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던 중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여자를 만났다. 나이는 내 또래의 소녀로 보였다. 우리는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의식하며 계속 걸어갔다. 


그러다 이번에는 옥상을 길 중앙에 음식과 술이 나타났다.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어쩐 일인지 그 때의 나는 이상함은 느끼지 못하고, 강렬한 호기심만 생겼다. 그 음식과 술들은 너무나 탐스러워 보였고, 나는 음식과 술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자는 그것들에 무관심했고 그냥 지나치려는 듯 보였으나 내가 멈추자 나에게 호기심이 생긴 듯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입에 넣으면 너무나 맛있을 것처럼 보이는 음식의 귀퉁이를 떼 입에 넣었다. 곧 나는 무언가 잘 못 돼간다는 것을 알았다. 음식을 입에 넣은 순간부터 급격히 몸이 뻣뻣해지고,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 때까지 가만히 나를 쳐다보기만 하던 여자가 다가와 내 옷길을 잡고, 나를 확 당기자 사라져가던 감각들이 한 순간에 돌아왔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놀란 가슴이 진정되자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잘 못 되어도 이 여자가 깨워주는구나. 그러면 한 두번 더 저 음식을 먹어봐더 별로 위험하지 않은거 아냐?’

그 생각대로 한 두번 더 음식을 먹었더니, 역시 여자는 다시 나를 구해줬다. 이제 위험하지 않다는 확신이 든 나는 완전히 경계심을 거두고, 또 음식을 취했다. 이번에는 일이 다르게 돌아갔다. 몸이 뻣뻣해져가고 눈이 어두워지는데도 여자는 내 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듣지 못한 여자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너는 마지막 시도를 했으면 안됐어.”


말을 마친 여자의 입은 마치 뱀의 입처럼 끝없이 찢어지며 벌려졌고, 그 입은 곧 나를 덮쳤다. 나는 나를 누르는 근육들의 압력을, 나를 찢어버리는 이빨들을 느끼며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내 방이였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으로 가위에 눌린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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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아니고, 6년 전 생애 처음으로 가위가 눌렸을 때 꾸었던 꿈을 적어두었던 글입니다. 원래도 잠에서 일어난 뒤에도 꿈을 잘 기억하고, 심지어 20년 전에 꿨던 꿈들도 잊지 않고 기억이 나긴 합니다. 사실 꿈이라는게 개연성이 있거나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의 꿈은 개연성도 시간순서도 엉망이지만 가끔 실제로 껶은 일인 양 시간순서도 맞고, 감각이 생생한 것들은 혹시나 나중에 기억나지 않을까봐 기록을 하는 편이에요. 



악몽을 자주 꾸던 유아 시절을 재외하면 그 후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라 해도 악몽은 거의 꾸지 않는데 저 처음으로 가위를 눌린 날도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악몽을 꾼 날이라 기록을 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