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자칭 대마법사의 수제자가 되었다.


와. 대마법사의 수제자. 존나 멋지잖아.


사실 나도 지나가던 전동킥보드에 치여서 이세계로 전생한 이후 한 달도 안 지난 상태라 이쪽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대충 생긴 걸로만 봐서는 내가 살던 곳하고 비슷하게 생겼다. 이곳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편의점이 있고 치킨집이 있고 대중교통도 있고 스마트폰도 있다.


단지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면상이 아주 조금 더 다채롭게 생겼다 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세계는 미국과 별 다를 바가 없단 말이다.


음. 웰컴 투 아메리카.


그런 상황임에도 '대마법사 칼리브레이' 라는 이름은 애매하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저 양반이 말하는 것과 얼추 비슷했다. 칼리브레이는 거의 신적인 존재였다.


전승에 따르면 그는 우주의 시작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아니, 어쩌면 인류의 시초일 수도 있고. 하지만 이미 시공간을 거스르고 지배할 수 있는 그에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하여튼 우주의 시작과 함께 그는 나타났고, 인류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며 그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했고 여러 존재를 창조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 그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인간들에게 마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칼리브레이란 자는, (출처가 불확실한 전승에 따르자면) 한때 누군가에게서 마법을 배우던 인간 아이에 불과했지만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이후 우주의 시초로 돌아갔고 거기서 인간들에게 마법을 전파했다는 것.


즉 결론적으로 그가 스스로 이 세계의 사람들이 쓰는 마법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타임 패러독스. 머리가 돌아가겠다.


그에 대한 이러한 전승은 여러 가지 판본이 전해져 내려와서 이해하기도 힘들고 하나로 정리하거나 체계화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공통점 정도를 추려내자면 그저 시공간을 지배하는 마법을 쓸 수 있다, 딱 그정도이다.


그가 과거 어떤 존재였든 "대마법사 칼리브레이" 로서 보여준 확실한 행적은 980년 전에 마탑(흔히 판타지 소설에 보이는, 마법사들의 학술연구기관 비슷한 곳이 맞는 것 같더라)이 처음 세워질 당시 이미 전설적인 대마법사로서 초대 마탑주로 추대받았다는 것이고 그 날 이후로 하루도 쉬지 않고 마탑을 경영하다 최근에서야 2대 마탑주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그의 행적은 이 세계에 떨어진 지 한 달밖에 안 된 나도 알고 있는 바였으니 모르면 간첩, 아니 간첩도 아니고 지나가던 똥개만도 못한 무언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칼리브레이라는 이름은 대략 그런 위치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두 가지인 것이다.


미친 사칭범에게서 치킨 튀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던가


아니면 진짜 시공간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신 급 대마법사에게 치킨 튀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던가.


아니 시발 애초에 둘다 치킨 튀기는 거잖아 옘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