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 평야 아눙Anoon이 있었다. 끝없고 어두우며 평평한 아눙은 오랜 시간 거목들과, 이를 먹고 또 서로를 먹는 용들만이 사는 세계였다. 어느 날 별빛들이 아눙에 다가와 감싸니 이에 아눙에 쌓인 용들의 잔해와 시체, 껍데기들은 흙과 바위가 되었고, 텅빈 거목의 껍데기들은 화산으로, 뿌리들은 부풀어 올라 산맥이 되었다. 곧 한 용이 별빛이 가득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이들을 받아들이니, 이에 용의 몸은 말라비틀어지고 그 안에서 모든 생명의 조상들이 말라비틀어진 껍데기들을 찢고 나왔다.


이후에도 용들은 끝도 없이 거목을 먹고, 또 서로를 먹기 위해 싸우니, 이로 인해 흐른 피는 물이 되고 소금이 되어 바다를 이루고, 울부짖음은 안개가 되어 바다 위로 넘실거리니 바다에 잠기지 않은 땅들을 둘러싸며 고립시켰다.


그렇게 고립된 땅들은 별빛을,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존재들이 살기 시작하니, '인간'이었다. 그들은 형상도, 말도, 사는 방식도 제각각이었으나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별을 보고, 그들을 명명하며, 때론 그 별에서 오는 말과 지식들을 해석할 수 있었다. 해무에 고립된 세상들은 모두 그 세상들을 비추는 별빛 속에서 저승과 이승이 뒤엉킨, 고립된 차원으로 변하게 되었다.


칠향도, 해무의 근원지이자 모든 세계로 잇는 세계. 칠향도를 지배하는 자가 아눙을 지배하게 된다. 칠향도는 그 자체로 별, 그리고 별 속 신들을 유혹하는 거대한 고깃덩어리이니 수 없이 많은 세계들이 원정하였으며, 그에 따라 수없이 많은 문명들이 진보하고, 또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이었다.


지인들이랑 같이 합동으로 짜는 세계관 헤드로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