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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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천장이었다. 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낯익은… 천장.”


지원은 고개를 돌렸다. 가까운 소파에 앉은 인호가 졸고 있었고, 좀 떨어진 책상 앞 의자에는 조 씨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지원은 지난 밤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사무실이구나.”


그러다 문뜩 바이오 모니터 한 켠의 시계를 본 지원은 깜짝 놀랐다.


“14시? 분명 내가 쓰러진 건 1시였는데…!”


지원은 이마를 짚다가 오른손이 멀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이? …기절해 있는 동안 조 씨가 달아준 건가?”


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몇 바퀴 걸으며 감각을 되찾았다. 새로 단 오른손도 원래 쓰던 것과 같은 기종의 사이버웨어를 단 건지 나무나 익숙했다.


“그러고보니 레나랑 알리사는 어디로 간 거야? 나갔나?”


그러면서 무심코 방 문을 연 지원은 얼어버렸다. 수면등이 비추는 침대 위에 두 형체가 뒤엉켜 있었다. 아래에는 금발머리가, 위에는 보라머리가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둘은 지원이 들어온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이따금 서로의 가슴을 만지거나 혀를 섞으며 서로의 몸을 탐했다. 지원은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 이도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상황을 바라보았다. 오래지 않아 보라머리가 몸을 움찔 하더니, 다리가 파르르 떨리며 상황은 종료되었다. 둘은 그러고도 한참 동안 혀를 섞다가, 이내 금발머리가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지원과 눈이 마주쳤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이내 레나의 비명이 방을 흔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언니 뭐에요?!”


레나는 급히 다 젖은 이불로 몸을 가렸다.


“어, 언제부터 본 거예요?!”


지원은 턱을 만졌다.


“10분 정도?”


알리사는 정사 장면을 그대로 보였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심지어 몸도 가리지 않은 채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물었다.


“놀랐어요?”


“아니, 여자랑 하든 남자랑 하든 그건 내 알바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던 지원의 시선은 알리사의 몸으로 향했다. 레나보다 살짝 큰 가슴이나 그 외에 전체적으로 마른 몸매를 지나 지원의 시선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멈췄을 때, 지원은 드디어 경악하고 말았다.


“잠깐만, 너… 다리 사이에 ‘그거’… 그 ‘덜렁거리는 그거’… 너…!”


“이거요?”


알리사는 부끄러움이 없다는 듯 다리를 벌려 그것을 보였다. 지원은 손으로 대충 자기 눈을 가렸다.


“그런 거 함부로 보여주는 거 아니야! 그보다 너… ‘후타’냐?”


“아니요, ‘인터’예요. 태어날 때부터 둘 다 있더라고요.”


레나가 말했다.


“임신할 수는 있는데, 시킬 수는 없대요. 보니까 ‘나오는 것’도 하얗지 않고 투명해요.”


알리사는 수면등 옆에 놓인 기기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처음 봐요? 이런 사람.”


“아니, 예전에 몇 명 만나 봤거든. 그런데 후타(남성기를 장착한 트렌스젠더)나 만나봤지 인터(인터섹스, 선천적으로 남성기가 있는 여자)는 처음이야.”


“저랑 ‘후타’랑 무슨 차이가 있어요? 전 만나본 적이 없어서요.”


“10년도 더 전이라 차이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거시기가 무지막지했지. 20cm부터 시작했으니까. 선천적인 너는…”


지원은 알리사의 그것을 힐끗 바라보았다.


“평범한 수준이잖아?”


알리사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남자는 관심 없어서 몰랐어요.”


레나가 알리사 쪽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그런데 언니, 이제 나가주시면 안 될까요? 알리사랑 이제 막 시작한 거였는데…”


지원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 미안. 좋은 시간 되길, 그리고 저 둘한테도 들키진 마라?”


지원은 그대로 방을 나와서는 대충 걸쳐 있는 코트를 입고 LAD를 나왔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지원은 방금 받은 충격을 떨쳐버리려 했다.


“10 몇 년 만에 쇼킹한 걸 봐버렸네… 팀에 레즈 하나에 남자 역할을 하는 레즈 또 하나라. 이제 나한테 달라붙지는 않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한 지원은 회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51층 버튼을 눌렀다. 지은지 20년을 향해가는 메가타워의 엘리베이터는 1층과 닫힘 버튼이 닳아 형태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이사한지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어색한 현관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디지털 도어락을 가볍게 눌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문은 약간의 덜컹거림과 함께 열렸다.


“꼬마, 나 왔어.”


그런데, 무언가 집이 상당히 조용했다. 침묵 속에서 현관문이 덜컹거리면서 닫혔고, 지원은 신발을 벗으며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꼬마? 나 왔어!”


또 침묵이 흐르자, 지원은 슬슬 불안감을 느꼈다.


“꼬마!”


그때, 문이 열리더니 준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당히 다급히 나왔는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저, 저 여기 있어요. 죄송해요.”


지원은 그제야 안도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뭐 하고 있었어? 거긴 내 방인데.”


그 말에 준용은 크게 동요한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을 망설였다.


“그… 그러니까… 커, 컴퓨터! 컴퓨터 좀 쓰고 있었어요.”


“그래?”


지원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준용을 보다 문뜩 무언가 또 떠올랐는지 말을 걸었다.


“그런데 노트북 있잖아? 내 컴퓨터를 써야 할 이유가 있었어?”


“아… 제 노트북이랑 우, 운영체제가 달라서요.”


“그랬나? 아무튼, 밥은 먹었어? 아침에 오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건 미안. 좀 사정이 있었거든.”


“괜찮아요. 밥은… 먹었고요.”


“또 라면만 먹은 건 아니지? 아무리 입맛에 맞는 게 라면밖에 없다고 해도, 잘 먹어야지 키도 크고…”


준용은 불만 가득한 말투로 투덜거렸다.


“잔소리하지 마요, 우리 엄마도 아니면서.”


그러더니 문을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버렸다. 지원은 묘한 표정으로 닫힌 방문을 바라보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엄마라… 아직 너 정도 애한테 엄마 소리 들을 정도로 늙진 않았거든?”


방에 들어온 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다.


“남자 냄새… 그것도 청소년 남자 냄새.”


지원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뭐야? 컴퓨터가 커져 있잖아. 꼬마, 대체 뭐가 그리 급했던 거야?”


그때, 지원은 발 끝에 무언가 끈적거리는 액체가 묻은 것을 알아차렸다. 지원은 그것을 손가락으로 훔쳐 자세히 바라보았다.


“냄새… 설마?!”


지원은 급히 컴퓨터 방문 목록을 확인하더니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이마를 짚었다.


“골치 아프네… 육아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걸 실제로 겪을 줄이야. 아니, 덩치만 초딩이고 실제로는 고등학생이니까 당연한 건가? 꼬마 말마따나 내 아들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할 필요는 없다지만. 후… 오늘 쇼킹한 걸 2개나 보다니.”


지원은 의자에 기대 무언가를 생각하려 애쓰더니 이내 포기한 듯 성질을 부렸다.


“모르겠다! 그냥 나도 한발 뽑고 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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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용어

후타: 남성기 사이버웨어를 장착한 여성의 지칭. 일본어 후타나리에서 왔다.

인터: 태생적으로 남성기를 가진 여성의 지칭. 인터섹스의 준말.

졸지에 육아일기 되게 생겼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