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다리로,
질퍽이는 진흙을
딛고 서봐야 무얼 알랴.
그 땅을 배로 기는
망둥어들의 부단한 노고를,
두루마길 적시는 오물로 볼 테면
발끝도 애당초 내딛질 말아야지.
이 바닥과 톱니처럼 맞물려
힘껏 몰아칠 파도를 힘 풀 때로 아는,
그들만의 앎에 있어 넌 무지하다.
네가 무너진 모습으로 아는
힘 잃은 두 다리와 부들대는 두 팔이,
그들에겐 나아갈 자세임을 알까.
참으로 학 같은 사람아,
그대 두루마기를 그대 모르게
자색으로 물들이고 싶구나.
그러면, 무얼 묻히고 살던
그 누구도 묻지 않을 덤덤함을
절로 품고 살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