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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수란 글장이, 아나?“

리광수. 리광득씨는 그 이름을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한 기억속에서 찾아낸다. 그가 전문학교 시절 역사시간에, 역사 교과서에서 리광수란 이름을 본적이 있었다. 리광득씨는 바로 한치의 막힘 없이 이야기한다.

“알다마다요, 동지.  호는 춘원이고, <민족적 경륜>, <가끔씩 부른 노래>, <진정 마음이 만나고서야> 등의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는 간악하고도 악독한 친일행위자 아닙네까?“

한지광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동무가 배웠을때까진 그리하였겠지, 동무. 하지만 이번 19YY년 XY월 PP일에 조선민주주의인민화국 총비서겸 국방원장 김정일 동지께서 이런 교시를 내리셨네. 

‘리광수의 허물됨은 일본제국주의에 붙어먹은 것이므로 절대 좌시할순 없는 것이나, 그의 글재주는 칭찬받을만 한것이다. 허나 그의 북망산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찾아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묻는것이 마땅할것이다.‘“

아연실색한 리광득을 바라보며, 한지광은 계속 말을 이어나긴다.

“대강 알아듣겠나? 동무? 자네와 자네의 이웃들이 사는 고층살림집의 터가 원래 리광수가 묻혀있던 북망산이었네. 당에서는 그 교시가 떨어지자마자 고층살림집을 허물고 리광수의 시체를 찾아 이장하라 하였고, 지금 그 명령을 실행중일 뿐이다, 이말이야! 할말없음 썩 꺼지라!“

지방 공무원으로써, 북한 사회 내에서는 나름 엘리트였던 리광득은 그와 그 처자식들이 천막촌생활을 하게 될것이란것에 모욕감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열병걸린 아내가 천막촌 생활을 하게될것을 염려하여 한지광에게 간곡히 말하였다.

“동지, 아무리 그래도 당에서 저희 살곳을 배정해 주지 않겠습네까? 천막 말고 다른곳에 배정될 확률은 정말 없는기요?“

하지만 한지광은 그의 그런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듯,

”자네가 배정될 신형 고층살림집은 몇년 뒤에 완성이네, 배정될것을 기다리게나“ 이 한마디만 남기고 고개를 돌려 인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의 지시아래에 인부들은 집안에서 살림살이들을 다 빼내고, 그 살림살이들은 한곳에 호별로 분리되어 뭉텅이로 쌓여진다. 남녀노소 할것없이 피골이 상접한 이들이 그것들중 자신들의 것을 가지고 터벅터벅 천막촌으로 돌아간다. 아마 약 한시간 전에는 광득의 처와 자식도 그 무리에 껴있을 것이었다. 열병난 처와 아직 어린 자식. 그 둘을 데리고 부정부패 탓에 몇년, 아니 십 몇년이 건설에 걸릴지 예상불가한 아파트를 기다리는것은 무리에 가까웠다. 하지만 광득이라고 마냥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일단은 돌아가 상황을 지켜보며 대안을 찾는것이 좋다 생각하여 천막촌 쪽으로 향하였다.

‘빌어먹을 글장이 같으니라고. 살아서는 일제에 붙어 조선인 고혈을 빨아먹더니, 죽어서까지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위원장동지와 당에 아첨해 우리 고혈을 빨아먹는군기래.‘

감히 교시를 내린 위원장을 원망하진 못하면서도, 리광득씨는 리광수를 모욕하는 욕지거리 내뱉으면서 도로변을 따라 몇백메다 따라갔다. 가다보니 많지도 않은 읍내의 건물이 사라지고 대신 도로와 논밭, 그리고 공터에 허름한 천막 몇개들이 줄지어 서있는것이 보였다. 저녘이라 그런지 천막안에만 사람이 모여있는듯 했지만, 다행히도 리광득씨의 아들, 리광복이 아픈 어미를 대신하여 밥을 짓고 있는것이 보였다. 리광복은 광득을 보자마자 울면서 그를 끌어안았다. 

“아바이! 아바이! 보고싶었습네다!”

평소에는 이렇게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놈이 달려와 앵기는 것을 보고, 광득은 어리둥절하여 그를 자세히 보았다. 보아하니, 그의 옷은 진흙투성이에, 피부에는 멍까지 들어있었다. 광득은 자기 자식의 꼴을 보고,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일이 있었는기야? 군인들이 몰려와서 두들겨 패기라도 하간?“

”그것이 아니라… 아바이, 아까 어마이랑 짐을 지고 올때의 일입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