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든 생각이오. 세평 남짓한 화장실에서 난 거울을 노려보고 있소. 내 손에는 비눗물이 가득했고 세면대로는 붉디 붉은 혈흔이 뚝뚝 떨어지고 있소. 쓰라릴대로 쓰라린 얼굴 한켠을 어루만지며 꼭지에 물을 틀어 얼굴의 비눗기를 지워냈소. 희게 떨어지는 비눗물에 선혈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소.
선홍빛, 아니 여기선 핑크빛이라 부르겠소. 핑크빛 물감이 세면대 위에 가득하오. 반대쪽 손에는 푸른 면도기가 들려있구려. 몇번이나 사용한지 모르겠소. 싸구려에다 일회용이라고 적혀있건만 버리지 않은지 벌써 한달이 넘어가오. 한달이나 써왔건만 아직도 이 짓은 익숙치 못해 얼굴에 상처를 내곤 하오. 기분이 썩 좋소. 스트레스와 목메임 속에 이유를 찾은것만 같소. 머릿속이 뚱하니 막힌것만 같은 한 때 추적추적 내리는 빗 방울 처럼 내 얼굴에는 붉으스름한 한줄이 선이 그어지오. 손으로 가져다 대니 아프오. 아, 내 스트레스와 목메임은 여기서 오는거구나. 난 대충 세면대를 정리했소.
주머니엔 삼만팔백원이 들어 있소. 하지만 이걸로 반창고라도 사기엔 시간이 없소. 벌써 시간은 한참 지나 내 발걸음은 오늘도 회색의 건물에 들어서 있소. 얼굴에는 대충 휴지조각을 덕지덕지 붙히고 허리가 꺾여 죽어가는 의자에 내 몸을 내리오. 시간도 일회용이건만 같은 일회용인 면도기처럼 왜 여러번 쓸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날이오. 기분이 언짢구려.
주머니엔 만팔천이백원이 남았소. 어디다 쓴건지도 모르겠소. 누구를 줬을지도 모르지. 남 주머니 빌어먹고 사니 남 주머니에 돈을 넣는것도 이제는 일상이오. 하지만 기분이 썩 괜찮소. 마흔세자의 자판을 두들길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기분이 썩 괜찮소. 하늘이 우중충하고 바람이 차갑고 끈적한 공기가 폐에 붙었다 떨어져도 난 이 날씨가, 하루가, 일생이 썩 나쁘지 않다 생각하오. 자유로이 날지 못하는 새라 하더라도 아무도 보지 않는 이곳에서 날개를 자랑하며 스스로 아름다운 공작새라 여기는 지금의 시간이 썩 나쁘지 아니하오.
저기 날라가는 참새가 보이오.
나도 한번 더 날아보았으면 좋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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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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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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