶주렸지.

 너무나 힘든 탓에 아이는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그만 아주 조그마한 사탕 하나를 훔치게 되었어.


 그러나! 결국 걸린 불쌍한 아이는 죽기 직전까지 가게 주인에게 맞았고 그걸 구경하던 다른 아이들도 달려와 죽도록 짓밟았지."


빌런이 히어로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그 도둑질 한 아이는 과연 죄인이며 악인가? 히어로?  살인마가 이유 없이 그 아이의 부모를 죽이지 않았다면 과연 그 아이는! 죽도록 맞던 그 불쌍한 아이는!!!...

그 때...! 초능력 따위는 발현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히어로는 멍하니 빌런을 응시 했다.


빌런은 그런 히어로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불쌍한 아이. 우리 불쌍한 히어로. 조용하고 소심하여 저항조차 하지 못한 녀석. 어찌 그런 녀석에게... 고통과 상처를 보듬어 주기는커녕 자신들을 지키라고... 도우라고 시키기만 할 수 있지? 그 지독한 책임감에 시달리면서 매일 밤 어릴 적 악몽을 꾸는 우리 가엾은 히어로... 이번엔 내가 진심으로 말할게. 너는 정말 가엾고 불쌍한 신이야."



빌런의 말이 끝나자 히어로는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을 하지 앉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빌런은 히어로 품에 안긴 남자를 꺼내 갔다.




"히어로! 너무 슬퍼 하지는 마! 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내가 세뇌 당해온 너를 반드시 깨워 줄 테니까... 자! 눈을 떠! 이 남자를 봐!"


히어로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래도... 그래도 ! 그 남자를 해치지는 마!"


"해치지 않을거야. 절대로."


빌런은 부드러운 미소로 히어로에게 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자... 이름 모를 남자여. 히어로에게 너가 누구인지 알려줘."


빌런의 품에서 남자가 울먹이며 말했다.


"흐...흐윽...! 저는... 저는...! 안돼요 말 못해요!"


빌런이 그의 얼굴을 때리며 말했다.


"말해!!!!!!!!!!"


그러자 남자는 퉁퉁 부은 얼굴로 말했다.


"저... 저는 한 아이의 부모를 살해한 사람입니다..."


히어로는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사건 당시 경찰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의 증언을 믿어주지 않았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경찰의 무능으로 진범을 잡지 못한 것은 히어로에게 평생의 한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히어로가 떨며 말했다.


"거짓말 하지마...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내가 어떻게 믿지...?"


그러자 입을 여는 빌런


"우리 답지 않게 왜 그러지 히어로? 마인드 메트리를 사용해서 생각을 읽어내. 뭐가 두려운 거야?"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부인하는 히어로.


"뭘 망설이지?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확인해 보면 될 것 아닌가!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아직도 두려운가!!"


 결국 히어로가 입을 열었다.


 "이건... 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야..."



그러자 선명하게 보이는 부모님과 어린 자신의 모습. 


푹.푹.푹.푹



칼로 수십 번을 찌르면서 살려 달라는 부모님의 목소리 따위는 개의치 않는 다는 듯 즐기며 부모님 몸 속에 칼을 찔러 대는 남자.




그 이후 반성 따윈 하지 않고 술집에서 무용담처럼 자신의 살인 이야기를 하는 남자의 모습...


 




능력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는 히어로.


빌런이 조용히 다가와 그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 주었다.


동시에 천천히 히어로의 검지와 엄지를 들어 총 모양을 만들어주는 빌런.


"불쌍한 아이야. 진짜 악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 줘야겠지?"


총 모양으로 만든 히어로의 손이 남자를 향했다.


남자는 벌벌 떨며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 쳤다. 


"제발 !!! 한번만 살려줘!!! 히어로!!!"


"끝까지 잘못 했다고는 말하지 않는군... 너희 부모님도 저 더러운 놈에게 계속해서 살려 달라 외쳤지... 신, 악한 인간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려줘."






덜덜 떨리는 히어로의 손가락이... 점점 남자를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커트! 커트!"



"잠시 쉬었다 갈게요!!"



"빨리 시체 치워!"



감독과 스태프의 소리에 금세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고 이어 배우들이 휴식을 하기 시작했다.


빌런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감독에게 다가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감독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몰입한다고 능력을 제어 못해버려서... 사람들이 진짜로 죽었어요... 어떻게 하죠?"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능력자 님 걱정하지 마세요. 일전에 말씀 드렸듯이 다 사형수들입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이니 능력자 님은 연기에만 몰두 하시면 됩니다. 몰입해 주신 덕분에 정말 완벽한 장면이 나왔어요!"


"그래도... 제가 사람을 흑흑... 너무 죄책감이 들어요."


뒤에서 히어로 역을 연기한 배우가 말했다.


"아이 병신아, 뭘 그런 걸로 울고 그래. 배우는 작품 걱정만 하는거야. 어차피 사형수들이잖아. 임마."


"그래도 너무 미안해... 형..."


"정말 애가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야! 방금 너가 몰입한 덕에 나도 완벽하게 연기 할 수 있었어! 지금 너는 프로 배우야! 임마! 어떻게 하면 작품이 더 잘 나올지 만 생각해! 알았어?"


"정말 그럴까요...? 형?"


히어로 역 배우는 웃으며 빌런 역 배우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함께 휴게실로 나갔다.



"감독님! 청소 다 끝났습니다!"


한 스태프가 달려오며 말하자 감독이 답했다.


"깔끔하게 버렸지?"


이에 스태프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네! 아주 깔~끔하게 청소 했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저 사람들 그냥 빈민가 거지새끼들 아닙니까?"


"쉿! 저 울보 능력자 새끼한테 걸리면 난리 나니까 그렇지. 능력자 데리고 영화 찍는 것이 쉬운 줄 아냐?"


스태프는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능력자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완전 바보잖아요? 저 사람들 사이에 어린 아이도 끼어있는데 사형수란 말을 믿다니..."


"그러니까 우리가 더 조심해야지! 능력자 놈 연기 시킨다고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알아?"



그 말을 들으며 스태프가 답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이요. 지금 여기 관계자 아닌 투자자나,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는데 나중에 문제 되지 않을까요?"


감독이 그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걱정 안해도 돼."


"왜요?"










"어차피 지금 이걸 보는 사람들도 뭐가 악하고 나쁜지 생각하지 못하는 원숭이 뿐 이니까." 



                                                                                                                                                                  악과 선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