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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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그것의 소형차 만한 기계 팔이 지원을 향해 발사되었다. 지원은 몸을 던졌고, 기계 팔은 방금 전까지 지원이 있던 자리를 지나 뒤편 벽에 굉음과 함께 처박혔다. 벽에 큼직한 균열이 일자, 그것은 다시 기계 팔을 거두었다. 지원이 급히 쇠사슬에 총을 갈겼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빨리 도와줘! 도저히 저걸 이길 자신이 없다고!”


그것이 팔을 세차게 휘두르자, 기계손이 같이 빠져나와 채찍처럼 허공을 갈랐다. 지원은 자신이 어떻게 공격을 피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격하게 몸을 던지길 반복하다 놈의 관절부위를 집중 사격했다. 그러나 그조차 통하지 않았다.


한편, 조 씨는 알리사와 함께 콘솔을 계속 살피고 있었으며 인호는 지원이 떨어진 바닥을 여는 방법이 없는 지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 미세스 리! 우리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모르겠어요. 보안 코드가 너무 복잡해요. 라면도 이렇게 복잡하게 꼬여있지는 않다고요. 마치 고의적으로 꼬아 둔 것처럼…”


레나가 말했다.


“잠시만, 비켜 봐.”


세 사람이 기기와 씨름하는 동안, 지원은 곡예에 가까운 회피를 반복하며 그것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원은 간신히 기계 팔을 피했다.


“아직 멀었어?! 저 새끼한텐 총알도 안 박힌다고!”


지원의 총탄이 쇠사슬의 연결부위에 맞았지만, 금속이 울리는 소리를 낼 뿐 그것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공격을 계속했다.


“차라리 저걸 해킹해! 조금이라도 멈추게 해 봐!”


알리사가 답했다.


“불가능해요. 기업 연구원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방호처리가 완벽하거든요. 아마 눈 앞에서 EMP가 터져도 버틸 거예요.”


“말이라도 좀 희망을 주…”


그 순간, 지원은 미쳐 자신에게 날아든 기계 팔을 피하지 못했다. 지원은 그대로 공격에 맞아 반대편 벽에 부딪혔고, 곧바로 기계 팔이 그녀를 결박했다. 지원은 탈출하려 했으나, 기계 팔은 더욱 강하게 그녀를 붙들었다.


“아직… 멀었어?!”


조 씨가 소리쳤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그때, 천장이 조금 열렸다. 인호가 마침내 조금이나마 지붕을 연 것이었다.


“됐다! 이거나 먹어라!!”


인호의 총이 놈의 머리를 겨누더니, 그대로 총탄을 발사했다. 총탄이 정확히 놈의 관자놀이 쪽을 강타하자, 그제야 충격을 받은 듯 고개를 휘청이더니 인호 쪽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지원 역시 집게 같은 기계 팔을 양 손으로 각각 붙잡더니 온 힘을 다해 밀어냈다. 당연히 엄청난 압력이 반대로 지원의 양 손을 짓눌렀지만, 지원은 이가 부서져라 악물더니 가래가 끓는 듯한 괴성과 함께 기계 팔을 밀어내고야 말았다. 지원이 놈의 결박에서 풀려나고, 기계 팔은 다시 놈에게 돌아갔다. 놈은 평소보다 더욱 뒤로 젖혀진 손을 바라보더니 몇번 접었다가 피길 반복하며 원래대로 돌렸다. 이전보다는 헐거워 보였지만.


“아직 멀었어?!”


“거의 다 됐어요. 조금만 더 버텨요.”


인호는 계속해서 총을 쐈지만, 놈은 가벼운 충격만 받을 뿐 피해를 입지는 않고 있었다. 게다가 놈은 기계 팔이 제대로 접혀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는지 그대로 팔을 뒤로 젖히더니 채찍처럼 휘둘렀다. 지원은 간신히 몸을 던져 그것을 피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허리가 날아갔을 거야… 대체…”


그 순간, 지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황당하고, 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무모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어! 언제나 그랬듯 도박이다!’


또다시 놈은 기계 팔을 휘두르려 들었다. 인호의 총은 여전히 효과가 없었지만, 지원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는 주먹을 털었다.


“그러니까… 원 펀치 암즈 리미터가… 이거다.”


지원이 팔의 리미터를 풀자 경고문구가 그녀를 반겼다.


‘경고, 본인과 사이버웨어에 큰 부하를 일으킵니다. 그래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선택지 고를 시간 없어.”


마침내 리미터가 풀리고, 지원은 팔이 자기 몸 전체를 모두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고선 얼굴을 찌푸렸다.


“더럽게 기분 나쁘네… 하지만, 도박 좀… 해볼까?”


곧바로 놈의 기계 팔이 엄청난 속도로 지원에게 날아들자, 지원은 자세를 잡았다.


‘이판사판이다!’


지원이 주먹을 뻗는 순간, 금속끼리 부딪히는 굉음이 울려퍼지면서 지원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지원이 뒤편 벽에 부딪혀 쓰러지자, 인호는 매우 당황했다.


“누님!”


다행히, 지원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바닥을 짚으려 내민 오른손은 허공을 휘두를 뿐이었다. 주먹을 내지른 오른팔의 사이버웨어가 산산조각 나 팔꿈치 아래로 새카만 인공뼈 일부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지원은 급히 왼팔로 바닥을 딛고 일어나 놈을 노려보았다. 소형차 만한 기계 팔 역시 바닥에 처박혀 있었으며, 지원의 주먹이 부딪혔던 자리를 중심으로 방사형 균열이 나 있었다.


“정지…한 건가?”


그 순간, 다시 놈은 파란 인공 눈을 번뜩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계 팔이 큰 피해를 입은 건지 다시 회수하지는 않았지만, 지원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기, 기계 팔은 망가진 것 같은데… 그래봤자 저걸 이길 수는 없다고! 이런 외팔이 장애인 꼴로는 더더욱!”


그 순간, 놈은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행동을 멈췄다.


“뭐야…?”


레나가 말했다.


“해킹 완료. 이제 안 움직일 거예요!”


지원은 허탈하게 웃었다.


“이런… 조금만 더 빨리 하지. 빨리 올려 줘. 외팔이라 이제 뭐 할 수 있는 게 없어.”


잠시 후, 지원이 올라오자 조 씨는 뒤편을 가리켰다.


“방금 알리사랑 레나가 해킹하면서 찾아낸 거야. 저 ‘프로토타입 안드로이드’ 중 마지막으로 남은 녀석이지.”


뒤편에 있는 것은 거대한 강철 거인이었다. 방금 지원과 혈투를 벌인 그것보다 조금 더 커다란 놈은 빛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으나, 옆에 거치된 경기관총과 온 몸에 덕지덕지 설치된 흑색 사이버웨어가 보통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거도 가져가려고?”


“아니, 저건 못 가져가. 게다가 이 녀석은 인공지능 두뇌 같은 것도 없이, 사람이 조종하는 물건이야. 뒤쪽 의자에서 말이지.”


놈의 뒤쪽에는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역시나 그 옆으로 각종 기계장치들이 즐비한 게 기계치인 지원의 눈으로도 무언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인호가 말했다.


“아무튼 챙길 건 다 챙겼으니까 이제 철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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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