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멋대로 하는 삼국지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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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황건적의 난


십상시의 횡포로 대륙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기주 거록군(현 허베이성 싱타이시) 거록현에 장각(張角), 장보(張寶), 장량(張梁)이라는 세 형제가 살고 있었다. 첫째 장각은 머리가 비상했으나 벼슬을 얻지 못하여 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다. 하루는 파란 눈알에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손에는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 짚은 한 노인을 만났는데, 노인은 장각을 불러 어느 동굴로 데려가서는 천서(天書) 세 권을 주며 말했다.


"이것은 '태평요술'이라는 책이다. 네가 이 책을 얻었으니 마땅히 하늘을 대신해 백성을 교화하고 세상 살람들을 널리 구제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반드시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장각이 절하며 성명을 물으니 노인이 말했다.


"내가 바로 남화노선(南華老仙, 여기선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를 의미한다.)이다."


말을 끝내더니 한바탕 선선한 바람으로 변하여 사라졌다. 장각이 책을 얻은 후 밤낮으로 온 힘을 다해 학습하여 태평요술에 통달하자 스스로 '태평도인(太平道人)'이라 불렀다. 중평 원년(184년) 정월에 역병이 돌자 장각은 부수(符水, 부적을 태운 물)를 보시하고 사람들을 위해 병을 치료하며, 다시 '대현량사(大賢良師)'라 자칭했다. 장각을 따르는 500여 명의 제자들이 구름처럼 사방으로 돌아다니자 이후 문하생들이 나날이 늘자 36방을 세웠다. 대방은 1만여 명이었고 소방은 6700여 명으로 방마다 거수(대두목의 폄칭)를 세워 장군이라 부르고 이러한 소문을 퍼뜨렸다.


"창천이 이미 죽었으니, 황천이 세워지리라! 갑자년에 천하가 크게 길하리라!"

창천이사 황천당립 세재갑자 천하대길
(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


그러고는 사람들에게 백토로 도성 각 관서의 문과 주군의 관부 안에 '갑자'라는 두 글자를 쓰게 했다.


마침내 한나라 13주 중 8주(청주, 유주, 서주, 기주, 형주, 양주, 연주, 예주)의 백성들이 집집마다 장각의 이름을 받들어 모셨다. 장각은 그의 일당인 마원의(馬元義)를 시켜 은밀히 황금과 비단을 가지고 십상시 중 하나인 환관 봉서와 친분을 맺고 궁 안에서 호응하게 하였다.

장각이 두 아우와 상의했다.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이 민심이다. 지금 민심이 이미 우리를 따르고 있으니 기세를 몰아 이번에 천하를 얻지 못한다면 진실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남몰래 황색 깃발을 만들면서 거사 날짜를 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자 당주(唐州)를 시켜 봉서에게 신속히 편지를 보내 알리게 했다. 그러나 당주는 곧바로 성중(省中, 황궁 안의 공경 대신들이 사무를 처리하는 장소)으로 달려가 변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고발했다. 황제는 대장군 하진(何進)을 불러 군대를 동원하여 마원의를 잡아 참수시키고, 곧바로 봉서 등 관련된 무리를 체포하여 하옥했다. 장각은 거사가 들통난 것을 알고 밤사이 군사를 일으켜 스스로 '천공장군(天公將軍)'이라 부르고, 장보를 '지공장군(地公將軍)', 장량을 '인공장군(人公將軍)'이라 칭하며 따르는 무리에게 선언했다.


"지금 한나라의 운수가 마침내 끝나고 큰 성인이 나타나셨다. 너희는 모두 하늘에 순종하고 정의를 따라 태평 세상에서 즐거워하리라!"


사방의 백성이 황건(黃巾, 누런 수건)을 싸매고 장각을 따르니 모반한 자가 100만에 이르렀다. 그 세력이 엄청나게 거대하여 관군은 소문만 듣고도 뿔뿔이 흩어졌고 싸울 의지를 상실했다. 대장군 하진은 황제에게 아뢰어 각지에서 방비를 철저히 하고 도적을을 쳐서 공을 세우도록 신속히 조서를 내리는 한편 중랑장 노식(盧植), 황보숭(皇甫嵩), 주준(朱儁)을 파견하여 각기 정예벙을 이끌고 세 갈래 길로 나누어 토벌하게 했다.

한편 장각의 한 부대가 유주(幽州, 현재 허베이성 북부와 베이징, 텐진 일대. 본래 연나라의 땅이었기에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를 '연인燕人'이라 칭했다.) 경계를 침범했다. 유주자사 유우(劉虞)***는 서주 동해군(현 산둥성 린이시) 사람으로 광무제의 6대손이자 동해공왕(東海恭王) 유강의 5대손이었는데, 이때 적병이 곧 당도할 것이라는 보고를 듣고는 교위(校尉, 부대장) 추정을 불러 대책을 상의했다. 추정이 말했다.


"적군은 많고 우리 군사는 적으니 명공(명예와 지위가 있는 자에 대한 존칭)께서는 속히 군사를 모집해 적과 맞서야 합니다."


유우는 그 말을 옳게 여기고 즉시 방문(榜文)을 붙여 의병을 모집했다.

방문은 탁현까지 이르렀고, 24세의 유비는 방문을 보고 감개하며 길게 탄식했다. 그때, 뒤에서 어떤 사람이 엄하게 꾸짖었다.


"대장부가 나라를 위해 힘쓸 생각은 하지 않고 무슨 까닭으로 긴 한숨이오?"


이 남자는 누구인가?



*삼국지연의에선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다고 서술했으나, 한나라 때는 과거 시험이 없이 지방관 추천만 있었다. 어차피 내가 적당히 섞어 쓰는 거니까 여기선 머리만 비상한 사람이라고 서술한다.


**창천(푸른 하늘)은 한나라를, 황천(누런 하늘)은 황건을 가리킨다. 즉 한나라의 때는 저물었으니 갑자년에 황건이 일어나 중원을 집어 삼켜 태평성대를 이륙한다는 이야기다.


***연의에선 유주태수 유언이라고 서술했으나, 유주태수는 없는 관직이며 당시 유언은 익주에 있었고 유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여기선 실제 유주자사인 유우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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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걸 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