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7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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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가 말했다.


“유키, 거기 있지 말고 이리 와.”


“미안… 난 ‘높은 곳’은 못 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대체 지난번에 별장 2층에선 어떻게 뛰어 내린거야?”


“눈 딱 감고 뛰어내렸지. 걱정 마, 여기서도 잘 들리니까.”


엠포리오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허리춤의 손톱만한 주머니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우리 ‘스피드왜건 재단’이 수십년 간 조사하고 또 각종 기록을 대조한 끝에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 ‘가설’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야기지만, 들어주길 바라. 아주 오래전… 인류의 역사가 문명을 이루기도 전에, 멕시코 땅 어딘가에 인간과 ‘다른 존재’가 있었어. 그들은 태양빛 아래에서 활동하지 못한다는 리스크를 안고도 압도적인 능력으로 그 당시 인류에게 ‘신’ 또는 ‘악마’라 불리며 숭배받았지.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홀연히 지구에서 모습을 감췄어. 어떤 이유로?! 그건 우리도 몰라. 아무튼… 그 중 어느 ‘천재’가 멕시코에 떨어진 ‘운석’을 가공해 ‘화살’을 만들었어. 하지만 무엇이 문제였을 까? 그는 그것을 사용하지도 않고 바다 건너 이집트 땅에 그것들을 버렸어. 그 후 기나긴 시간동안 화살은 이집트의 모래 속에 파묻혀 있었지. 아예 ‘역사’에서 잊힌채로…”


에르메스가 뒤를 이었다.


“그렇게 잊힌 ‘화살’이 다시 역사에 등장한 건 1986년이야. 당시 유적 발굴현장에서 보존상태가 완벽한 화살 6개가 발견되었어. 그러나, 그 화살은 발견된 그날 ‘실종’되고 말았지.”


시즈카가 말했다.


“누군가 훔쳐갔군요.”


“그래, 동시에 발굴단에서도 한 사람이 사라졌어. 갓 성인이 된 청년이었지. 그 청년을 찾기 위해 발굴단은 리스트를 대조하는 등 샅샅이 찾았지만, 청년을 찾을 수는 없었어. 이름도, 거주지도, 심지어 국적까지 모두 ‘가짜’인데다 청년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6개의 화살 중 5개의 화살은 이집트의 어느 행상인 노파에게 넘어갔지. 노파의 이름은 ‘엔야 가일’.”


엠포리오는 들고 있던 아이패드를 꺼내 화면의 띄웠다. 곰버섯이 가득 피어오른 노파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은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추측컨데 엔야 가일은 진작 ‘화살’이 가진 ‘힘’을 꿰뚫어 본 것이 분명해. 아니고서야 화살을 5개나, 그것도 엄청난 거금을 주고서 가져갈 리가 없으니까.”


유키카게가 말했다.


“그럼 그 ‘스탠드를 발현시키는 화살’의 소유자는 2명이 되는군요.”


“응. 일단은 이 ‘엔야 가일’ 이야기를 할게. 엔야 가일이 화살을 구하기 3년 전,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 앞바다에서 ‘기묘한 사건’이 일어났어.”


유키카게는 그 사건을 잘 알고 있다는 듯 답했다.


“유령 요트 사건… 맞죠? 마시다 만 커피잔 3개와 아세틸렌 버너, 그리고 그 버너로 절단해 연 철제 상자를 제외하고 마치 선원들이 ‘증발’이라도 한 듯 사라졌다는.”


엠포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 ‘DIO’. 그래, 그 안에 타고 있던 것은 ‘DIO’라는 사내… 한때 ‘디오 브란도’라 불렸던 존재야. 그에게 어떤 이유가 있는지, ‘무엇’을 목표로 했는지…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하지만 그는 그 특유의 ‘악의 카리스마’를 이용해 자기편을 끌어 모았고, 그의 부하들 중에서도 특히나 그를 신뢰하고 또 가장 충성한 이가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앞서 말한 엔야 가일이었어.”


죠린이 이어 설명했다.


“엔야 가일은 화살을 이용해 자신은 물론이고 DIO에게도 스탠드를 쥐어 주었어. 그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부하를 포섭하고 ‘스탠드 유저’로 만들었지. 또한 믿을만한 부하에게 화살을 맡기는 짓도 저질렀어. 대표적인 두 사람이…”


죠스케가 말했다.


“오쿠야스의 아버지, ‘니지무라 만사쿠’와 ‘키라 요시히로’라는 사내야.”


“그리고 나머지 3개의 화살은 DIO가 자신의 저택에 보관하고 있었지. 1988년 1월, 내 아버지 ‘쿠죠 죠타로’가 그를 쓰러뜨리기 전까진 말이야. 하지만 아버지와 그 동료들이 ‘DIO의 저택’에서 발견한 화살은 2개뿐… 물론 당시 아버지는 그 2개가 전부라고 생각했겠지만 말이야.”


에르메스가 다시 말했다.


“이제 이탈리아 이야기를 해보자. 화살을 훔치고, 그 중 5개를 팔아 넘긴 ‘청년’은 이탈리아로 넘어와 나폴리에 ‘마피아 조직’을 세웠어. 이름은 ‘파시오네’. 대략 1986년부터 만들어진 이 조직은 이탈리아 암흑가를 급격히 장악하며 세를 불렸지. 그 바탕에는… 스탠드 유저를 만드는 그 화살이 있었어.”


엠포리오가 다시 아이패드 화면을 바꾸었다.


“이것도 지금 파시오네의 CEO인 ‘죠르노 죠바나’와 그 ‘동료’들이 증언한 내용이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는 우리도 알 수 없어.”


“그들은 그 ‘청년’을 ‘디아볼로’라 불렀어. 디아볼로는 화살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부하에게 맡겼고, 부하는 파시오네에 입단한 신입들에게 화살을 찌르며 유저를 만들었지. 하지만 2001년 4월, 그 부하가 모종의 이유로 ‘사망’하며 화살은 산산조각 나버렸고, 산산조각 난 화살은 어찌어찌 ‘재단’이 회수했어. 그러니 재단이 ‘회수’한 화살은 이 시점에 총 4개야.”


죠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화살 하나. 이건 아버지의 동료였던 ‘장 피에르 폴나레프’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야. 그는 ‘파시오네’를 추적하던 중 실종되었고, 2001년 사망했어. 그 화살은 우여곡절 끝에 아까 이야기한 죠르노 죠바나가 얻게 되었고, 다음해 아버지에게 넘겼지. 아버지는 그 화살을 계속 가지고 있다가 2012년 ‘시간가속 사태’ 당시 우릴 위해 이걸 사용했고…”


죠린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에르메스가 그녀를 제지하며 대신 입을 열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우릴 도왔어. 화살은 산산조각이 나 먼지가 되어 사라졌지. 즉, 현재 재단도 그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화살은 1개뿐이야.”


죠스케가 말했다.


“화살은 절대 ‘사악한 자’의 손에 넘어가선 안 돼! 1999년에… 그 망할 화살 때문에 어떤 사태가 벌어졌는지…”


엠포리오가 말했다.


“2012년에 그 끔찍한 사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두 경험했으니까.”


죠린이 끝을 맺었다.


“게다가 그 ‘빅 브라더’라는 자는 아무리 봐도 ‘마지막 화살’의 소유자… 너희가 여태까지 싸워 온 ‘빅 브라더’의 부하들 역시 ‘화살’로 스탠드를 발현했을 거니까. 앞으로도 그런 놈들이 수 없이 모여들겠지.”


시즈카가 물었다.


“그러면… ‘스피드왜건 재단’이 도와주는 거야?”


엠포리오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어.”


“어째서? 위험한 ‘스탠드 유저’를 색출하는 것도 재단의 임무잖아!”


“미안하지만, 10여년 전 ‘시간가속 사태’ 이후 ‘초자연현상 연구부서’는 계속 축소돼서… 이런 스탠드 싸움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에르메스, 그리고 죠린 누나랑 안나수이뿐이야. 그조차 나는 스탠드로는 싸움이 불가능하고, 죠린 누나는 임신 중이지.”


“그럴 수가… 내 ‘투자금’이 부족했나?”


“시즈카, 재단의 최고 투자자는 나야. 네가 아니라. 그리고 그건 재단 내부 방침인데다 마침 감염병 때문에 다른 쪽에 투자금을 쏟아부었어야 했어. 사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재단의 ‘대 스탠드 유저’ 전투력은 약화되기만 했지. 화살도 이만큼이나 회수돼서 일이 줄어든 것도 있었지만…”


잠깐의 침묵이 흐르더니, 에르메스가 일어났다.


“뭐, 이미 죠스케하고는 이야기가 끝났지만… 나랑 엠포리오는 8월 중순까지 여기 머물 계획이야. 그동안 최대한 ‘빅 브라더’를 추적할 게.”


죠린이 말했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사흘 정도 쉬다 갈까? 호텔은 금방 잡으니까. 발렌타인 한테 이야기해야겠다.”


죠스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일단 역까지는 태워줄 게. 차도 거기 있잖아.”


시즈카가 그제야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죠린 언니, 지난번에 싸웠던 ‘스탠드 유저’ 때문에 내 친구가 대학교 장학금을 날렸는데 말이야…”


“알았어, 도와줄 게. 대신 네 돈으로 낼거야?”


에르메스는 수백만 원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둘을 보며 딴 세상 이야기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부자들이란…”


유키카게는 생각했다.


‘이후 쿠죠 씨는 나랑 시즈카와 함께 야나기 녀석의 집에 찾아가 직접 등록금을 쥐어주었다. 야나기 녀석, 쿠죠 씨를 보자마자 사과마냥 얼굴을 붉혀서는… 얼빠 새끼.’


한편, 두어 시간 전까지 그들이 있던 자리로 두 남자가 다가왔다. 한 명은 회색 머리카락을 한 서양인 청년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판타지 게임 같은 로브를 뒤집어쓴 중년의 동양인이었다. 동양인이 물었다.


“이봐, 아이더. 여기가 맞는 거냐?”


“맞다니까 그러네. 야, 타이지. 내 ‘스탠드’의 시야를 믿지 못하는 거냐? 여기서 ‘재생’해 봐.”


중년 남자가 수정구를 들자 그 자리에 홀로그램처럼 과거의 시즈카 일행이 나타나더니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게다가 그 ‘빅 브라더’라는 자는 아무리 봐도 ‘마지막 화살’의 소유자… 너희가 여태까지 싸워 온 ‘빅 브라더’의 부하들 역시 ‘화살’로 스탠드를 발현했을 거니까. 앞으로도 그런 놈들이 수 없이 모여들겠지.”


서양인이 말했다.


“혹 때려다가 혹을 잔뜩 붙였구만~ 스피드왜건 재단의 스탠드 유저들이 냄새 맡고 찾아왔잖아.”


“하여간에 이건 ‘빅 브라더’께 알려야 할 문제네.”


그리고, 아이언 메이든이 나타났다.


“확실히 심상치 않군.”


둘은 아이언 메이든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빅 브라더 님…”


“괜찮다. 저들이 힘을 합해도… ‘아이언 메이든’의 상대가 되지 못해. 저들은 나 ‘빅 브라더’를 찾지 못할 것이다.”


서양인이 물었다.


“아이미 그 년은 어떻게 할까요? 당신의 정보를 불었는데…”


“신경 꺼라. 그딴 정신병 걸린 창녀 따위… 있든 없든 계획에 걸림돌조차 되지 않아. 아이더, 네가 가라. 가서 시즈카 죠스타를, 쿠죠 죠린과 에르메스 코스텔로, 엠포리오 아르니뇨를 이 도시에서 쫓아내라. 네 ‘웨이팅 포 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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