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이번에 대구 쪽으로 발령이 나서 우리 모두 그 쪽으로 이사가야 한단다."

성남에서 살던 나에게 그 말이 들린 것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에 막 올라가던 때였다.

태어난 이후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도시를 나는 처음으로 떠나게 되었다.

최초의 친구들과의 이별.

고등학교에 올라와도 초등학교 동창은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마지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고 이삿날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대구에서 살게되었고, 난 대구에 있는 역사가 오래된 신계고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신계고등학교의 역사는 가히 100년이나 되었대. 명문 학교 취급을 받나봐."

학교로 가던 중 차에서 엄마는 이 말을 시작으로 학교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문득 내 눈이 반짝인 것 같았다.

그 정도로 학교 건물이 오래되고 역사도 긴 학교면...

괴담도... 있지 않을까.

벌써 그 곳에 가면 할 일이 추가되었다.

반 아이들과 익숙해지고 친해지자마자 괴담을 물어보기.

내가 신계고에서 기대할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5월.

학생들의 얼굴이 많이 익숙해지고 이름도 거의 다 외웠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와 관련된 말을 꺼내기만 해도 아이들을 고개를 돌린다는 것이다.


"야, 신계고등학교가 역사가 거의 100년이라면서. 학교건물도 꽤 오래되었고."

"어,그런데?"

"그러면 혹시 무서운 이야기도 하나쯤은..."

그러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 아이도 자리를 떴다.

피하는 듯이. '괴담'이라는 말이 세균이라도 되는 듯이.

15명째쯤에서 나는 그만두었다.

학생들은 왜인지 모르게 괴담을 피하고, 공포적인 요소를 피하고 있었다.

나는 학생들에게의 조사를 포기했다.

대신, 이 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한 선생님께 물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내가 왜 이렇게 집착하나 궁금해하겠지. 

하지만 난 그만큼 무언가의 소재에 집착하는것을 좋아한다.

그 때문에 난 지난 1년간 괴담에 집착하고 있었다.

온갓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앱은 다운받아봤고,

온갓 무서운 애니메이션이나 방송을 보았다.

무서운 것이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어떤 한 것에 집중하면 바로 파고드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앞으로 몇년간은 난 이 주제로 계속 취미생활을 보낼 것 같다.

괜잖다. 무서운 무언가는 끊임없이 나오니까.


첫 대상자는 학교에 20년 정도 일하셨다는 체육 선생님이었다.

인우환 선생님. 60대 쯤 되신 것 같았다.

한 번에 답이 나왔다.

"그래, 학생들이 모두 그 이야기만 나오면 대답을 피하지? 아마 그럴게다.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가 듣고 싶으면, 모레 금요일날 9시에 3층의 수학교실에 가 봐라.

내가 너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7명을 불러주지.

물론 우리 학교에도 7대 불가사의가 있단다. 하지만 많이 알고 있지는 않지.

불가사의를 각각 알고 있는 학생이 다르다는 거다.

그러므로 불가사의를 알고 있는 7명을 내가 불러주마. 그들에게서 이야기를 듣거라."


문득 나는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런데 왜 이 학교의 학생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기피하는 거죠? 해충처럼...."

인우환 선생님은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그건 7대 불가사의를 모두 듣고 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거다...."


5월 10일 금요일.

난 수학교실 문의 앞에 섰다.

오늘 날씨는 어두침침한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려 언제 비가 쏟아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불어오는 바람도 습기가 가득해서 피부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에는 딱 좋은 날이다.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교실 문을 여니 12개의 눈이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교실 가운데에 놓아둔 거대한 테이블을 둘러싸듯이 6명의 남학생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너무나도 조용해서 교실의 문을 열 때까지 아무도 없는 줄 알았을 정도였다.
여섯 명은 나를 확인하고는 테이블의 한점을 주목하듯 고개를 떨궜다.
내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학교가 커서 같은 학년이라도 모르는 얼굴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모여있는 6명도 분위기를 보아하니 서로 모르는 듯 하다.


잠깐? 6명?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7명을 불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직 한 명은 오지 않았단 말인가.
나는 일단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불편한 무언의 시간이 지나간다.
내가 얘기하면 되겠지만 왠지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모두 아래를 바라보며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와야하는 7번째 사람은 전혀 올 기척이 없다.
그저 시간만 흘러간다.


이 상태로 계속 있어봐야 방법은 없다.
"....저기 여러분. 바쁜데 모여주신 것 같으니 슬슬 시작하려고 합니다만."
나는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7명이 온다고 했는데 네가 7번째냐? 아니면 네가 괴담을 듣기 위해 우리를 불렀다는 전학생이냐?"
1명이 고개를 숙인 그대로 눈만 날 바라보며 말했다.
뭐 이렇게 음침한 사람이 다 있어.
나는 이 사람이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등골이 싸늘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괴담을 들려주기 위한 분위기 메이킹일 지도 모르지만.


"네. 저는 2달쯤 전에 전학 온 2학년 3반의 차주영이라고 합니다.
인우환 선생님께 부탁해 여러분을 부르게 된 사람입니다.

제 호기심 하나 채워주려고 모여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답하자 모두 말 없이 수긍했다.

중간에 히죽 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이후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저기. 어떻습니까? 이대로 기다려도 소용이 없을 것 같으니 슬슬 시작하면 어떨까요."
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괜찮아요."
한 사람이 말하고 남은 사람들은 천천히 수긍했다.
대체 그들은 어떤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 것인가?
부실의 공기가 묘하게 무겁게 어깨를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나 뿐일까.
뭔가 정체 모를 기분나쁜 뭔가가 여기 있고, 뭔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그런 말로 표현 못할 공포를 느끼게 하는 뭔가가 여기에 있다.
어째서일까.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숨 쉬는 것 조차 괴롭게 느껴진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나는 그런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시작하죠."
7번째 사람은 오지 않은 채, 모여있는 6명의 괴담회가 시작됐다.

그럼, 누구의 이야기를 먼저 들을까?


1. 신정석

2. 이형건

3. 허연성

4. 민기원

5. 김유한

6. 서시영


(<전학생, 괴담을 듣다>는 댓글의 대답을 반영하는 참여소설입니다.

여러분이 댓글로 해 주시는 대답을 투표로 모아 대답을 정하는 식입니다.

그러니 누구의 이야기를 들을지, 댓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