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무지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선하면서도 악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고, 

앞과 뒤가 다르고, 

무디면서도 날카롭고,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것. 

상반된 개념이 한데 뭉쳐 있으니 

어디에든 맞고 어디에든 틀리다. 

어디에든 같고 어디에든 다르다. 


나는 도무지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인간인가? 

이러한 것이 인간인가? 

이딴 것이 인간인가?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뿐인가. 


아,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사회였던가.

인간이 일궈낸 사회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인간 개개인은 저렇지 않으나, 

인간이 모이고 모인 사회는 저러한 모습인가.

나는 사회를 이해하지 못했나. 


나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것들을 이해할 수 없다.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