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우리 둘 다 같은 여인숙에 머무르면서 꽤 친해졌고, 군대에 들어가서 대략 1년 간 훈련을 한 후에는 꽤 쓸만한 군인이 되었단다. 그 다음 해에는 둘 다 나란히 척탄병이 될 수 있었고 말이야.


그러던 중 전쟁이 터졌지.


이유가 뭐냐고? 좋아, 이것 또한 솔직히 말하겠다. 모른다. 나는 군인이 굳이 나라의 모든 일과 나라 밖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거든. 군인이라면 그 시간에 자신을 수련하는 데 쓰는 게 좀 더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했지.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고 말이야. 하지만 루이스는 달랐어. 러시아가 배신을 했다느니 어쩌니, 화를 길길이 내면서 함께 쓰는 막사 안을 정신없이 걸어다니며 화를 냈거든. ? 난 그때 침대에 누워서 칼을 닦고 있었단다.


아무튼, 우리는 전쟁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어. 척탄병은 사람을 칼로 베거나 창으로 찌르진 않지만, 황제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은 인물들이니까.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서 총을 쏘는 적의 코앞에 수류탄을 던지기 위해선 맨 앞에서 공격을 시도했어야만 했지. 무섭지 않았냐고? 난 무섭지 않았어, 죽어도 가족들에겐 보상금이 충분히 나오게 될 테니 두려운 건 없었어. 루이스 또한 무서울 게 없었지. 그에겐 언제나 그를 먼저 생각하는 가족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먼저 생각할 애인 하나 없이 마음속을 나폴레옹 황제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했으니 말이야. 그를 위해 죽는 일은 그에게 가장 명예롭게 죽는 일었을 거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 전쟁이니, 모두가 각지에서 찾아온 가족들과 마지막 입맞춤을 나눈 뒤, 러시아로 떠났지


날씨는 춥고,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단다. 눈이 덮인 산맥을 말을 타고 오르기란 쉽지 않았고, 미끄러져서 사라지거나 죽은 병사들도 한둘이 아니었는데다가, 우리 군대의 군복은 눈에 너무 잘 띄었어. 내가 새였다면, 아마 눈 위에 누군가가 거대한 프랑스 국기를 펼쳐 놓은 줄로만 알고 그 위에 앉았을 테다


전투는 어땠냐고? 상상과는 너무나도 달랐어. 내가 공격을 하는 건 지금까지 수백 번, 수천 번 상상해왔던 것처럼 쉬웠지. 하지만 내 뒤에서 총을 맞고 죽어가는 병사들을 줄이는 건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었어. 전장의 하얀 눈들은 재빠르게 핏빛으로 물들었고, 우리의 앞뒤에서는 신음소리를 내며 식어가는 살과 피들로 가득했지. 나와 루이스는 만에 하나, 우리 황제가 후퇴 명령을 내린다 해도 우리의 몸보다 그 분의 몸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목표니까, 적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수류탄을 던졌지만 눈 위에 수류탄을 던진다는 건 땅 위에서와 천차만별이었어. 와중에 루이스의 왼팔에 총알이 스쳐지나가고, 루이스 또한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단다. 정말 어지러움과 혼돈 그 자체였지. 상대편 척탄병에 내 발치에서 겨우 7피트정도 떨어진 곳에 수류탄을 던지기 전까진


정신을 차려보니, 러시아 군인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더구나. 나는 충격파로 쓰러졌고, 다행히도 몸에 상처는 전혀 없었지. 프랑스군은 이미 후퇴한 뒤였어. 우리 황제는 몸을 잘 보존하셨을까, 그 생각부터 들더구나. 러시아 군인들은 살아 있는 병사를 몇 명 더 일으켜, 아니 거의 눈 덮인 땅에서 주워서, 자신들의 감옥으로 끌고 갔어. 루이스 또한 그곳에 있었지


나와 루이스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그런 운명이었나 보다. 같은 옥방 안에서, 우리는 포로로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지. 루이스는 잠을 자고, 상처를 부여잡고 신음을 참다가, 밥을 먹고 잠들기를 반복했어. 그 용맹했던 프랑스의 푸른 하늘같은 눈은 빛을 잃었고, 내 고향의 잘 익은 밀 이삭 같았던 금발 또한 색이 바래버렸지. 언제나 용감히 할 말을 신중히 고르던 그 입술은 열리지 않았고 말이야. 간간히 간수들이 서로에게 주고받는 이야기로 전쟁과 황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간수들은 우리 옥방만 자물쇠로 잠군 게 아니라 자기들 입까지도 자물쇠로 튼튼하게 봉인해뒀나 보더라


아무튼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를 더 잡아둬봤자 밥만 축낼 뿐이지 얻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우리를 풀어줬어. 그때까지 살아있던 사람은 고작 스무 명이 될까말까 했고, 그 중 부상이 덧나서 움직이지도 못하던 사람이 일곱 명이 넘었단다. 몇몇 사람들은 러시아의 군인으로 들어갈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난 집에 아이들과 아내가 기다렸잖니. 루이스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서 그의 오른팔을 내 어깨에 걸고 프랑스로 걸음을 옮겼지


밤에는 사람들의 집이나 빈 마구간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계속해서 걸어다녔지. 루이스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를 거의 억지로라도 끌고 갔단다. 그에게도 그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