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퍼붓던 눈보라가

아침이 되어 거짓말 같이 개었다


엊저녁 영하권을 넘보던 기온이

아침이 되어 거짓말 같이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창 밖에는 아직 설산이

나 보라는 듯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건만


나가면서 걸치는 옷에서는

때이른 봄날이 느껴진다


외투를 걸치고

신발을 신고서

문앞을 나서고

가로수 골목 들어서면


전후로는 사람 하나 없이

좌우로는 계곡 소리 충만히


나무 위의 눈

뜨거워진 햇살에 서서히 녹으며

외치는 마지막 단말마


더운 날의 폭설;

하늘의 기행은 비로소 봄의 강림을 실감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