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아


???







"으음~ 맛있어!"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평탄해도 될까 싶다.



"아논도 한 입 먹어볼레?"


"아니, 난 괜찮아."


아카데미에 입학한지 한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흐음~ 그럼!"



어떠한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현재로선 평온 그 자체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카데미에 등교하고


수업을 배우며


"역시 후식으론 이만한데가 없다니까~"


점심 시간에 파르페를 먹는 이리아를 보는게 전부였다.



"..."


이 아카데미는 생각보다도 규모가 거대했다.


작은 시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교육 외에 다양한 지점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이러한 음식점들,


"으음~!"


특히 이리아는 여기 카페의 파르페를 좋아하는듯 했다.



"...."


이게 그 정도인가...


커피를 홀짝이며 그녀의 반응을 보다보면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음..?"



그런데...



"으응? 아논 왜 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



나는 보고야 말았다.



"아논...?"


이리아의 뒤,


정확히는 배경에 비춰진 광경에서...


"설마..."


무언가 구면인듯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리아, 잠시 여기 있어줘."



나는 정확한 확인 위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 그럼 나도..."


이리아는 아직 상황을 파악을 못했는지 당혹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나를 따라 나설려했고,


"아니, 금방 다녀 올테니 여기에서 기다려."


나는 조금 억지라로 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그녀를 말리게 되었다.



드륵..!


자리를 벅차다 싶이 격한 행동으로 일어선 나는 곧장 빠른 걸음으로 카페에서 빠져나왔는데.



"아.. 아논...!!"


점점 희미해져 가는 이리아의 목소리를 뒤로 한체, 이미 사라져 버린 소녀를 쫒기 시작했다.



"... 안 보여, 멀리 가진 않았을 텐데."


허나 아무리 걸음을 재촉해도.. 먼저 모습을 감춘 소녀는 뒷 모습은 커녕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고


"좀 더 서두룰까..?"


나는 조급한 마음에 조금 뛰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ㅡ



점점 빨라지는 구두 소리에 맞춰,



두근두근...



내 심장 소리 역시 격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격한 운동으로 인한 현상만은 아니겠지.


이건 다름 아닌 '긴장감'이었다.




"....."


그야 그렇겠지... 


평화로운 일상에 갑자기 찾아온 '대형 이벤트' 였으니까.


본능적으로 '그녀'와 가까워져가고 있음을 느낄 때 마다 긴장감이 고조 되었다.


내가 예상한 것이 맞다면 이 앞엔 아마 게임 속 메인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져 잠깐 스쳐지나간 모습이 전부였지만... 



나는 확신 할 수 있었다.


연푸른 장발에 인형 처럼 아기자기한 이목구비,


또 푸른 바다를 연상케하는 맑은 눈동자.


분명했다.


내가 쫒고 있는 인물은 아마... 



게임 속의 주인공이였다.








◇◇◇




스텔라 시프란테



그녀는 게임 속의 주인공이었다.


출증한 실력과 재능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했지만


귀족 중심의 사회 구조에 부딪히게 되는 비극의 주연.



허나 자신의 처지와 운명에 저항하고


그 결말에는 아카데미 수석 졸업과 더불어,


숟한 차별과 괴롭힘 속에서도 진정한 존재의 가치와 희망을 깨닫고 성녀가 되는 고귀한 인재였다.



허나 ㅡ




이걸 달리 말한다면 끝 없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 이기도 했다.


방금 말했듯 그녀는 입학 하자마자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별과 괴롭힘에 대상이 되버린다.


당연히 초반에는 여러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데.


배드 엔딩 중에서는 이런 괴롭힘을 감당 못하고 정신이 망가져, 폐인이 되버리는 것도 있었다.


"...."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가고 있는 곳은 인적이 드문 정원,


그녀의 첫 번째 고비가 되는 곳 이었다.



"그래.. 아마 이 정원이었어.."



작중 첫 번째 시련으로 스텔라는 어떤 영애 무리에게 불려지게 된다.



하나 같이 철저한 귀족 우월에 빠져, 평민인 그녀를 가문 두지 못하는 악역들이었다.




스텔라는 그 곳에서 여러 몹쓸 짓의 피해자가 된다.



그 당시 다른 사람은 없었으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존심이 꺾여 나가는 여러 일을 당하게 된다.



개방적인 곳 이라는걸 감안하면... 아니 설령 그걸 감안하지 않더라도 큰 트라우마가 될 만한 짓을 겪게 된다.


거기에서 자칫 잘 못되면 곧 바로 배드 엔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대한 이벤트였기에... 내가 상황을 지켜봐야만 한다.



뭣 하면 바로 개입 할 수 있도록...




"..?! 이건.. 사람의 목소리 ㅡ"



그리고.. 때 마침 사람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 ㅡ !"



아마 목표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동시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의미도 있었다.



"하 ㅡ?!"



걸음 소리를 줄이며.. 점점 조용히 다가가는데.



"어이가 ㅡ!"



거리를 좁혀갈 수록 희미했던 목소리는 점점 선명해져 간다.


"이 평민이...!"


동시에 엄청난 독기가 서려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


인기척이 가까워지자, 나는 나무 뒤에 몸을 가리며 상황을 살핀다.



"으읏...."



그곳에는 귀족의 폭정에 신음만을 내뱉는 스텔라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오는 건가요?!"



그녀를 둘러 싼 여러 악역 영애들이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


원작과의 차이가 있다면... 저 자리에 내가 없다는 것이겠지.


놀랍게도... 그녀를 무너뜨리는데엔 아논이 한 몫 하기도 한다.



"다시 한번 말해봐!"


짝 ㅡ


"아앗..!"


참고로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영애는 프리실라 라는 캐릭터인데.


게임 초반, 아논의 연인 혹은 끼고 노는 여자 정도의 엑스트라였다.




"윽...."



프리실라에게 뺨을 맞은 스텔라는 바닥에 패대기 쳐지듯 쓰러지고 만다.



"ㅇ... 이런 짓은 그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쥐어짜낸듯한 목소리로 용기를 내보는데.



"뭐? 하핫..!"



프리실라는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헛 웃음을 내뱉더니 ㅡ


쿡..!


"아앗..?!"


"..... 아하! 좋은 생각이 났어."


스텔라를 짓밟으며 이내 좋은 생각이 났다는듯 사악상 미소를 씨익 짓는다.



"애들아? 다신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본 때를 보여주자."



프리실라가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리 외치곤..



"속옷까지 다 벗겨버려."



무리 수를 이용하여 스텔라에게 끔찍한 행동을 지시한다.


".. 넷..?!!"


스텔라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알겠습니다, 프리실라님!"


이내 그녀의 무리에 의해 몸의 자유를 빼앗기고 만다.



"아.. 안돼.. 잠시만요..!!"


스텔라는 그제서야 살기 위해 버둥거리기 시작했지만...



"하하! 꼴 좀 봐~ 애초에 이 곳의 교복은 너에게 안 어울려."


프리실라는 그런 주인공의 고통을 즐기기 시작했다.



"걱정하진마~ 내일까지 여기 얌전히 있으면 돌려 둘 테니까."


"어머~ 역시 프리실라님 상냥하셔라! 이런 천민에게 그런 후한 대우를 해주시다니."


오직 한 사람만의 제외하곤 모두가 키득거리며 악행을 즐기는듯 했다.



"아.. 안돼요!!"


"제가 잘 못했으니 제발 이런 짓만은.....!!"


그녀의 자존감이 깎여 나간다.



"싫어요! 제발 부탁이에요! 싫어.. 아.. 안대엣..!"


울먹거리며 영애들에게 애원하지만..



"하핫! 계속해, 멈추지마!"


오히려 악마들을 자극하는 꼴이 되버렸다.



"프리실라님! 제발..!!"


그렇게...



"아아... 안돼...!"


그녀가 입고 있는 교복의 단추가 풀리는 그 순간 ㅡ




콰앙 ㅡ!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게 된다.




"뭐.. 뭐얏..?!"


그야 말로 청천벽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



"그쯤들 하시지?"


결국 나는 위압적인 분위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논님?!!""


그들은 내가 떨궈낸 마법과 함께, 등장한 나를 보며 기겁했다.


"하.. 하핫... 아논님! 다름이 아니라 이 미천한 년이 주제를 몰라서 교육을..."



그들은 내게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파지직 ㅡ



"히.. 히익?!"


이내 나의 경고 사격과도 같은 과시에 말문이 닫히고 만다.



"두 번은 말 안할게."



나는 지난 한달간 별 다른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내에선 내 이름을 모르는자가 없었다.


권위 있는 자여서 그러는걸까 아님 악역 취급을 당하는게 내 운명인걸까.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어째서인지 모두가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 아.."



""알겠습니다!!""


그들은 내 말에 곧 바로 꽁지 빠져라 도망치기 시작한다.




"....."


몇 초도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모습을 감춘 영애들.



"후우... 괜찮아?"


나와 그녀 외에 인기척이 사라졌다는걸 확인한 나는, 곧 바로 살기를 지운다.



"....!"



하지만...



"... 흐읏...!"


"어, 기다려..!"


스텔라는 그 살기의 대상이 자신도 포함이라 생각했는지, 그녀 역시 내게서 달아나 버린다.


"아..."


미처 공작가인 내가 자신을 도와줄 거란 생각은 못했던걸까...


"......"



결국 현장에 남겨진건 나 밖에 없었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리아를 데려오는건데...


괜한 뒷 머리만 긁적이며 아쉬움만 아른거렸다.



그야... 원래였다면 그녀를 도와주는건 내가 아닌 이리아였으니까.



스텔라 만큼은 아니지만 이리아 역시 원작에선 차별 대우를 받는다.


그렇기에 이를 통해서 둘은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같은 평민 출신이라는 공감대는 좋은 유대감을 형성하기 좋은 시나리오였다.


추후에는 같이 만악의 근원인 아논을 몰아내기도 하는 등...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후...."


결국 스텔라를 놓쳐버린 나는 미련 섞인 한 숨을 내뱉는다.


괜한 오해를 산건 아닐까...


"일단.. 돌아갈까?"


그래도 일단 주인공의 트라우마는 막았다 생각하고, 카페로 돌아가려던 그 순간...



"헤에~ 대차게 까여버렸네?"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버린다.



"이리아..?"


순간 몰려오는 소름기에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인 이리아가 있었는데.



"걱정되서 쫒아 봤더니.. 이런 불순한 짓을 하고 있었다니!"


단단히 화가 났는지 팔짱을 끼고 있는 거만한 자세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잠깐.. 내가 다 설명할게!"


그녀가 어디서부터 나를 지켜봤는진 모른다.


허나.. 그녀의 반응을 보아선 무언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그녀의 눈에는 내가 스텔라를 괴롭히고 있었던걸로 본 것 같았다.



"그러니까 ㅡ"


그래서 해명을 급히 하려는데...


"아논... 아까 그 여자를 구해줬지?"



허나..


"어...?"


"다 봤어! 너가 백마 탄 왕자님 처럼 그 여자를 구해준거!"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런데 막상 그 여자는 도움의 손길을 잡지 않고 도망갔잖아!"


이리아는 정확히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 그러면 왜..."


그렇다면... 대체 어느 부분에서 토라진 걸까....


"그 여자가 은혜도 몰라본게 정말 다행이야."


되리어 스텔라가 나를 뿌리친 것에 그나마의 안심을 하고 있는듯 했다.



"그야... ㅡ"


이윽고 이리아는...


"... 으윽.. 이리아?"


"아논에게.. 다른 여자가 생길까봐..."


내게 안겨들더니 이해 할 수 말을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도저히 따라가지 않는 사고 방식에 머리를 갸웃 거렸지만..


".. 시끄러워..."


"아논은 바람둥이야.."


이리아는 한쪽 뺨을 부풀리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을 뿐 이었다.




"....."


대체 왜 이러는 걸까.


10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 사이인 지라 이런 접촉은 그렇다 치는데...


불만을 가지는 부분에선 이해가 가지 않았다.












◇◇◇



다음날




"으읏.... 피곤하다~!"


중요한 사건을 넘기고 하루가 지났다.


"역시 뇌를 짜낸 후엔 달달한 점심이지!"


오전 수업을 모두 끝낸 나와 이리아는 점신 시간이 되어 교내에 있는 식당으로 오게 되었는데.


"오늘은 와플이 좋을까~?"


이리아는 허기진 위를 달랠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


나는 그런 이리아를 휠끗 봐라보며 메뉴를 고르는데.


"흐흠~♪"


이런 사소한 것에도 흥겨워하고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이리아가 세삼 귀엽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실제로도 내 미적 기준으로 보았을 땐, 상당한 미인이었다.


치장에 죽고 사는 다른 귀족 영애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상위권의 외모였다.


"...."


이렇게 보면 참 소녀 답다니까.


원작에선 암살자나 첩보원 마냥 어둡고 칙칙했었는데.


"정했다! 나는 이거!"


매번 느끼는거지만 그녀는 게임 속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본례의 아논'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나 밝아지는 구나.


다시 한번 원작 속 아논의 악독함을 실감하게 된다.




"흐음.. 난 이걸로 먹지 뭐."


'달콤 와플 세트'를 주문한 이리아에 맞춰 나 역시 아무 음식이나 선택한다.



"느아아~ 여기 식탁은 왜 인지 안정감이 든다니까~"


그리곤 대충 구석진 곳에 착석하여, 얌전히 음식을 기다리는데.



"으으.. 저기...!"



얼마나 기다렸을까?



"응..?"


잠시 넋을 놓고 기다리고 있었은데, 누군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


느낌으로 봤을 땐 상당히 떨고 있다.


목소리에 자신감도 없고..



'누구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정체를 확인하는데.


"ㄱ.. 그... 어제..."


그러자 그 곳엔...



"저를 구해주셨... 죠..?"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게임 속의 주인공, 스텔라가 있었다.



"어...."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나는 잠시 병쪄 버리고 만다.




"죄송해요... 어제 저를 도와주셨는데도.. 그냥 도망가 버려서...."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거든요..."


스텔라는 어제 사건에 대한 사죄와..



"그리고 감사합니다.. 귀족님 덕분에 어제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어요."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저는 스텔라에요..."


그리곤 뒤늦게 나마 자신을 소개하였고,



"아논 베네딕트... 공작가지만 그냥 편하게 아논이라고 불러."


나 역시 이름을 알려주며 서로의 통성명을 확인 한다.


"...."


"......."


그런데.. 이 거북함은 무엇일까...


"으.. 읏...."


그녀와 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게...."


스텔라는 무언갈 말하고 싶은듯 조급해 보이지만...


동시에 망설이고 있는건지, 억지로 입을 다문 것 처럼 옅은 신음 소리만 내고 있었다.


보니까... 얼굴이 조금 붉어진 것 같기도 하고....


"저기.. 무슨 할 말이라도..?"


결국 목이 턱 막히는듯한 느낌에 선듯 말을 건내보았지만..


 "히.. 히잇..?"


그녀는 연약한 소리만 내며 좀 처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둘 끼리 뭐하는거야?"


그런데 그 때...



"나.. 조금 섭섭한데?"


그런 둘만의 대화를 비집고 들어오는 이리아.


"앗..! 아.. 안녕하세요..! 저는 스텔라에요....!"


스텔라는 당황해하며 이제서야 발견했다는듯 이리아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내지만...


"난 이리아.... 잘 부탁해."


어째서인지 이리아는 영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스텔라를 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또한 평소 답지 않은 험악한 어투에 의아함이 물씬 들어오지만...



"흥... 아냐, 아무것도.


그녀는 토라진 얼굴로 고개를 휙 돌릴 뿐 이었다...




"아논님... 어제의 일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무튼 다시 스텔라에게로 돌아와서,


"아논님이 아니었다면 전 정말... 끔찍한 일을 당했겠죠.."


"저 같은게.. 얼마나 감사의 말을 전해도 부족합니다..."


그녀는 손가락을 꼼찌락 거리면서도 한편으론 곤란한 얼굴로 나와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


아마 자존감이 너무나 낮은 탓이겠지.


너무 황송한 나머지 눈을 마주치는 것도 결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과한 억측 아니냐고?


하지만 이건 게임 속에서도 구현된 주인공의 행동 중 하나였다.


전에 말했듯 스텔라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당 하지 못한다면 곧 바로 배드 엔딩이었다.


게임 내에선 이로한 주인공의 상태를 표현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자신감 수치였다.



"으....."


그녀가 배드 엔딩에 가까워질 수록 자신을 낮추고 나아가서는 혐오에 빠진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보아하니 꽤나 심각한 상태였는데.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배드 엔딩까지 앞으로 두 세 걸음 정도일려나?



"신경쓰지 마."


이건 꽤나 중대한 사안 이었다.


그야 주인공의 파멸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니까.


배드 엔딩 중에는 폐인이 되는 것도 있지만은.. 그로 인해 흑화하는 묘사도 있었기에 혹시 모를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망가진 정신으로 귀족에 대한 앙심을 품어버린다면.... 그건 그것 때로 꺼림직한 재앙이겠지.


어쩌면 원작 이리아에 버금가는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애초에 내가 멋대로 나선거니까."


그러니 최대한 자극하지 않도록, 태연한 연기로 괜찮다는 말을 전하는데.



"그.. 그런가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행히도 내색하지 않은 내 태도에 조금은 기운을 차린 것인지 눈빛에는 약간의 생동감이 생기게 되었다.



"그럼.. 저는 이만....!"



스텔라는 이내 작별의 말과 함께 부끄러움을 내보이며 도망치듯 자리를 먼저 떠나버리는데.



"....."



아무래도 불안했다.



"흐음.."


그야 애처롭게 걷는 저 뒷 모습만 봐도 느껴졌으니까.


지금 그녀가 얼마나 내몰려 있는지...


아마 벼랑 끝에 서있는 위치일 것이다.



"가만보자, 지금 시간이..."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현재 타이밍으로나 현재 스텔라가 향하고 있는 방향으로나...



지금 그녀는 '두 번째 시련'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듯 했다.



"이리아, 먼저 일어날게."



그렇다는건 저대로 두우선 안된다는 말이겠지.



"뭐.. 갑자기?!"


지금 이대로라면 주인공은 확실히 망가진다.


또한 내가 원래의 흐름을 방해하는 바람에 이리아 라는 조력자이자 버팀목도 없는 상황이고...


그러니 내가 나서야 한다.



"어디 가려고?"


허지만 이리아는 돌발적인 내 행동에 당황스러워 했고


"스텔라를 따라가려고."


나는 설명할 여유가 없어, 일단 이유만 덩그러니 말한 체, 먼저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뭐.. 또?!"



그러자 이리아는 ㅡ


"가.. 가지마...!"



갑자기 내 옷 소매를 잡아당기더니..


"뭐..?"


"그.. 그게 아니라... 아.. 안가도 되지 않을까....?"


어째서인지 '불안한' 안색으로 나를 말리려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서... 그녀의 괜한 참견에 그 이유 라도 듣고 싶었지만



"내가 반대로 묻고 싶어..."


이리아는 오히려 질문을 던져왔다.


"왜 굳이 따라가려는 거야?"


"어제도 그렇고.. 방금 분위기도 그렇고... 그 스텔라 라는 여자는 아논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던데..."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있으면 안될까..?"




"......"


하지만 나는 그런 이리아의 말에 되리어 침묵하고 말았는데...


이 상황을 모르는 입장에선 그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말해줘도 모를거야."


그야 이리아는 모르겠지.


그저 단순히 자기 갈길을 가는 것 같지만


저 곳이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 파멸의 지름길이라는걸 꿈에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 먼저 갈게."


"뭐어..? 꺄앗..!"


이리아에겐 미안하지만 ㅡ


"아.. 아논!!"


"먼저 먹고 있어, 뭣 하면 내 것까지 먹어!"


조금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뿌리치며... 스텔라가 모습을 감춘 복도로 향하고 말았다.










◇◇◇





"......."



그녀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아논..."



자신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달리는 저 남자를.



도대체 조급해 하면서 까지 다른 여자를 쫒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자신도 목격했으니까.


스텔라 라는 여학생은 분명 아논을 거부했다.


동시에 괘씸했다.


그 자리에서 감사하다며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되리어 도망을 선택했다.



오늘은 어땠을까?


역시나 대화하는 듣는 내내 자신이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그야 딱 봐도 부담스러워하는 티를 팍팍 내놓곤,


저것이 감사인지 무엇인지도 모를 말을 주구장창 하는걸 들어야 했으니까.


당사자가 아님에도 이리도 답답한데...


당사자는 얼마나 더 불쾌해 할까?



"으읏..."


허나 현실은 달랐다.


아논은 자신을 꺼려하는 여자를 쫒아갔다.



도대체 왜 일까.


그의 옆엔... 이리도 순종적인 여자가 있는데.


그의 말이라면 뭐든 둘어줄 여자가 존재하는데....



저 여학생이 자신 보다 나은게 뭐가 있다고 저리도 따라가려는 걸까?



"어째서...."


이리아가 중얼거린 한 마디엔... 여러 감정이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