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또 몇 날 며칠을 걸어 프로이센의 국경쯤에 다다랐을 때였어. 국경을 지키는 프로이센 군인들이 물어보더구나.

프랑스 군인이시오?”

, 그렇소.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있다가 드디어 그리운 고국 땅을 밟으러 가는 중입니다.”

나폴레옹을 위해 싸웠겠구만. 안타깝지만 그 황제는 포로가 되었소.”

 

루이스의 눈이 커지더니 그제서야 겨우 입을 열더구나.


뭐라 하였소?”

말 그대로요. 나폴레옹은 러시아에서 돌아온 후에 죄인이 되었다오. 큰 충격이겠지, 그를 위해 싸웠던 군인들에게는. 아무튼 지나가시오. 꼭 고국으로 돌아가길 바라오.”


루이스는 프로이센 국경을 지나고, 프랑스 땅에 가까워질 때까지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단다. 아마도 그에겐 큰 충격이었을 거야.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어. 그렇게 용맹했던 황제가, 간간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인사와 안부를 주고받았던 황제가


이젠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건 우리 둘 모두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지


프랑스 국경을 밟은 순간, 루이스와 나는 둘다 무너지듯이 쓰러지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지.


드디어 도착했네, 드디어 도착했어. 우리의 고국인 프랑스에 도착했다고.”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가 섬기던 우리의 황제는 이곳에 없지 않은가....”

 

그 말에 대한 대답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단다. 루이스에게 황제를 잃은 슬픔은 부모를 잃은 슬픔보다도 컸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다였지

 

황제 대신 누구보다도 우릴 기다리고 있을 가족과, 따뜻한 저녁식사와, 자네를 치료해줄 약이 있지. 어서 빨리 자네 집으로 먼저 가세. 난 아픈 곳이 없으니 자네부터 데려다 줄 수 있어.”

아니, 자네는 자네 집으로 가게. 난 얼마 못가 죽게 될 것이 분명해.”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당장 일어나세, 갈 땐 가더라도 부모님 얼굴은 뵙고 가야 할 것 아닌가?”

 

루이스는 내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애써 얼굴에 띄우더니 말했어

 

형제여, 내 소원을 꼭 들어주게나. 내가 죽으면 말이지, 척탄병의 군복을 수선해서 다시 입혀 주고, 가슴에는 훈장을 달고, 총과 칼을 허리에 채워준 다음, 손에는 꼭 수류탄을 쥐어주게나. 반복해 보시게.”

그만 좀 하게! 자넨 살 수 있어,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오로지 사는 길이네!”

수선한 군복에 훈장, , , 수류탄. 모두 새것으로 해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