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페메를 보내고 난 후 몇일이 지났었을까, 현성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학교도 계속 지각하고 내 옆자리 인데도 눈한번 마주쳐 주지 않고. 슬슬 건방져보인다. 이 녀석은 도대체 왜이럴까. 날 먼저 꼬셔놓고 결국에는 자기가 내 뺀다. 난 낯뜨거운 날들을 보냈었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평소 같으면 공부를 하고있어야 겠지만 오늘은 하고싶지 않았었다. 그래서 폰을 들고 누워서 유튜브만 보고 있었다. "띵" 페메가 왔다. 챗 헤드가 뜨자 난 놀랐다. 챗 헤드에는 현성이의 프로필 사진이 분명히 나와있었다. 난 왠지모를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나 챗 헤드를 누르고 나서야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공원, 2시] 현성이는 그렇게 페메를 남겨두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혹시나 가면 뭐라고 말할까. 또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시만. 지금 시간이.. 1시 40분?? 어 뭐야.. 어... 난 공황상태에 빠졌다. '아.. 늦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친구사이에 늦어도 어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난 그냥 기름진 쉰내나는 머리를 조금 넘기고 캡을 썼다. 그리고 대충 차려입고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그리고 공원으로 갔다. 사실 어느 공원인지는 상관없다. 항상 놀던 공원에 걔가 있는게 틀림없으니까. 다행히 먼 거리에 있던건 아니라 금방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난 현성이를 찾아 어슬렁 거리다가 그냥 전화를 걸었다.


"나 도착했어. 어디야?"

"언덕으로 올라와"

[끊어짐]


이런 이상한 놈이 다있나.. 하는 한편 군말없이 난 언덕 위를 올랐다. 요즘 운동을 안하고 사니까 작은 언덕 하나 오르는 것도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만큼 힘들었다. '하.. 이제 다 올라왔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꽤나 볼만했다. 이제 걔를 찾을 시간인데.. 하는 순간 멀대같은 주황머리 남자가 멀리 눈에 들어왔다. 현성이다. 걔도 날 바라보더니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왔다. 서로 몇걸음씩 걸었을까, 15m, 10m, 5m, 3m...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왜부른거야." 약간 묵직하게 물어봤다.

현성이는 대답도 안하고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왜 부른거냐고?"

현성이가 갑자기 내게로 다가온다. 나보다 몸집이 훨씬 큰 사람이 다가오자 난 자연스럽게 뒷걸음질 쳤다. 현성이는 그래도 계속 나에게 다가왔다. 정확히는 내 뒤로 갈려고 했다. 결국 걔가 내 팔을 잡고서는 날 살살 밀었다. 그러더니 내 뒤로 가서 한쪽팔으로 내 목과 어깨에 살짝 걸치더니 다른쪽 손으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현성이는 내 손을 잡아 올리고는 무언가를 내 손가락에 끼워줬다. 그건 반지였다. 어.. 현성이가 갑자기 날 껴안는다.


"미안해. 그동안 너 무시해서.. 나 너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이 나쁜새끼.."

"어....?"

내가 먼저 현성이의 입에 내 입을 갖다 대었다. 어찌나 키가 큰지 까치발을 들고서야 입을 갖다 댈수 있었다. 내가 먼저 입을 맞추자 현성이가 더 세게 답해주었다.


현성이가 갑자기 날 외진곳으로로 끌고갔다. 그러더니 날 갑자기 놓아주고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살금살금 나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내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가슴에 손을 대더니 또 허벅지를 만지고는 얼굴을 나에게 더 가까이 내밀었다. 근데 잠시만.. 여기 밖이잖아! 이제야 그걸 깨달았다. 우린 사람들이 꽤나 다니는 공원 한복판에서 그 짓거리를 한거다. 점점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누가 본건 아닐까.. 난 또 본능적으로 현성이를 밀쳤다. 그리고 도망칠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