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3000년쯤 후 인류가 다 멸종한 다음에 살아남은 유일한 생물종은 곤충밖에 없었다. 최고의 적이 사라진 모기들에게 닥친 또다른 위기는 최고의 먹이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종족의 번식을 위해 어떻게든 암컷이 먹을 영양이 풍부한 먹이를 찾기 위해서 그들은 닥치는 대로 길가의 곤충을 잡아서 먹어보는 실험을 시작했다. 

여기 어두운 방의 실험대에 눈이 가려진 채로 묶여져 있는 딱정벌레가 한 마리 있다. 어두운 방의 불을 켜고, 어린 모기 한 마리가 손을 떨며 들어가다가 결심한 듯이 고개를 펴고 발버둥치는 딱정벌레의 안대를 벗겼다. 

 "이왕 살고 가는 김에, 너 그 한 몸 우리한테 바치는 걸로 하자. 동의하지?" 

이름모를 그 딱정벌레는 모기들의 힘과 절박함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몸을 파들파들 떨며 겁에 질린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였다. 모기 또한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딱정벌레의 허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드...들어간다!!!" 
 "조금만...살살...해주세요..." 
 "그런 말 해봤자 소용없어. 너도 결국 마지막엔 고통 없이 가버릴 테니." 

가차없이 주둥이를 한번에 꽂아버린 모기는 심호흡하며 숨을 골랐다. 부드럽고 따뜻한 곤충의 아랫배는 새어나오는 채액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읏....흣....너무 센데....살살 빨아줘요, 제발. " 
 "내 알 바냐? 말했잖아, 결국엔 너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모기의 주둥이는 일주일동안 굶기라도 한 듯이 곤충의 배를 훑으며 여기저기 탐닉해왔다. 그렇게 주둥이를 움직이기가 5분 정도 되자, 딱정벌레의 눈은 완전히 초점을 잃었다. 실험실은 딱정벌레의 연이은 신음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모기의 호흡으로 가득찼다. 

 "생각보다 양이 많네. 원래 이쯤이면 쇼크가 왔어야 하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딱정벌레의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인간세상의 모텔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온갖 신음소리가 실험실 안에 울려퍼졌다. 

 "(자체검열(*하다하다 더러워서 못 쓰는 건 처음))"
 
쇼크가 끝난 뒤의 곤충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기에 모기는 주둥이를 빼고 끝에 묻어있는 샘플은 병에 옮겨담았다. 딱정벌레는 체액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 되어있었다. 숨을 몰아쉬는 딱정벌레의 앞에서 모기는 처음으로 해냈다는, 딱정벌레를 저 세상으로 가게 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흑..."
 "뭐, 다른 종들에 비해 그리 나쁘진 않은데..."
 "헉...헉..."
 "너희 종은 너무 촉촉해. 물이 많구먼."

인간과 비슷하게, 임신 중의 모기들은 완벽주의자였다. 인간의 피와 적당히 비슷한 뭔가를 바쳤고 그게 산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무언가의 목숨 대신 결혼한 남편 모기들의 목숨이 위태롭기에 최대한 깐깐하게 실험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기록은 해둬야지. 너희 종의 이름은 뭐지?" 

 "....ㅇ" 
 "뭐?" 
 

 "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