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계절에는 저마다의 유서가 있소.
겨울은 동백을 남기며 봄은 개나리를 남기고 여름에는 맨드라미가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피어오르오,
그것은 계절이 주는 저 마다의 유서이며 계절이 가진 스스로의 단말마요.
우수에 차들어 달빛이 남긴 그 눈망울을 그대들이 기억하시오?
이부자리에 드러누워 퀘퀘한 향내음을 맡으며 공상하는 무력한 공상가의 꿈을 아시오?
스스로의 계절을 꽃피우기 위해 계절이 지날때마다 하나 둘 유서를 써내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기억하시오?
나는 알리 없소. 나는 그저 하루 빌어먹고 하루 살아가는 글의 끄나풀일 뿐인데 내가 뭘 한다 이러겠소.
그저 난 그 누군가처럼은 되지 않기 위하면서도, 누구보다 그 누군가의 길을 똑같이 따라 나서는,
에폭시에 몸을 뉘인체 천천히 굳어가는 박제된 범재일 뿐이요.
나는 모르오, 내 등에 날개가 있는지 혹은 아크릴 판 뒤에서 책을 넘겨 가며 날개가 있다고 믿는 자인지 나 스스로 구분하지도 못하오.
하지만 확실한건 나는 지금 차분히 음악을 들으면서 초조한 마음을 토해내듯 106자의 자판을 두들기고 있단 뜻이오.
그 만큼 나는 머리가 좋지 못하오. 간단한 오탈자도 고치지 못하는 놈이 무슨 글을 쓴다면서 주변은 나에게 쓴소리와 함께 손가락 질을 해대곤 했소.
봄날의 향이 그리 퍽 좋을 수 가 없소.
여름밤의 불빛이 그리도 아름다울 수 가 없소.
가을날의 바람이 그리도 상쾌할 수 가 없소.
봄이 오면 나와 운명을 같이 할 눈들이 그리도 기특하오.
글와 함께 한 모든 계절이 유서이니 나는 다시 한번 푸른 하늘을 보고 싶을 뿐이오.
푸르른 하늘, 회포를 풀어도 풀어도 채우지 못할 것만 같은 그 푸르른 하늘. 무리를 지어 다가오는 푸르름이란 초목의 싱그러움을 따위로 만들 정도로 아름답고 또 아름답소.
한때 이 하늘을, 무리를 지은 푸르름을, 싱그러운 초목을, 들려오는 발굽음을 이 날개에, 손에, 펜에, 종이에 적고 싶었소.
하지만 무리는 그것을 용서치 않았소.
난 그저 떨어진 헝겊 조각에 써진 글귀들을 이어 붙혀 보기 좋은 그림으로 만들 뿐인, 속 빈 강정과 같은 글의 끄나풀이니까.
오늘도 나는 내 이부자리로 몸을 밀어 넣고 겨울의 추위를 버틸것이오.
이불의 퀘퀘한 향내음이 썩 나쁘진 않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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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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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조차 되지 못하는 범재를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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