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 날이 오면

나 죽기 전 그 날이 오면

부둥켜안고 눈물 흘릴 그 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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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강아, 춘강아, 춘수야, 춘수야.

아바지의 쉰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그곳에는 피란민들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한 숨에 내뿜는 하얀 것들이 지금이 겨울 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겨울, 아주 혹독한 겨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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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해, 딱 열 살이 되었고, 내 동상 춘수는 여섯살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맞이한 새해는 아름답지도, 신비롭지도 않고, 그저 오들거리며 한기만 뿜어내는 새해였습니다. 사람들은 말이 없었습니다. 이따금 있던 말도 빨갱이가 저 우로 해서 내려온다니, 코쟁이가 마카 배를 띄워 우리를 데려간다니 하는 소문들 뿐이었습니다.

아바지는 우리 손을 꼭 붙들고는 이렇게 중얼거리시고는 했습니다.

마카, 저 서 쭉 살 것을, 괜히 한모가치 잡겠다고 올라와서는, 괜히 올라와서는...

그럴 때 마다 나는 괜히 투박하고 주름이 가득한 커다란 손을 쏙 세게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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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올라가라, 얼른, 마카 춘수는 내 찾을테이께네, 니는 먼저 가가 자리 잡고 앉아있어라.

그것이 마지막 음성이었습니다. 눈발이 거세져 항구 저 너머의 것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쿵 거리는 소리만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데리고 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쩌면 다행인 것일까요? 아바지가 나를 배 우로 올려놓고 난 후, 아바지가 저 항구 너머로 사라지신 후, 춘수가 한 코쟁이 군인의 손에 이끌려 내 앞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빡빡 밀어버린 머리와 꽁꽁 싸맨 옷, 피릉거리면서 훌쩍이는 내 동상 춘수가 나를 보자마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아바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바지 곧 오신다, 아바지 곧 오신다 하며 동상을 달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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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난 후에 우리는 바다를 건너 어느 곳에 도착했습니다.

사람은 많고, 비린내가 길 우에 잔뜩 깔린 곳.

아바지는 없이, 나와 춘수만이 항구에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