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해가 끝나갑니다. 1년이라는, 우리가 이미 수차례 반복되어 왔던 3153만초가 곧 끝나갑니다.


지금 이 글을 적을 적이 12월 27일이니, 4일정도밖에 남지 않았네요. 2023년 1월 1일에 달라져보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던게 생생한데... 제 기억이 날이 갈 수록 좋아지는 건지, 제가 이번 해를 헛으로 보내왔는지 잘 모르겠네요.


뭔가 씁쓸합니다.

이런 게 늙어가는 걸까요. 고작 평균수명의 반에 반도 못 살은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좀 우습기도 하고 오묘합니다. 


어쨌든 씁쓸한 건 씁쓸한 거고. 올해에 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주변에 말하기 좀 애매해, 여기에 풀어봅니다.


글에 두서가 없거나 난잡하더라도 감안해주세요. 아직 배우는 중이거든요.




3년전, 그러니 아마 2020년 즈음에 저는 처음으로 글 다운 글을 아카라이브에 쓰게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일종의 엽편? 혹은 단편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글의 주제는 그 당시 제가 있던 채널에 열린 대회에 있었던 것이었고,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상금이 치킨이었거든요. 


그래서 딱히 글에 대한 자신이나 확신이 없었지만, 다들 참여하는걸 보니 부족한 실력이지만 가볍게 써보자 했습니다. 


그렇게 펜을 잡고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썼습니다.


오묘한 느낌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분명 완벽한 모습이었는데, 글로 뱉어내니 자꾸만 일그러지더군요. 그럴듯한 대사도 막상 써보면 자꾸만 어색하게 느껴졌고,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캐릭터는 이런 말을 하면 안되는데. 서술이 뭔가 어색한데. 


그렇게 글 하나를 붙잡고 한참동안 씨름하다가, 어느덧 대회기간이 지났습니다.


제 글은 아직도 미완성이었고, 이게 지금 뭐하는 건가. 싶은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될 대로 되라 라는 생각으로 미완성인 글을 대충 마무리 지은 뒤, 익명으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아카라이브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학업 때문에 바빠지기도 했고, 제가 쓴 글에 혹평이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지요.


그렇게 2달 정도가 지나고, 제가 썼던 글에 대한 것도 잊었을 무렵. 
저는 우연히 아카라이브에 들어가게 되었고, 알림란을 확인하던 중. 제가 익명으로 올렸던 글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게되었습니다.


혹평은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대회 때 올리지 그랬냐 라는 칭찬도 들을 수 있었죠. 


황홀했습니다. 

그 칭찬을 보는 순간, 제 마음 속에서 형언 할 수 없는 만족감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하고,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습니다.


자아실현의 욕구였을까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아카라이브에 글을 쓰고, 올리는 생활을 했습니다. 늘 새로운 소재에 대한 생각을 했고, 여가시간이 생기면 늘 하던 게임을 관두고 게임을 읽었죠.

생전 쳐다도 안보던 고전에 눈독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논어, 인간실격, 군주론, 이방인 등등...


점점 글을 써내려가면서, 저는 행복해졌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기왕 이렇게 된 거 한번 작가가 되볼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허나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점점 글에 대해 배워가며 제 주제를 알아갔거든요.


나보다 훨씬 더 잘 쓰는 사람들, 그리고 나보다 더 뛰어난 필력을 가진 이들을 보면서 저는 제 자신의 위치와, 벽을 느꼈습니다.


뭘 해도 뛰어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엔 너무 많았습니다. 


굳이 제가 글을 쓸 필요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또 좌절을 겪고, 글을 접었다가, 다시 참을 수 없어 펜을 잡았다가, 원고지를 찢고, 다시 접고.


일종의 방황이었습니다. 그 나이 때 청소년이 으레 겪는 진로에 대한 방황이었죠.


그러던 중 어느덧 고3이 될 무렵, 사고가 일어나고 (개인적인 일이라 말하지 못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심적으로 더 많이 방황하게 됐습니다.


우울증에 걸리고, 가족들과 불화를 겪으며 지내다가, 이렇게 살기가 싫어져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한번 유서나 써보고 죽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다들 내 죽음을 납득하게 할만한, 그런 기깔난 유서를 한번 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참 글쓰는게 쉽지 않더랍니다. 또 머릿속에 생각되는 게 나오지 않고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유서를 붙잡고 한참을 있었습니다. 어쩌면 죽고 싶지 않아서, 유서를 핑계로 살려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달, 두 달, 반년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다들 입시를 준비할 무렵, 저는 입시 준비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여전히 빈 원고지를 붙잡고 살아있었습니다. 


비참했습니다.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역겨웠고, 남들은 저와 달리 대학교를 다니며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것이라는 생각에 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졌습니다.


그렇지만 탓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된 건 입시 준비를 하지 않은 제 자신의 나태 때문이었고, 죽고 싶다 라는 말을 입에 담으면서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제 의지 탓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음울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갑자기 마음 깊숙히 울분이 치솟았습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남들처럼 글을 잘 쓰고 싶었는데, 나도 기깔나는 인생을 살고 싶었는데.


그리고 돌연 창작문학 채널에 들어가 제 울분을 토해내듯 글을 적었습니다. 


근데 그 글이 참 칭찬도 많이 받고, 2023년 2분기 문학 3위까지 당선되더군요. 


다시금 느껴보는 희열이었습니다. 

그 후 제가 뭘 해야할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저는 글을 쓰면서 제 삶의 의미를 느끼고 있던 겁니다. 

한동안 열등감과 우울감에 젖어 잊고있었지만, 여기 있는 분들 덕분에 다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저는 다시 한번 작가를 꿈꿔보려고 합니다. 입시를 망치고, 늦은감이 없잖아 있지만요. 


어쨌든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제게 다시금 글을 쓰는 재미와 삶의 의미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길고 지루했던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끝은 제가 좋아하는 박상우 작가님의 '소설가'의 첫 구절로 마치겠습니다.


'나의 어제이자, 나의 오늘이고, 나의 내일인 그대.

영혼의 맺힘을 소설로 풀어야 할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