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멋대로 하는 삼국지 모음집

조조(155~220)

자는 맹덕. 패국 초현 출신.

다재다능했지만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 모습이 그를 역사에 남을 간웅으로 세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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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간웅 조조


한 떼의 말이 파재의 앞을 가로막은 가운데 한 장수가 갑자기 앞서 나와 벼락처럼 파재의 목을 베었다. 키는 7척에 눈은 가늘고 수염은 길었다. 기도위 관직을 맡고 있었으며 패국 초현(안후이성 보저우시) 사람으로 성이 조(曹)이고 이름이 조(操)이며 자가 맹덕(孟德)이었다. 조조의 부친 조숭은 중상시를 맡던 환관 조등의 양자로 들어가 권세를 누렸다.

조숭은 조조를 낳았는데 어릴 때 이름을 아만(阿瞞)이라 했고, 또 길리(吉利)라고도 불렀다. 조조는 어렸을 때 사냥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겼으며 또한 뛰어난 임기응변과 지략이 넘쳤다. 조조에게는 숙부가 있었는데 조조가 빈둥거리며 돌아다니고 무절제하자 일찍이 격노하여 조숭에게 이른 적이 있었다. 조숭이 꾸짖자 조조는 어느 날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숙부가 오는 것을 본 조조는 땅바닥에 거짓으로 거꾸러져 중풍에 걸린 시늉을 했다. 숙부는 놀라 조숭에게 알렸고 조숭이 급히 나와보니 조조는 아무런 탈도 없었다. 조숭이 말했다.


"네가 중풍에 걸렸다고 숙부가 말하던데 그사이 나았느냐?"


조조가 말했다.


"제게는 원래 그런 병이 없는데 숙부님이 저를 사랑하지 않으셔서 그렇게 덮어씌우는 것 같습니다."


조숭이 곧이듣고 그 후로는 숙부가 조조에 대해 어떠한 말을 해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조조는 거리낌없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 그 당시 태위 교현이라는 자가 조조를 보고 말했다.


"천하가 장차 어지러워질 텐데 걸출한 인재가 아니면 세상을 구제할 수 없을 것이네. 천하를 편안히 할 사람은 그대가 아니겠는가?"


남양의 하옹도 조조를 보고 말했다.


"한실이 망하려 하는데 천하를 편안하게 할 자는 바로 이 사람이구나."


여남의 허소(許劭)는 사람을 잘 볼 줄 알아 매달 초하룻날 마다 향리의 인물을 골라 비평해 등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조가 그를 찾아가 물었다.


"내가 어떤 사람 같소?"


허소는 조조가 난폭한 자로 소문이 자자한 것에 두려워하여 대답하지 않았다. 조조가 다시 물으니 그가 말했다.


"그대는 태평성대에는 유능한 신하요, 난세에는 간사한 영웅이 될 것이다(子治世之能臣, 亂世之奸雄也)."


그 말을 들은 조조는 크게 기뻐했다.


20세에 효렴으로 추천되어 낭(궁의 시종)이 되었고 낙양 북부위(대충 낙양 북부 경찰서장이라 보면 된다.)를 수여받았다. 처음 부임했을 때 그는 즉시 오색 몽둥이 10여 개를 현의 네 문에 설치하여 법을 어기는 자는 권세가 있고 귀한 사람일지라도 모두 처벌했다. 어느날 십상시의 일원이자 중상시 건석의 숙부가 칼을 차고 밤길을 가다가 야간 순찰을 하던 조조의 단속에 걸려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 이런 이유로 안팎으로 감히 법을 어기는 자가 없어졌고 조조는 명성을 떨쳤다. 건석은 격노했으나, 조조의 아버지 조숭과 할아버지 조등의 권세에 힘입어 조조를 한직으로 쫓아내는 것에 그쳤다. *


조조는 돈구의 현령이 되었다가 황건이 일어나자 기도위로 임명되어 마보군(기병+보병) 5000명을 거느리고 싸움을 도루러 영천으로 갔다. 마침 파재가 패하여 달아나는 중이었는데, 조조가 길을 가로막고 한바탕 싸우니 파재를 비롯하여 베어낸 수급이 1만을 넘었고 빼앗은 깃발, 징과 북, 마필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조조는 황보숭과 주준을 만나보고 즉시 군사를 이끌어 다른 곳으로 떠났다.

한편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함께 영천으로 향하던 중 파재의 패잔병들 일부를 섬멸하고 조조라는 자에 의해 흩어졌다는 것을 들었다. 곧바로 노식에게 돌아가던 중 한 떼의 군마가 함거 1량을 압송하는 것이 보였는데, 수레 안의 죄인은 다름 아닌 노식이었다. 깜짝 놀란 유비가 말안장에서 구르듯 내려와 그 까닭을 묻자 노식이 말했다.


"조정에서 황문(황제의 시종으로 환관을 가리킨다.) 좌풍을 보내 사정을 알아보게 했는데 그자가 내게 뇌물을 달라고 했다네. 그래서 내가 '군량도 부족한데 어찌 남은 돈이 있어 그대의 비위를 맞출 수 있는가?'라고 했더니 좌풍이 앙심을 품고 조정에 돌아가 내가 보루를 높게 쌓기만 하고 싸우지 않아 군심을 흐트러뜨리고 태만했다고 아뢰었다네. 이 때문에 조정이 진노하여 중랑장 동탁(董卓)을 보내 내 군사를 대신 통솔하게 하고 나를 도성으로 잡아가 죄를 물으려는 것이네."


그 말을 들은 장비가 버럭 화를 내며 압송하던 군사들을 죽이고 노식을 구출하려 했다. 유비가 곧바로 장비를 제지하며 말했다.


"조정에도 공론이 있을 텐데 네가 어찌 경솔하게 행동할 수 있느냐?"


군사들이 노식을 에워싸고 떠났다. 관우가 말했다.


"중랑장께서 이미 잡혀가셨고 다른 사람이 군사를 통솔한다고 하니 우리가 간다 한들 의지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탁군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유비는 그 말을 따르기로 하고 군사를 인솔해 북쪽으로 향했다.

행군한 지 이틀이 못 되었을 때, 갑자기 산 뒤에서 함성이 크게 진동했다. 유비가 관우, 장비와 함께 말고삐를 놓고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 살펴보니 한나라 군사가 대패하여 도망치고 그 뒤쪽에는 황건이 온 산과 들판을 가득 덮으며 뒤쫓고 있는데 깃발에 '천공장군'이란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유비가 말했다.


"저것은 장각이다! 빨리 가서 구하자!"


세 사람이 군사를 이끌고 나는 듯이 말을 몰아 달려갔다. 이때 장각은 동탁을 패퇴시키고 기세를 몰아 뒤쫓고 있었는데 별안간 웬 병사들이 맹렬히 돌격해오니 장각의 군사들이 크게 어지러워지면서 50여 리 뒤로 물러났다. 세 사람은 그 틈을 타 동탁을 구해 군영으로 돌아왔다. 동탁이 그들의 현재 관직을 묻자 유비가 답했다.


"백신(白身, 관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 말을 들은 동탁은 심히 업신여기며 예도 갖추지 않았다. 현덕이 밖으로 나오자 장비는 크게 성을 내며 군막으로 들어가 동탁을 죽이려 했다. 유비와 관우가 급히 제지하며 말했다.


"그는 조정에서 임명한 관리인데 어찌 함부로 죽인단 말이냐?"


장비가 말했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부하로서 명령을 들어야 하는디, 난 그럴 수 없소! 두 형님이 여기에 계시겠다면 그렇게 하시오. 난 다른 곳으로 가겄소!"


유비가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이 생사를 함께하기로 맹세했는데, 이떻게 서로 떨어진단 말인가? 그래, 같이 다른 곳으로 가자꾸나."


"그러면 내 분이 조금은 풀리겠소."


그리하여 세 사람은 그날 밤 군사를 이끌고 주준에게 갔다. 주준이 그들을 후하게 대접하였다. 이때 조조는 황보숭을 따라 장량을 토벌하고 광종에서 그 목을 베었으며, 곡양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정탐꾼이 보고했다.


"황보숭이 장량의 목을 베자 조정에서는 여러 차례 패한 동탁을 대신해 황보숭에게 장각을 치도록 명했습니다. 황보숭이 도착했을 때 장각은 이미 죽었고 장보가 그 무리를 통솔하여 저항했으나 패배해 곡양으로 달아났습니다. 장각의 관을 꺼내 육시효수한 다음 도성으로 보내니, 나머지 무리는 모두 항복했습니다. 조정은 황보숭에게 관직을 더해 좌거기장군으로 삼고 기주목을 겸임하게 했습니다. 황보숭이 표문을 올려 노식은 공이 있으나 죄가 없다고 사실을 아뢰니 조정에서 노식을 이전의 관직으로 복직시켰습니다. 조조 또한 공이 있어 제남상을 수여받아 그날로 부임했고 승리한 군사들은 회군시켰습니다."


보고를 들은 주준은 군마를 재촉해 온 힘을 다해 양성을 공격했다. 오래지 않아 적장 엄정이 투항했다. 주준도 마침내 여러 군을 평정하고 표문을 올려 헌첩(승전 후 포로와 전리품을 바침)했다. **


이때 황건의 잔당 조홍, 한충, 손하 등 세 사람이 수만의 무리를 모아 장각의 원수를 갚겠다며 불을 지르고 약탈하며 다닌다는 소식이 들렸다. 조정은 주준에게 명하여 즉시 승전한 군사들을 거느리고 그들을 토벌하게 했다. 주준은 황제의 명을 받들어 군사들을 인솔하여 전진했다. 이대 도적들은 형주 남양군 완성을 점거하고 있었는데, 주준이 군사를 이끌고 공격하자 대패하여 완성으로 들어갔다. 주준은 빈큼없이 성을 에워싼 채 공세를 가해 완성을 공격해 원현을 탈환하려 했으나 적의 공세가 강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공격을 가하려는데, 갑자기 동쪽에서 한 무리의 인파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누구인가?


*조조의 과거: 조조가 숙부를 속인 것, 교현, 하옹, 허소가 조조를 평가한 것 모두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다. 다만 조조의 출신과 관련된 내용에는 논란이 있으며 그의 아버지가 원래 하후씨였는지 조차 현대에 의견이 갈린다.


** 장각, 장보, 장량의 죽음: 연의에선 주준과 유비가 장보를 패퇴시켰지만, 실제로는 황보숭이 그 셋을 모두 쓰러뜨렸다. 가장 먼저 184년 10월 광종에서 장량을 베었고, 이후 병사한 장각의 목을 베어 도성으로 보냈으며 11월에 곡양에서 장보를 참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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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