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4화

5화

6화

7화
8화

전체 회차의 가독성을 대폭 수정하였습니다.

가독성에 한한 수정이므로 기존 독자들 깨서는 다시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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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달빛이 침대에 누워있는 레일라의 초췌한 얼굴을 비추었다.

 

우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고, 키르디아는 방 한쪽에 담담히 서 있다.

 

“주치의는 몇일만 안정을 취하면 나아지실 거라고 했습니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우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참의 침묵 후

 

"각하께선 구대륙 유학 시절에 대해 거의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키르디아가 입을 열었다. 

 

"가끔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어김없이 박사님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우노는 키르디아의 말에 안절부절 하며 떨고 있던 다리를 멈추었다.

 

우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각하께서 이렇게 되신 경위와 이유는 모르겠지만," 

 

키르디아는 말을 이었다. 

 

"원인에 대해서는 짐작이 갑니다.”

 

키르디아는 우노를 쳐다보았다.

 

우노는 차마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부디, 각하를 잘 부탁드립니다."

 

키르디아는 우노에게 깊게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우노는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이 그 때문이라는 것이 그를 괴롭혔다.

 

우노는 레일라의 얼굴로 주저하며 손을 뻗다가, 손을 거두었다.

 

 

 

 

레일라는 학교의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감상하고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 마다 그녀를 보며 수근거리고 피해갔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기분이 좋았다.

 

조금 있으면 우노와 만날 시간이다.

 

우노에게 가르쳐 줄 신대륙어의 관용어를 생각하며 레일라는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레일라의 눈에 익숙한 뒷모습이 들어왔다. 우노였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노는 복도 끝, 한쪽에 서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레일라는 우노에게 다가가 인사하려고 했다. 

 

그녀가 가까워질수록, 우노의 대화 소리가 점점 더 분명히 들렸다. 

 

느껴지는 기묘한 위화감에 그녀는 귀를 의심했지만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워 질 때마다 우노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우노는 신대륙어로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하게.

 

레일라는 순간 멈칫했다. 혼란스러웠다.

 

레일라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우노와 그의 상대가 나누는 대화를 듣기만 했다. 

 

우노의 신대륙어는 정확했고, 듣는 사람도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레일라는 그만 손에 힘이 빠져 책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둔탁한 소리에 눈을 돌린 우노와 레일라의 눈이 마주쳤다.

 

“어째서…?”

 

레일라가 떨리는 눈동자로 말을 쥐어짜냈다.

 

“레일라 여긴 무슨 일…”

 

우노가 의아한듯 목소리를 꺼냈지만, 레일라는 그를 끊고 재차 물었다. 

 

"내가 대단장의 딸인 걸 알고 있었어? 나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속인 거야?" 

 

“레일라 그런게 아니…”

 

우노는 해명하려 했지만, 레일라는 듣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레일라의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우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레일라는 그날 우노를 만나지 않았다.

 

아픈 기억이었다.

 

 

 

 

 

 

 

“우으…”

 

레일라는 침대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몇일간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채 이불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진실을 알고 싶었다.

 

어째서 우노가 그녀를 속였는지.

 

한참을 생각 한 후에 레일라는 우노의 방으로 숨어 들기로 작정했다. 

 

어쩌면 이유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침 시간도 오전 이른시간, 우노가 수업으로 기숙사를 비우는 시간이기에, 그녀에게는 완벽한 기회였다.

 

기숙사의 복도는 고요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에 가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레일라는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만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우노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떨리는 손이 문고리를 쥐었다.

 

그녀는 잠시 이게 맞는 것인가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해야만 한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우노의 방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오전의 햇살이 창문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와 방 안을 환하게 밝혔다. 

 

레일라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옷장을 뒤졌지만 안엔 단촐한 짐들만이 있을 뿐 딱히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녀는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위엔 학술서만이 몇 권 펼쳐진 채 있었다.

 

여기도 아니다.

 

레일라는 서랍을 열었다.

 

세번째 서랍에 다다르자, 작은 자물쇠가 달린 노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그녀가 찾았던 것이다.

 

레일라는 홀린 것 처럼 그 노트에 손을 뻗었다.

 

자물쇠가 거슬렸다. 잠시 책상을 둘러본 레일라는 망설임 없이 책상 한구석에 놓인 문진을 집어들고 자물쇠를 내리쳤다.

 

쿵, 쿵, 쿵,

 

자물쇠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수십번의 두들김을 버텨낸 후 자물쇠는 비로소 그 쓸모를 다했다.

 

레일라는 정신없이 노트를 펼쳤다.

 

이거였다. 페이지 마다 위엔 날짜가 적혀 있고 밑엔 우노의 자필이 적혀 있는 노트. 우노의 일기장이다.

 

레일라는 자신과 우노가 처음 만났던 날짜로 페이지를 넘겼다.

 

그녀의 눈은 우노의 마음 속을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흥미로운 사람을 만났다. 이름은 레일라 라고 한다. 프랑케르 어에 곤란을 겪는 것 같아 말을 걸었다. 다짜고짜 가르쳐 준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할 테니, 신대륙 어를 모르는 척 하였다.’

 

‘레일라는 지적이고 통찰력이 있다. 그녀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녀와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

 

‘레일라는 가끔 신대륙어로 나를 놀린다. 신대륙 어에 능숙한 나도 허를 찔릴 만큼 날카롭고 재미있는 농담이다. 나는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그녀와 이야기 하는 것이 즐겁다.’

 

‘레일라와 이야기 하면 어쩐지 편한 기분이 든다. 그녀와 만나는 시간이 기대된다. 그녀는 좋은 친구이다.’

 

‘레일라가 아메리고의 대단장의 딸이라니. 놀랐지만 일단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란다. 그녀는 좋은 친구니까.’

 

그녀는 정신없이 우노의 일기를 읽고, 또 읽었다.

 

‘레일라가 내가 신대륙어에 능통하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상처를 입힌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오늘 레일라는 약속 시간에 나오지 않았다.’

 

다음 날의 일기

 

‘레일라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레일라는 나오지 않았다. 기분이 많이 상한 걸까.’

 

그 다음날도.

 

‘레일라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그녀는 빈 페이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 순간, 레일라의 마음 속에 무언가가 덜컥, 하고 맞추어 졌다.

 

텅 비어 있던 공간이 비로소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태풍이 그녀의 가슴을 휩쓸었다.

 

무언가 차오르고, 다시 차오르다 마침내 견딜 수 없게 되자 눈물로 흘러내렸다.

 

레일라는 우노의 일기장을 가슴에 꼭 안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노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우노는 자신의 방에서 울고 있는 레일라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레일라? 여기서 무슨 일이야?”

 

그의 목소리엔 당황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레일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감정이 휘몰아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우노의 품으로 달려가 끌어안겼다.

 

우노와 레일라는 그 기세에 함께 뒤로 넘어졌지만, 레일라는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우노… 우노…”

 

레일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우노의 이름만을 부르며 계속 오열했다.

 

우노는 잠시 당황했지만 그녀를 따뜻하게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괜찮아. 레일라, 괜찮아…”

 

따뜻한 기억이었다.

 

 

 

 

레일라는 힘겹게 눈을 떴다.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시선을 돌리자, 우노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꿈과 현실 사이의 혼란 속에, 레일라는 본능적으로 우노에게 안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리가 그녀를 붙잡고, 중심을 잃었다. 우노가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았다.

 

현실로 돌아온 레일라는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손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처참했다. 

 

빨갛게 충혈된 눈, 부스스한 머리카락, 눈물 자국과 부은눈가. 

 

이 모습을 우노가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가 자신을 환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레일라의 머릿속을 치고 올라왔다.

 

쿵, 쿵,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고 머릿속은 불안과 공포가 채워지며 폭발 직전으로 치고 올라갔다.

 

불길이 그녀의 심장을 태우는 듯 했다.

 

우노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아니야, 이건.. 아니..." 

 

레일라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 사이를 힘겹게 비집고 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은 절망과 함께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레일라는 거울을 바라보는 것조차 견딜 수 없었다. 

 

그녀의 손은 불안정하게 떨리며, 거울을 손으로 가렸다. 

 

그녀는 우노에게서 시선을 완전히 돌려버렸다. 

 

"우노, 제발 보지 마. 이건 내가 아니야. 이런건 내가 아니야..." 

 

그녀의 쉰 목소리는 히스테릭하게 울려퍼졌고, 이윽고 그녀의 목소리는 절규로 변했다. 

 

그녀의 마음속엔 자신의 모습을 우노가 경멸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우노는 레일라의 공황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니야 평소의 너 그대로야. 너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

 

그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레일라의 귀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녀의 공포에 의해 왜곡되고 말았다. 

 

"정말이야, 너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야..." 

 

그의 말은 따뜻했지만, 레일라의 공포는 그의 말을 그대로 걸러버렸다.

 

레일라의 마음 속에서 우노가 자신을 떠날 거라는 생각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커지고 있었다. 

 

"아냐, 아냐, 거짓말이야. 우노가 날 떠날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에 차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레일라의 반응은 점점 더 격해지고 자신의 얼굴을 가린 그녀의 손은 불규칙적으로 떨렸다. 

 

우노의 손이 조심스레 레일라를 향해 뻗어 나갔지만, 그녀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며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다리는 마치 뿌리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는 균형을 잃고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바닥에 충돌하는 소리가 꽤나 컸지만, 레일라는 그것을 느끼지도 못한 듯 마치 상처받은 동물처럼 허겁지겁 얼굴을 숨기려 했다. 

 

그녀의 숨은 거칠었고, 눈물과 땀이 계속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레일라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간 우노는 다시 한번 그녀를 진정시키려 손을 뻗었지만, 레일라는 절망적으로 저항했다. 

 

“아니야, 보지 마, 제발 오지 마.”

 

레일라는 발악하듯 허둥지둥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손길이 우노의 얼굴을 긁어 상처를 남겼다. 

 

레일라는 그의 상처를 보고 순간적으로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듯 입을 벌렸다.

 

“아…”

 

다시 그녀가 더 극심한 패닉으로 달려나가던 찰나,

 

우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레일라를 꼭 끌어안았다. 

 

버둥거리는 레일라를 아랑 곳 하지 않고 우노는 그녀를 끌어안고 계속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레일라, 난 여기있어. 난 떠나지 않아. 난 절대 떠나지 않아." 

 

우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반복해서 닿았고 레일라의 떨림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녀의 숨결은 점차 진정되어 가는 듯 보였다.

 

잠시 후, 우노는 자신의 바지가 조금 축축하고 따뜻해진 것을 깨달았다. 

 

아마 레일라가 극심한 패닉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실금을 해버린 듯 하다. 

 

우노는 아무런 내색도 안하고 대신 그녀를 더 강하게 끌어안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난 떠나지 않을거야. 난 계속 여기에 있어. 걱정마…"

 

그녀는 말 없이 그의 품에 안겨 벌벌 떨었다.

 

잠시 후 일련의 소란을 듣고 달려온 키르디아가 우노와 레일라의 모습을 보고 담담하게.

 

“닦으실 것을 가져오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잠시 후 우노는 그녀가 따뜻한 물과 수건을 가져 오자 그녀가 레일라를 닦을 수 있도록 비켜주고자 일어섰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한 손길에 의해 제지되었다.

 

“레일라?...”

 

레일라가 우노의 옷깃을 잡고 있었다.

 

“우노가 닦아줘.”

 

레일라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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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입니다.


저는 망가진 사람들끼리의 사랑이 너무 좋습니다.


그 결핍과 집착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얀데레가 좋습니다.


아마 다음화는 짐작하시겠지만 19금이 될 것 같네요.

아울러, 부족한 글이지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소설을 써본 경험도 배움도 부족하여 글이 많이 부족합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노벨피아에서도 연재중이니

노벨피아 주소

한번 들러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