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자정이 머지 않았습니다. 'SAR-09'. 좋은 밤 되세요! ]"


'...귀찮구만, 알림은.'



치직거리는 저가형 모니터과 시들고 말라 비틀어버린 화분 속 식물, 어둡고도 어두워서 마치 빨려들어가 붕괴되어 버릴 것 만 같은,


항상 똑같은 방속의 풍경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존재는 겨우 저 지직거리는 모니터 속 앵커임을 내 몸이 뼈저리게 느낀다.



쓸데없이 활기찬 노래가 흘러나오며 뉴스가 시작된다.

모니터에서는 마치 이런 평범함과 칙칙함에 조소를 띄우듯이 발랄한 표정과 말투로 중계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신형 안드로이드 기자 62AN 입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10분 후 새해, 2498년 1월 1일 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기대되는데요, 현재 보신각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1AN 기자님?]"





"[...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들. 전 안드로이드 기자 1AN 입니다.]"




"[현재 수많은 국민들이 제야의 종을 치기까지만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제가 직접 시민과 인터뷰를 하며 시민들의 반응과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지켜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또다른 앵커가 자신을 향하던 마이크를 바꿔든다. 지나가던 여성에게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그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다.




"[저기요, 혹시 인터뷰 가능하신...]"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이 방의 어둑함에 몸을 맡기며, 점점 내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어, 내가 저 심연 밑바닥으로 가라앉기 위해 노력한다.


내 삶의 의미는 없다. 그저 살아간다.


살아가는 것도 살아간다 할 수 없다.


기계가 사람이며, 사람이 기계고,


살아있지 않은 것들이 자아를 가지고, 자아를 가진 것들이, 잊혀저 간다. 배척되어 간다. 생명이 배척되고 자아만 남은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난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들처럼 되고 싶다.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고, 고통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며, 죽음을 격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난 그럴 수 없다. 나의 염원은 이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난 살아있으면서도 죽어있는, 육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이 상태를 좋아했다. 이 상태라면 그들과 잠시나마 가까워 질 수 있을테니까.



난 이런 상태가 영원하길 바랬다. 그저, 삶과 죽음의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삶' 이라는 것을 동경하고, 염원하니까.






"[제야의 종을 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카운트 시작하겠습니다!]"




"[━━━4, 3, 2, 1...!]"




"[지ㄱ━━]"






쿵━━━━━━━━━━━!!!







갑자기 내 상념을 산산조각내는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앵커가 보여주던 화면에서 들리던 소리는 기괴스럽게 붕괴되었고 굉음과 함께 노이즈가 낀 괴상한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름답게 퍼져가는 종소리와 피부를 으스러트리는 파동이 맞물려 기이할 정도의 불협화음을 창조해냈다.


그 소리는 내 방의 칙칙한 분위기를 바꾸며 나에게로 전해졌다.




"[━━━━━━간이━━━━━인━━━━인간이 나타났━━━━]"





방송은 종료되었다. 그 통신의 종료는 죽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없던 줄로만 알았던. 나의 심장, 생각, 사념을 일깨웠으며 내가 원하지 않았던 육체의 감각까지도 정신과 다시 융합되기 시작됐다.



그 한마디. '인간' 그토록 존경하고 염원하고 그 자체가 되고 싶었던, 그 존재의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테러였다. 인간들의 테러였다. 수백년간 나타나지 않던 그 인간들의, 테러였다.




아아,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뻐




아득한 저 밑바닥을 보지 않고도




그들이 될 수 있어




존경하고




염원하고




기도해서




되고 싶어서━━━━━━








난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고층에서 보는 도시의 풍경은 비참했다.


고위층들이 있는 서울만이 보름달처럼 밝게 빛났다.


그 주위의 지역들은 모두 검은 밤하늘이 되어 달을 더 돋보이게 추앙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생명이란 무엇일까?




아아, 그저




기계?




모르겠다.




생각하기 싫다.




'인간'이란 단어가 일깨워주었다. 나의 원대한 염원.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그들에게는 안드로이드인 나에게는 없는 삶과 죽음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난 그토록 어둡고 고독한 내 밑바닥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인간이 일깨워주었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가 하지 않은 일, 하지 못한 일을.






"...이렇게 어두운 밤하늘이라면, 아무도 모를 거야."




"편하게."




그가 발을 내딛고, 그는━━━━




















난 무엇일까?






아아, 그렇구나




난 그저




기계가 아니야






나도






사람이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