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몸이 뜨거워졌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갔고, 지평선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뒤집었다.
그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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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거창한 문장으로 시작했으니, 끝은 초라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아직은 내가 학생이었을 적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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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문장은 나의 마음에 들었다.
무엇 하나 없는 하-얀 방이었소.
나는 그 문장을 더럽히기 싫어 한참을 외롭게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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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까스스로 한 장을 썼다.
나는 그것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너는 미완성인 채로, 아름답게 존재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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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순서는 사람들 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6줄의 첫 장, 두 페이지의 마지막 장 그리고 하얀 백지의 내용.
나의 미숙함이 너의 순결을 깨트릴것만 같아 깊숙이 묻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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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7월이었을 것이다.
날은 점점 더워져 갔고, 본가에서는 어서 돌아오라는 연락이 왔다.
글을 쓸 종이와 펜, 그 외의 것들을 들고 나는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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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지가 않고, 눈치가 이따금 보였다.
밤마다 혹은 아무도 없는 오후에 풍경에 대해 썼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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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도 없이 묻어두었던 네가 생각이 났다.
먼지가 앉은 고물을 닦고, 전원을 켰다.
너는 그 속에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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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내가 자란 것일까.
순백의 네 속을 채우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막힘없이 너의 속은 채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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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고, 너는 죽었다.
더이상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망이 네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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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한것이, 그대로 두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숨에 너를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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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나는 외출 중이다.
그 사내는 이제 없다.
이야기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