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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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


사람들이 학교를 다닐 때 자주 하는 말은 자퇴하고 싶다. 그리고 일을 하는 직장인들은 퇴사를 꿈꾸곤 한다. 그만큼 지금 상황에서 그 일들을 하는 것이 매우 귀찮고 힘든 일이니.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언제나처럼 출근을 하고 등교를 한다. 나 또한 그 중 하나이다.


“하…”


어제 일 때문에 그런지 오늘 아침부터 우울감이 엄습해 한숨이 깊은 곳에서부터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결석을 해버리고 싶었지만, 나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학점이라도 제대로 챙겨 입사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우울한 건 우울한 거였다. 어떻게든 학교를 나왔지만, 벌써부터 무기력함에 강의를 들을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멍 때리고 있으니, 점점 사람들이 시간에 맞춰 강의실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무도 내 옆에는 앉지 않았다.


당연할 것이다. 애초에 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에 나와 친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옆에 앉기는 꺼려지는게 당연하다. 나같아도 그랬을 거고.


그러니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여전히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켰다.


그렇게 핸드폰을 켜자마자 보인 것은 메시지 앱 위에 써져 있는 숫자 1이였다.


‘나한테 연락할 사람이 있었나’


평소 내게 연락하는 사람은 없다. 고등학교 동창들 조차 내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이상 내게 연락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러니, 저절로 머릿속에 물음표가 뜨는 건 어찌보면 내게는 당연했다.


“응?”


물론 바로 광고거나 스팸이겠거니 생각하며 별 기대도 하지 않은 채 앱을 실행시켰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광고나 스팸 따위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내게 누군가가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그러자 마음속에서 알게 모르게 기대감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게 먼저 연락을 해준다니 그것도 가족이 아닌 사람이. 드디어 내게도 제대로 된 친구가 생기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문자를 보낸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자마자 와장창 깨져버렸다.


왜냐하면 문자를 보낸 당사자는.


‘이지연?’


이지연이었으니까.


뭘 그렇게 부정적이게 생각하냐 하겠지만, 같은 편의점 알바생이 다른 알바생에게 연락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만약 연락을 한다 해도 그린라이트 같은 일은 펼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 근무자의 실수들에 대해 항의를 할 뿐이지.


그렇기에 이지연이 보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든 생각은 ‘내가 무슨 실수 했나?’ 였다. 엊그제 유린이에 대한 일 때문에 평소보다 급하게 인계를 마쳤기에 중간에 오류가 있었을 확률이 높다.


‘에이씨 또 돈 나가겠네.’


그렇기에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돈이었다. 가뜩이나 자취방 월세 인상으로 인해 생활비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이런 사소한 일로 돈이 나갈 걸 생각하니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렇게 이지연의 문자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속으로 시팔 저팔 하며 짜증을 부리고 있으니, 옆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교수님인가?’


속으로 딴 생각하다 강의 시간이 되었나라는 생각이 들어 먼저 옆에 온 사람을 확인하기보다는 핸드폰 위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아직 강의 시간이 되려면 10분은 남아있었다.


그러면 왜 옆에 인기척이 느껴지는 거지?


10분이나 남아있는 상황에 교수님이 벌써 이 강의실에 들어올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내가 강의실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아닌 거의 구석진 곳에 있기에 옆에 사람이 올 리는 없다.


“저, 저기…”


그렇게 옆에 느껴진 인기척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으니 인기척의 주인이 먼저 목소리를 내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방금까지 추측했던 동아리 권유, 종교 권유, 판매 등등의 생각들이 안개처럼 흩어졌고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혹시, 여기 자리 남나요..?”


그리고는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네, 네?”


“자, 자리 남냐고 했어요…”


“아, 네, 네. 앉으세요.”


그러나, 그 믿을 수 없는 소리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내 대답에 약간의 미소를 띄우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뭐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초반에 느꼈던 혼란스러움이 더욱 가중되었다.


그런 혼란스러움에 원래라면 하지 않을 행동 까지 하며 몰래 힐끔 힐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쳐다봤다.


긴 생머리에 안경을 꼈음에도 보이는 숨길 수 없는 외모. 게다가 펑퍼짐한 옷차림을 했음에도 곡선이 보이는 거대한 가슴까지.


‘이 강의 듣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내가 주변 사람에 관심이 없어도 반년 이상 이 강의를 듣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이 없는지는 대충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지금까지 이 강의를 들으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저..죄송하지만, 못 보던 얼굴인데…”


“네? 아, 그게..제가 개인사정 때문에 한 학기 휴학을 했어서..”


“아…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히 별 말을 꺼내지 않았음에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아무리 휴학을 했어도 이정도 외모라면 계속 입방아에 오르기 망정인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했는지 방금까지 친구들이랑 떠들던 남자들이 전부 다 우리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내가 아니라 옆에 여자분이구나.


괜히 부담스러울 뻔 했는데 다행이다.


“저 사람 누구야?”


“나도 처음 보는데?”


“저런 사람이 있었어? 존나 예쁜데 한 번 말이라도 걸어볼까?”


“꿈 깨라 너같은 건 쳐다도 안 볼 거다.”


“에이씨 모르는 일이잖아.”


“그럼 말 걸어 보든가.”


“...그냥 포기할게.”


“잘 생각했어.”


잠시 쳐다본 것만으로 저렇게 이야기의 주제가 바뀌는 게 오히려 당연해 보일 정도로 그녀의 외모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이렇게 예쁜 사람은 살면서 지연씨와 유린이를 제외하면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고개를 부산스럽게 돌리다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나까지 뻘줌해져 시선을 피한 뒤 다시 핸드폰을 바라봤다.


‘아 맞다.’


그렇게 핸드폰을 본 그제서야 지연씨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괜히 돈문젠데 시간을 끌었다가는 괜히 손해를 입을 거 같으니 내용을 확인한 뒤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바로 해결해야 했다.


“저, 저기…”


그렇게 내용을 확인하려고 하니 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은 나를 부른 게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은 아무런 반응 없이 고개만을 돌려 옆자리를 바라봤다.


“네?”


그리고는 나를 불렀다는 것이 확실해졌기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잠시 책상 위에 뒤집으며 올렸다. 대화를 할 때는 핸드폰을 만지고 있지 않는 게 예의니.


“제가 사실 여기 아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사람이 없는데.. 혹시 가능하다면 전화번호라도…”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입으로 나오려고 했던 말을 속으로 삼켜내며 내 몸은 순식간에 급속 냉각한 것처럼 굳었다.


“네, 네?”


뭐지? 무슨 개꿀잼 몰카인가? 혹시 고도의 다단계 영입인가? 만약 다단계라면 그들은 아주 일을 잘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평소에 다단계를 조심하는 사람들조차 넘어가기 쉬울 정도로 그녀의 부탁은 매려적이었으니.


그러나, 다행히 자존감 최저치를 찍고 있는 내게는 그런 핑크빛 미래를 꿈 꿀 엄두 조차 내지 못하기에 그녀의 부탁에 선뜻 설렘보다는 의심을 가졌다.


“아, 혹시 실례였나요? 그, 그러면 죄송합니다…”


내 당황스럽다는 대답에 그녀또한 놀랐는지 개미가 지나가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좀 평소와 같은 날이 아닌 거 같다.


ㅡㅡ

얀진이 등장.


*생각해보니까 얀순(이지연)이의 기본인 외모에 대해 묘사를 안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