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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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방금 지원이 쓰러뜨린 경비원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사무실로 들어갔다. 밖은 분홍색 조명으로 눈이 아플 만큼 반짝였지만, 문 너머 사무실은 일반적인 조명이 잔잔하게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지원이 말했다.


“이렇다 할 건 없는데… CCTV가 있네. 이 컴퓨터로 CCTV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지원은 컴퓨터를 이리저리 두들기더니, 이내 몸을 일으키며 수화를 컴퓨터 쪽으로 밀었다.


“경찰인 당신이 먼저 확인해 봐.”


수화는 지원을 슬쩍 바라보더니 빠르게 CCTV 녹화 영상을 켰다. 지원과 수화는 방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다가 소리쳤다.


“이 사람! 강남구청장이잖아!”


“이 사람은 경기도지사!”


“LG전자 사장이야.”


“수배지에서 본 사람이다. 삼합회 간부.”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쪽으로 높은 인간들이 많이 오는 건 알겠어. 그런데 아이가 실종된 곳은 찾을 수가 없잖아. 그 여자가 거짓말을 한 걸까?”


그때, 수화는 컴퓨터에 조금 전 보낸 메일을 발견했다.


“메일… 잠겨 있는데다 받는 사람도 감춰져 있어.”


“레나, 혹시 알 수 있는 방법 있어?”


“잠시만요, 시도해 볼게요.”


“아니요, 암호는 쉬워도 받는 사람을 찾는 건 원거리에선 방법이 없어요.”


“알리사, 무슨 소리야?”


“방금 시도했었는데, 일반적인 추적 방식으로는 잡히지 않아요. 방화벽이나 우회 접속 같은 걸 잔뜩 돌린 모양인데, 이건 단순한 방식으로는 안 돼요.”


“그걸 그 짧은 시간에 다 파악한 거야?”


“네.”


지원이 말했다.


“그럼 이걸 너희한테 보내주면 되는 거지?”


“네.”


지원은 또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했다.


“이걸… 메일을… 나한테 어떻게 옮기더라…”


알리사가 물었다.


“언니, 컴맹이죠?”


정곡을 찔린 지원은 얼굴을 붉혔다.


“아 씨발… 수화 씨, 나 좀 도와줘.”


결국 수화가 나서서 지원을 도와 메일을 레나 쪽으로 전송했다. 레나가 말했다.


“잘 받았어요. 일단 암호는 풀었으니까 내용은 보내드릴게요.”


두 사람에게 전송된 메일은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지로, ‘손님’께서 이번에는 새로운 자극의 ‘작품’을 원한다. 리스트 줄 테니 내일 15시까지 촬영본을 보내 줘.

-A급 남자랑 B급 여자. 남자 공으로-

-B급 여자랑 A급 남자 4명-

-영자랑 C급 여자-

그리고 혹시 좀 되는 여자애들 있으면 둘 정도 보내 달래.’


지원은 무언가 직감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느낌이 안 좋아. 빨리 혁이를 찾아야 해.”


“언니, 일단 빨리 거기서 나와야 할 것 같아요. CCTV에 움직임이 조금씩 잡히는 게 갱들도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는 걸 직감하는 것 같아요!”


“나가자. 이 컴퓨터, CCTV랑 연결되어 있지?”


“네.”


지원은 총으로 컴퓨터를 박살내 버렸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왔던 길로 돌아가려던 그때, 지원은 무언가 느낀 듯 손짓으로 수화를 세우더니 벽에 착 달라붙어 복도 쪽을 경계했다. 수화 역시 지원의 행동을 눈치채곤 권총을 들어 당장이라도 쏠 준비를 했다. 복도 너머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지하랑 연락이 안 된다고 혼자 가보라는 건 뭐야 진짜… 동족이라고 좀 편히 살까 싶었는데.”


수화는 생각했다.


‘적은 하나? 발소리는 한 명이야. 통화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갑자기 지원은 총을 내리더니 수화에게도 손짓을 해 총을 내리게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복도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수화는 경악했다.


“뭐 하는 거예요?! 적한테 그런 짓을…!”


그 자 역시 손을 보더니 곧바로 들고 있던 팔뚝 만한 크기의 테이저를 겨누었다.


“누구냐! 무기를 버리고 두 손 들어!”


수화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원은 오히려 즐거운, 어딘지 반가운 얼굴이었다.


“테이저 건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은데… 맞고 후회하지 말고 지금 항복해!”


마침내 지원이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가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했다.


“야 응우옌! 너 맞지? 응우옌 1호!”


남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원은 아예 복도로 나와 그를 바라보았다.


“나야, 네 대학 친구. 근 10년 만이지? 하나도 안 변했네. 2호는 어디 갔어?”


그제야 그도 테이저 건을 내렸다. 그의 얼굴도 긴장과 공포에서 반가움으로 변했다.


“이지원! 어떻게 된 거야?!”


둘은 손을 맞잡더니 가볍게 껴안았다. 수화가 얼떨떨한 얼굴로 모퉁이에서 나오자 지원이 말했다.


“저 사람은 강수화, 동업자야. 수화 씨, 이 쪽은 응우옌. 대학 동기야. 이름이 따로 있는데, 너무 길어서 성으로만 불렀어. 쌍둥이 동생도 있는데, 이쪽이 1호, 동생 쪽이 2호야.”


응우옌은 수화를 향해 고개를 까딱 숙였다. 지원이 물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뭐해? 설마 반 하노이 갱 소속이라도 된 거야?”


응우옌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기껏 대학을 졸업해서 선생이 됐는데, 1년 만에 학교가 교육청에서 주는 돈이 줄었다면서 잘라버렸어. 그것 때문에 교장이랑 말다툼 좀 했는데, 교장이 교육부 장관이라는 놈이랑 동창이랍시고 내 교사 면허까지 박탈해 버리더라.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여기 말단으로 들어가서 일하게 된 거야. 클럽 경비원 말이야. 넌 뭐 하고 지냈어? 경찰 시험 준비한다고 들은 게 마지막이었는데.”


“좀 길어. 여기서 말하긴 힘들고. 그나저나 우리 좀 도와줘. 너 저 방에 들어가려 했지? 방에 있던 경비원을 내가 전부 죽여버렸거든.”


응우옌의 두 눈이 커졌다.


“뭐?! 어째서? 아니, 그보다 둘 다 여긴 왜 온건데?!”


지원은 무어라 말하려던 수화를 제지했다.


“똑바로 말할 게. 난 용병이야. 여기 수화 씨의 조카가 납치당해서 정보를 찾던 중 여기 오게 된 거고. 우리 좀 도와줘. 여기 반 하노이 애들이 모여들면 솔직히 쉽지 않아. 탈출하게 도와줘.”


응우옌은 식은땀을 흘렸다.


“나도 이 갱단 소속이지만… 너무 위험해. 어느 조직이 안 그렇겠냐만은 우리 조직은 배신자에게 절대 관대하지 않아. 분명 들킨다면 다 죽여버릴 거야. 끔찍하게.”


“난 너를 잘 알아.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응우옌은 고민에 잠겼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저쪽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쭉 가면 지상으로 가는 통로가 있어. 만약 경찰이라도 들이닥치면 쓰는 비상구인데… 그쪽으로 가면 돼. 빨리 가, 사태는 알아서 수습할 게.”


지원과 수화는 곧바로 그것에 따랐다. 지원은 다시 응우옌과 가볍게 포옹했다. 응우옌이 말했다.


“홍콩에서 동생이 돌아오면 그때 다시 보자.”


“아니, 더 이상 볼 일 없을 거야. 나랑 엮이면 너도 힘들어지니까. 그래도… 정말 고마워.”


두 사람이 비상구를 향해 가던 중, 복도 뒤편에서 몇 차례 총성이 울렸다. 수화는 걱정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눈치 챈 걸까?”


“응우옌은 옛날부터 꾀주머니였어. 아마 소리로 갱들을 속이는 거겠지. 빨리 LAD로 가자.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둘은 비상구의 출구인 클럽 뒤편 더러운 골목길로 나와 지하철 역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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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잘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