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었지, 어쩔 수 없었었지, 어쩔 수 없었겠지. 


그러나 그의 잘못이겠지, 그러나 그도 사실은 선하게 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

어쩌면.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면, 그는 죄인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

그것은 이 사회의 탓인가. 이 사회를 만든 그들의 탓인가.  

나도 혐오 아닌 사랑을 하고 싶었다. 따듯한 말이 듣고 싶었다.
내 몫을 해낼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신들이 마땅히 누렸지만, 이어줘야 할 의무를 방치했기에. 
우리는 희망을 잃고 울며 통곡하였고, 당신들은 그런 우리의 모습에 만족했다. 


젊은이의 삶을, 법을 만드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런 사회는 불쾌한 조소를 지으며. 너가 우리를 마음껏 미워해라- 할 뿐이었지. 


그렇다고 네가 집단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개인은

그것도, 볼품없고, 초라하고,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사회에게 낙인 찍힌 개인.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울었다. 아,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그들은, 우는 이들이 매몰찬 겨울 바람에 살이 서스러질 때에도

사회를 제정하여 명명하는 이들은, 모두가 사회이노라 말하고는

결국 편히 자신들의 배만 불리었다.


당신들 때문에, 그랬던 거야. 나 혼자만의 잘못이라 여겼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같은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던 거야. 그제서야 알았다. 

너희들이 악이었다. 


우리는 이제 집단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늦기 전에 너희를 마음껏 미워할 것이다.


경찰들은 죽음이 두려워 도망치고, 군인들 또한 수가 줄어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였지

거리는 불에 타고, 매일 밤마다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이 광기는 모두 너희의 탓이니. 너희가 전부 사라지고 나서야 이 폭주가 멈출 것이다.

별 것 없었다. 백만금을 준들, 이제 돈은 필요 없으니까. 필요했던 시기는 지났으니까.


늙은 이들이 강을 가로지르는 배를 타고 떠나기 직전에. 아직 늦기 전에. 

분노한 사람들, 수십개의 손이 그들 위의 사람들을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자기 멋대로들 연극을 시작한다. 터무니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초한 것이었다.


분노한 시민들, 화형대에 선 전 관리인.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어짜피 죽어야 할 목숨이라면, 통쾌하기라도 해야지. 


당신들이 우리에게 미래를 빼앗아간 답례로, 최대한의 고통을 늘여 선물해주겠다.

지금까지 당신들의 행복이 우리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제는 그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확실히 받아가겠다.

당신이 파산하기 전까지. 이윽고 비명이 들렸다. 


사명을 마친 우리는

다 타버린 도시와, 몇 남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나라가 실패한 증인, 죄인, 피해자이자 가해자. 복수자. 단죄자. 쓰레기들..

복잡하게 얽히고 더럽힌 우리는 다같이, 그래. 나름 재밌었어. 이 정도는 했어야지. -청산을 마치곤 다같이 영수증을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