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이 보여요."

"환자분, 저건 천사가 아닙니다. 그저 하얀 커튼이죠."

"아닙니다, 틀림없이 천사에요."

크리스마스 이브 날,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한 늙은 노인이 침대에 누워 힘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족들은 벌써 몇년 째 그를 찾아오지 않고있다.

그는 그저 작은 요양원에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내 아들이 보고 싶어요."

"..."

"아니다, 어차피 오지도 않을 놈 타령해서 뭐 합니까."

"언젠간 올겁니다."

"그만 하세요. 괜한 희망 주지 마시고."

그는 구름 잔뜩 끼인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분명 마음은 아버님을 생각하시고 있을 거에요."

허나, 그 노인은 들은 체도 없이 잠들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그 눈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졸고 있는 간호사의 쪽잠을 깨운건 다름아닌 노크소리였다.

"무슨 일이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만, 102호실 환자 아들인데요,

제가 선물을 좀 가져왔는데 일이 바빠서 혹시 갖다 주실수 있나요?"

머리에 눈을 잔뜩 맞은 남자가 피로에 찌든 표정으로 선물상자를 건넸다.

"좀 들어오셔서 얼굴 좀 뵈세요. 아드님을 보고싶어 하시던데."

남자가 힘없이 말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려면 시간이 아무래도 부족해서요. 죄송하다는 말씀좀 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남자는 급하게 문을 닫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간호사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잠이 들었다.


꿈 속에 한 남자가 울고있었다.

남자의 앞에는 묘비 하나가 있었고

남자가 흘린 눈물이 너무 많아

자신도 어딘가로 휩쓸렸다.

"헉!"

간호사는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장 102호실로 갔다.

"삐-삐-"

간호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끼이이익....

"저기요 혹시 아버지 계신가요?"

아까 그의 아들이었다.

간호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이젠 멀리 떠나셨어요."

아들은 곧 울것같은 표정으로 방에 들어섰다.

"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몸을 마구 흔들어댔지만 힘없이 이리저리 축 늘어질뿐이었다.

간호사는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차디찬 환자의 몸 위에 두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했다.

평소 종교를 믿지 않는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제발...제발 이분이 아들을 볼수있게 해주세요.'

그러자 어딘가 밝아지는 느낌을 받아 눈을 떴다.

'이...이럴수가...'

방금 전까지도 그저 하얀 커튼이었던게 지금은 날개가 달린 천사로 변했다.

"무엇을 원하는가?"

"제...제발 이 환자분을 살려주셔서 아드님을 볼수있게 해주세요..."

천사는 싱긋 웃으며 다시 사라져 그대로 커튼이 되었다.

간호사는 맥이 빠졌다.

'아 나도 환각을 보았구나.'

"삐-삐-"

"......."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기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곧이어 두 손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간호사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윽고, 감겼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아...들아..."

"아버지?"

"아들아."

"아버지!!!!!"

"아버지 제가 죄송해요!"

"아들아!!!"

"아버지!!!"

간호사는 눈이 내리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밖에는 아까 봤던 천사가 있었다.

천사는 여전히 싱긋 웃으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다음날 아짐, 102호실 환자는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