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Knechtschaft dauert nur mehr kurze Zeit

예속은 오래 못간다

-호르스트 베셀의 노래




"총통 각하! 하이드리히가 보내온 서신입니다."


"읽어 보게."


"근래에 접어들어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어리석은 불순분자들의 책동이 총통께 순종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까지 침투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소식이 본인의 귀에 들려오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이미 들으셨을 여러 근거없는 소문들을 되풀이하는 듯 하여 실로 송구스럽습니다만 최근에는 몇몇 지역에서 심지어 무장하여 독일에 맞서고자 하는 움직임마저 눈에 띈다고 합니다.

 

각하의 정책에 반대하는 분별없는 몇몇 젊은 당원들의 분열행각과 맞물려, 지금의 이러한 정세는 본인으로 하여금 국가의 장기적인 안보 대책을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본인이 관할 지역의 레지스탕스 무리들을 소탕할 때, 레지스탕스 무리들이 다른 국가판무관들의 관할 하에 있는 다른 지역로 도주하고, 지휘권의 충돌 없이는 그들을 뿌리뽑지 못해 한탄만 뱉었던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만약 이곳 저곳에 흩뿌려진 무장 반군 세력이 조직적으로 연계하여 궐기할 경우, 그들이 이런 레지스탕스들의 선례를 보고 배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 어떤 반란 세력이라 하더라도 이런 운신의 이점을 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최악의 경우 이는 우리들의 파멸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상당한 수의 시민들이 각하께서 영도하시는 신질서를 거부하고 나선다면, 현재 각하께서 대단한 속도로 증축하고 계신 독일 국방군이라고 할지라도 전 영토를 아우를 수 있는 안보력을 보장해 줄 수는 없으리라 예측됩니다. 모든 지역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만한 수의 병력을 확보하는데는 아직 수년, 어쩌면 수십년이 걸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본인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을 고려하심에 있어 각하께서 참고해 주십사 하는 몇가지를 상신하는 바입니다.

 

반란 세력이 궐기하여 뿌리를 내리기 전에 쳐 낼수 있도록 신속한 대응 체제의 확립을 위하여, 각 국가판무관부를 통합한 SS 국가의 설치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는 반란 세력이 출현한 점령지를 포함한 민정 지역을 통합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SS 국가는 현 행정구역들의 영역을 고려하지 않은채로 설치될 것입니다. 기존의 구식 정치논리에 구애됨 없이 무장친위대는 아직 세력이 불어나기 전의 불온 세력을 퇴치할 수 있습니다. 산발적으로 발발하는 불온 세력들에 대한 대처가, 그들이 단일화되어 일정한 조직체로 활동할 때의 그것보다 훨씬 용이하리라 생각합니다. 

 

SS 국가의 지휘권은 각하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오직 하나의 인물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직접 각하께 보고함으로써, 국방군 장교들과 중앙 당원들의 정치적 속셈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지연을 회피 할 수 있습니다.

 

반란의 보고를 받는 즉시 군이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SS 국가를 관할하는 무장친위대는 고도로 고속화, 기계화, 자동화된 군대입니다. 군대는 이를 통해 반란 세력으로써는 불가능한 속도로 군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무력으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이 이끌어내는 공포를 통해 통치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힘을 적절하게 운용한다면, 우리는 몇 안되는 본보기만으로도 수천만 명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상징성이 있는 몇개의 국가와 도시를 본보기로 삼아야 할테고, 그들에게 떨어질 징벌은 우리의 통제하에 있는 선전매체에 의해 알려질 것입니다.


총통 각하, 각하의 신질서에는 민중에게 경외받고, 또한 공포에 잠기게 할 단 하나의 확고한, 절대적인 상징이 필요하다는 것이 본인의 오랜 결의입니다. 평범한 시민은 수를 계산하지도 않고 어림잡을 수도 없습니다. 군대의 유효성은, 실질적인 화력의 수치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규모입니다. 민중들은 우리의 군대와 그에 맞서려 모일 군대들의 규모를 비교하게 되면, 더 이상 맞선다는 생각 자체를 자살행위로 간주하게 되어 전술적으로 생각하길 포기합니다.


평범한 민중은 논리적 분석보다는 상징성을 위주로 생각하며, 이러한 민중의 생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비교할 수 있을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그 어떤 적이라도 대항할 수 없는 초대규모의 병기를 이 세계에 내놓게 된다면, 그 병기는 조국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이 무기는 한 나라 전체를 무력화하고 거대한 도시들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무기가 새겨넣을 공포는 각하께서 대독일국의 절대적인 지배를 하시는데 충분할 것입니다. 


총통께서 직접 각 지역의 지배권을 행사하실 수 있게 된다면, 당과 정부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구시대의 마지막 잔재를 청소하시고, 공포로, 우리의 궁극의 무력이 자아내는 공포로 지배하십시오.

본인은 총통 각하께서 말씀만 내리신다면 곧장 이 일에 착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일 히틀러."


총통이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내려놓았다. "두려움... 두려움만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인가?" 흐릿해진 총통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각하! 말도 안됩니다! 대중들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습니다. 공포의 수위는 끊임없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막대한 자원과 재정을 쏟아 부어서 병기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국민들이 결국 더 반항하게 되고 급진적인 반란군들이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들을 내리치는 채찍은 저항을 가속화하고 국가사회주의를 붕괴시킬 것입니다! 그들이 반란군 놈들에게 분노와 증오를 가지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괴벨스가 항변했다.


"SS 대원들이 과거에는 소속과 충성의 상대가 제각기 달랐지만, 이제는 모두가 번창하는 독일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하나의 존재를 섬기겠지. 안 그런가? 


이런 행동들은 단지 게르만 족을 침략하려거나, 노예로 삼으려거나, 정치적 불만을 심으려는 자들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거야. 응?"


"각하! 간악한 SS의 개수작에 속을 인간이셨습니까? 하이드리히? 다른 자들도 아니고 힘러가? SS가 각하를 실각시킬 수 있는 군벌이 되는 것이며, 분명히 각하에게 대들려는 음모입니다! 


...더러운 기분이 들지 않으시나 보군요! 국가사회주의도 이해하지 못하는 골빈 자들이 결국 우리를 파멸시킬겁니다." 선전장관이 맞받아친다.


"닥쳐! 요제프! 이건 명령이다! 대체 네가 뭐라고,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해? 장관들이란 게 죄다 하찮은 놈들에, 믿을 수 없는 겁쟁이 나부랭이들이야!" 

총통이 분노하여 장관을 꾸짖었다. 총통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아는 보어만은 입을 다문다.


요즘 부쩍 쇠약해진 총통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분노해서 날뛰며 측근들과도 다투는 일이 잦았다. 밤중에 마구 권총을 쏴대고 맘에 들지 않는 부하의 얼굴에 극히 중요한 서류를 집어던지는 바람에 비서들의 걱정도 깊어만 갔다.


"..." "..."

총통이 잠시 방 안을 돌아봤다. 모두가 그의 다음 행동에 시선을 집중했다.


총통은 펜을 꺼내 독수리가 새겨진 종이에 이렇게 적어내려갔다.


삶은 나약함을 용서하지 않는다. 인간성이라고 하는 건 다 종교적인 헛소리일 뿐이다. 자비라는 건 원죄이다. 약자에게 자비를 가진다면 자연의 섭리에 벗어나는 것이다!


'하이드리히, 어떻게 바꾸든지 최선이라고 믿겠네, A.H.'


괴벨스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 이제 독일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다. 히틀러를 무너뜨릴 업화가 유럽 전역에서 벌떼처럼 떨쳐 일어날 것이다. 유대인과 공산주의자에게 향했던 대중의 증오심이 국가를 향하고, 그들은 모두 악랄한 범죄자가 될 것이었다. 


오늘따라 심각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는 대중집회에서 연설하는 그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는 품 안에서 작은 놋 상자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