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三才

천, 지, 인

종베기, 횡베기, 그리고 찌르기

검수의 길의 시작이자 끝

모든 검법의 근간이 되는 세가지 동작


검수라 칭하는 이들 중 삼재검법을 익히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삼재검법에서 무의 길을 포기하고

소수가 그 다음 단계인 상승의 무학으로 나아가며 그보다도 더 소수가 삼재에 평생을 매진한다.

삼재의 길을 걸어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절세고수가되는 일은 그보다도 적으며

그리고 고금을 통틀어서 삼재검법으로 천하제일인의 자리에 오른 이는 한명뿐이다.

ㆍㆍㆍ

춘추시대


"아니 그러니까! 이게 도대체 왜 안돼냐고!?"

이립而立이 조금 넘은듯한 한 건장한 남성이 답답하다는듯이 역정을 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지학志學도 안되어 보이는 소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정자세로 목검을 들고 서 있었다.

마당 앞 평상에는 수염을 기른 불혹의 남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허허 이정도면 충분히 잘 한거다. 그만하고 들어와 쉬어라."

"형님이 자꾸 그렇게 싸고 도시니까 애가 실력이 안느는거 아닙니까?"

남자의 이름은 정혁, 천무지체로 태어나 호걸이라 불리며 당대의 군주들과 군왕들이 그를 포섭하려 애쓰던 사내이다.

"이놈아, 니가 눈이 높아서 그런게지 율이의 오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스승님, 말씀하신 종베기 1만번 끝났습니다."

정율은 고아로 정곽, 정혁 형제에게 제자로 거두어진 처지이다. 

형인 정곽에게 글을 배우고 동생인 정혁에게 무공을 배우는데 정혁이 보기에는 영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었다.

"일년 내내 삼재검법만 가르쳐 놓고는...쯧쯧

이제는 좀 다른것도 가르칠 때가 되지 않았느냐?"

"저 저  아직도 휘두를때 호흡 딸려서 빌빌대는데 모양이나 흉내낼줄 알지 아직 멀었어요. 그리고 호흡법도 가르쳤단 말입니다!"

운기조식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 호흡을 통해 단전에 기를 쌓는 수련법을 최초로 정립해낸 그였다.


"숨을 깊이 들이쉴때 기가 딸려 들어온단 말이야, 근데 그걸 그냥 내뱉어 버리지 말고 한 뭉텅이씩 잡아서  요 요 배꼽밑에 단전으로 끌어다 놓으면 정精이되는거다~이말이야"

정혁이 깊이 횡경막을 당겨 숨을 들이쉬자 공기가 그의 폐로 빨려들어가 빈자리를 가득 채웠다. 정현의 의지와 폐포의 미세한 작용들이 기운을 붙잡기 시작했고 날숨에 섞여 나가려는 기운들을 혈맥으로 밀어넣었다. 곧 그것들이 전신을 내달리며 한줄기로 모이고 단전에 자리를 잡았다.

"자, 따라 해봐라!"

정곽이 말했듯이 정율의 오성이 결코 낮지 않앟기에 스승의 말과 그가 보여준 기의 움직임을 따라 숨을 들이쉬고 기를 모아 혈도를 따라 내달려 단전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좁쌀보다도 작은 뭉치 하나뿐. 정혁이 그걸 보고는 혀를 찼다.

"숨을 더 많이 깊게 들이쉬어야 기가 팍팍 들어오지!" 

몇번을 수련해보아도 근본적인 호흡량은 늘어나지 않았고 스승과의 대련에서도 삼재검법은 통하지 않았다. 삼재검은 본래 본인이 강해져 상대를 뛰어넘게 하는 검법,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한 묘리들은 담겨있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정율의 무공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곽에게 글을 배우던 중 삼재에서 뻗어나와 사상, 오행, 육효, 칠성, 팔괘, 구궁, 십단으로 이어지는 주역의 가르침이, 유가와 도가, 법가의 가르침들이 그 안에 내재되어있던 종사의 자질을 이끌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길은 한가지가 아니며 검이 천지인을 그리지 않더라도 그 가운데 뜻이 있으면 모든 길이 통하니 음양과 천지인의 조합에서 나온 모든 길들이 투로가 되고 그려낸 형상이 다를지라도 검법이니 극의로 나아갈 수 있고 결국 그 근원이 삼.."

"칼 휘두르던 놈 어디갔냐?"

검을 휘두르다가 무아의 경지에서 얻은 깨달음이 비록 완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막혔던 벽을 깨고 정율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다.

더 이상 스승과의 비무에서 정율은 정직한 중도의 삼재검법만 쓰지 않았고 속이고, 피하며, 때로는 흘려내고 무게를 실어 내리누르면서 스승을 상대했다.

실력은 날로 성장했고 정율도 날로 성장하여 중원에서도 무패의 검수로 이름이 높아졌다.

허나 그럼에도 스승은 이기지 못했다

태산압정은 흘려낼 수 없었고 허초와 진초의 조합으로 횡소천군을 뚫지 못했으며 선인지로는 피하지도 못할 만큼 신묘했다.

이는 정혁의 무재와 경지가 압도적으로 높아 일어난 일 이었으나 당시 율의 경지로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그냥 하라는거나 열심히 할 것이지 어디 되도 않는 잡기를 쓰는 것이야! 나의 가르침을 따를 생각이 없다면 나 또한 가르칠 생각이 없다. 이만 하산하여라!"

천무지체로 태어나 삼재의 묘리만으로 대종사의 자리에 오른 정혁 또한 율이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세월이 흘러 정율도 제자를 갖고 등선을 앞두었는데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검법으로 일대종사의 자리를 이루었다. 그럼에도 삼재의 단순한 묘리로 자신을 번번히 이겼던 스승의 모습은 그 뇌리에 깊게 박혀있었고 그는 말년에 삼재검법을 다시 정리하였다

그 때 끊겼던 깨달음은 다시 이어지며 삼재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

만류귀종이라 하여 백무를 통달한 이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데 이는 모든 검의 시작은 삼재와 음양이요, 풀어내고 그려낸다 한들 결국은 가장 단순한 종베기, 횡베기, 찌르기의 조합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천부의 재능이 없는 이상 복잡한 동작으로, 환과 쾌, 변과 중, 강, 유의 묘리로 풀어내고 익힐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삼재의 수련만 반복하는 건 사람에 따라서 시야를 좁아지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은 그의 사후 무학이 정리되고 무인의 자질이 구분되기 시작한 강호에서 였으며 삼재검법만으로 정상에 가까이 가는 이들이 없지 않았기에 아직도 삼재검법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ㆍㆍㆍ

스승님 그렇다면 어찌하여 제게는 삼재검법만 계속 시키시는 것인지요? 어서 상승의 검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갈! 이놈아 최소한 100번은 휘두르고 그런소리를 하거라!



막상 다 쓰고 보니까 글이 참;;

그냥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