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이 성국의 깃발 아래 하나 된지도 3년이 흘렀다.


그 나라는 한 사람의 소망에서 시작되었다. 훗날 상천제라 불리는 사내의 의지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이뤄낸 결과였다.

상천제는 망해가는 세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칼과 검에서 검기를 쏟아내고, 주먹 한 번으로 나무를 부수며, 내공이라 부르는 신묘한 기운으로 벼락을 쏟아내는 무림인들이 드글거리는 이 중원에서 전 황제를 몰아내고 상천제의 소망인 하나의 중원, 하나의 나라를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많은 나라가 그랬듯이 성국의 건국사 또한 고난을 붓으로 삼고, 피를 먹으로 하여 쓰인 역사였다.


그 고행의 역사에는 항상 함께하는 사내가 있었다. 역시 망해가는 세가 도련님의 호위무사였던 소백. 그는 상천제의 곁을 지키며 언제나 황제의 검이 되었다. 그 역시 피로서 검을 씻고 뼈로서 검을 갈아 마침내 새로운 나라를 세운 일등공신이 되었다.

마침내 성국이 세워지고 황제가 되자마자 상천제는 소백을 대우해 주었다. 무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 황제를 가르치는 태군사와 황제를 지키는 호수단의 단주를 동시에 맡긴 것이다.

 

나라가 세워지고 나서도 혼란은 계속 이어졌다. 무림인들은 이제껏 관무불가침이라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전 황실의 어느

정도의 묵인 아래 힘을 휘두르며 지낸 무림인들이 전부 뜻을 모아 갑자기 새로운 황제를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무림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내비쳤다. 새로운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꼬박꼬박 세금을 바치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저항하고 검을 들며 슬금슬금 반항의 기미를 보이기도 하였다.


황제는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우선 조세를 올렸으며, 많은 법령들을 발표해 저항 세력을 옭아맸다. 그럼에도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호수단장과 그의 부하들이 그곳을 박살냈다.

무림인들은 모두 놀랐다. 수백년 동안 이어진 관무불가침을 깨고 무림의 세계를 나라에 엮으려 드는 나라가 나타난 것이다. 나라가 세워지고도 소백의 검이 쉴 일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황제의 검이였다. 


적어도 며칠 전까지는.


  "바로 떠나는가."


방을 둘러싸듯이 꽃혀 있는 수많은 책들. 수수한 책상. 그곳에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금빛 옷을 입은 사내가 앉아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 앞의 남자는 꿇어 앉아 대답하고 있었다.


  "길고도 긴 세월이였군. 태군사. 나에게나 그대에게나."


소백은 고개를 숙였다.


  "보잘것없는 가문의 호위로부터 시작해 새 나라의 개국공신이 되다니. 멋진 인생 아닌가."

  "과찬이십니다."


소백은 고개를 더욱이 숙였다. 어쩐지 집무실 창틀에서 새는 바람이 차가웠다.


  "소백."


상천제는 소백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렀다.


  "이건 그 밀서이네. 아마 자네에게 박살난 세가 놈이거나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놈이 보낸 거겠지."


황제는 흰 종이더미를 잡고 천천히 흔들어댔다.


  "이런 장난질은 용납 못하네. 어떻게 세운 나라인데... 그래서 끝까지 이용해 보려 한거네."


황제는 종이를 천천히 펼쳤다.


  "현 호수단장 소백은 앞으로는 청가장, 서문세가 등을 멸족하면서 뒤로는 그들과 논의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로 하였으니 반역의 종자를 참하여 후일을 도모... 나 참, 다시 읽어봐도 어이가 없군."


상천제는 종이를 휙 던졌다.


  "이런 쓰레기들은 끝까지 써먹어야지. 이번 일로 성나라는 더욱 안정될걸세."

  "바라던 바입니다. 저 한 몸 도망쳐 이뤄지는 일이라면, 마땅히 그래야지요."


상천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사다운 언동일세."

  "도련님다운 말씀이십니다."


도련님과 호위무사가 웃었다.


  "소백, 아무리 짜고 치는 것이라도 이런 식의 끝은 바라지 않았네."

  "..."

  "지금 황제로서의 난 자네를 죽여야 하고, 그대는 황궁에서 도망쳐야해."


상천제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소백을 내려다 보았다.


  "태군사, 호수단장 소백. 마지막 명을 내리겠네."


소백은 상천제를 올려다보았다.


  "꼭 살아라."


도련님과 호위무사. 황제와 태군사. 소백과 상천제는 그렇게 눈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바람이 휙 불자마자 소백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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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황국을 메인으로 써보고 싶어서 쓰게 되었는데

흥미가 돋는지 얘기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