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짤 중에, '무슨 전공을 선택하든 결국에는 치킨집을 운영하게 된다' 는 내용의 짤이 있었다.


문과는 직장을 찾지 못해 아사하거나, 살아남은 자들은  중간에 치킨집을 차리게 되고, 이공계는 취업은 하나 업무량을 견디지 못해 과로사하거나 살아남은 자들은 치킨집을 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시대에 정말 적절한 짤이라고 생각했다.


허점이 하나 있다면 그렇게 차린 치킨집들도 결국 망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인데, 치킨집이 모든 인생의 최종테크라면 치킨집마저 망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또 다른 치킨집을 차리는 걸까?


"이름이.."


"승준. 승준입니다."


"낮선 이름이군. 하지만 어떤 차원에서는 또 들어도 봤던 것만 같은 이름이야. 만나서 반갑네, 승준 군."


그러던 와중에 치킨집에 알바자리를 구했는데 사장이라는 양반이 자기가 예전에 대마법사라고 주장하는 조현병 환자였다.


"500년 전에 마탑주를 지내다가 퇴직한 대마법사 칼리브레이라고 하네."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엄밀히 말해 '양반' 이라고 불릴 정도로 나이들어보이는 인상은 아니었고, 겉으로 보기엔 오히려 나보다 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남자였지만 행동거지나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일부러 나이들어 보이도록 행동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고도의 컨셉충인가.


"내가 옛날에 위대한 대마법사였느니 뭐니 했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고 편하게 대하게. 다만 사장과 직원 간의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은 지켜주었으면 해."


그래도 망상증을 보이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치고는 꽤 상식인다운 말을 해서 놀랐다.


"..그대는 믿는가?"


"..어느 쪽이요?"


"...대마법사였다는 쪽."


"아무래도 아니요."


"역시나."


짧은 담화가 오가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보통 과대망상이라 하면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밀고 나가는 편이 대부분인 줄 알았는데, 이 양반은 자기 말이 남들 귀에는 헛소리로 들린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전 뭘 하면 되나요."


"닭을 튀기게."


"전.. 배달 쪽인 줄 알았는데요."


"배달은 요한슨이라는 놈이 있는데 그놈 하나로도 충분하다. 우선 따라와라."


그렇게 말하고 사장은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750년 전에 개발했던 '유체 역산 술식' 은 반경 10km의 모든 유체의 이동을 마이크로초단위로 계산할 수 있다. 들어가는 마력량만 늘린다면 발동 반경은 무한히 늘어날 수 있어. 술식을 발동시킨다면 흐르는 물은 뭏론이고 주변의 기류, 공기 분자의 미세한 떨림까지 전부 내 통제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 전성기 때는 그런 식으로 전 지구가 내 통제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단하시네요."


"이 술식을 이용해 지금은 기름의 끓는점, 움직임과 미세한 온도변화를 통제해 치킨을 완벽하게 튀겨내는 데 사용하고 있다."


"..."


사장이 부엌 벽에 걸려 있는 칼을 하나 집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생명체의 신체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의 구성까지 전부 연산하여 파악할 수 있다. 마력을 사용해서 이 구조만 미세하게 건드려주면 생물의 형태를 마음대로 변화시키거나, 죽이고 되살리는 일마저 자유로워진다."


"그 능력은 지금 어디에 사용하고 계신가요."


"닭을 최대한 손상 없이 손질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


"이렇게 해서 이 치킨집은 이론상 세계 최고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치킨집인 것이다. 아니, 사실상 모든 시공간을 통틀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만 목격 가능한 정도의 가장 뛰어난 치킨집인 것이지."


나는 기름때가 탄 부엌 벽을 조용히 살펴보았다.


"엄청난데요."


"나는 한때 대마법사였던 자로서 그 기술을 너에게 손수 전수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좀 더 기뻐해도 좋아."


대마법사한테서 닭 튀기는 기술을 배운다면 그건 대마법사의 수제자일까, 치킨집 사장의 수제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