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4~5학년 즈음에, (아마 4학년일 듯 싶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방과 후를 보내곤 하였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학교 옆 작은 놀이터에서 두어시간을 놀곤 했었는데, 그 날은 그렇게 오래 있지 못했습니다.


보지 못했던 벌레들이 놀이터를 날아다녔기 때문이었습니다. 워낙 수가 많고 생긴 것이 모기와 비슷해서, 저흰 벌레 때를 보자마자 놀이터를 뛰쳐나와 각자 집으로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다음 날, 용기를 내어 친구와 놀이터로 찾아가자 아주 기이한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 보았던 벌레들이 미끄럼틀 위에 마구잡이로 죽어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친구는 누군가 살충제를 뿌린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벌레가 하루살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사실 정말 하루살이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에는 왜인지 모르게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하루만 살고 죽는다는 말에 조금 슬퍼졌는지, 미끄럼틀 위에 널부러져 있는 하루살이들을 묻어주자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 날, 우리는 교실에서 각자 책상에 걸려있는 작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하루살이들을 정리해서 놀이터 벤치 밑 흙에 묻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의 나는 똑같은 광경을 봐도 슬프기보다는 더럽다고, 징그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친구와 어릴 적 나의 따뜻함이 부러워집니다.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변할 것만 같을 때, 기억 속 하루살이 이야기에서 따뜻함을 조금 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