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저주 받았다.



사람의 목숨은 그저 기술 아래의 연료라는 이름으로 소모되는 것이며.



각 특이점이라는 기술을 가진 날개들은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소모품처럼 사용했다.



심지어 23구 뒷골목에서는 인육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이의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시의 해결사로 일하면서 우연히 23구에 의뢰를 받아서 출장을 나왔던 날이었을까.



처음으로 그 꼬맹이를, 아니 고양이일 줄 알았던 호랑이 새끼였던 꼬맹이를 주웠던 날이었을까.그날은 분명…. 지금도 잊히지 않는 날이였다.



"꼬맹이30분 뒤에는에는 뒷골목의 밤이다. 적당히 집 안에 숨어있어."

"…."


처음 본 그 꼬맹이는 온몸에 피칠갑을 한채 쭈그려 앉아서 슬피 울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슬퍼서 저리 우는지는 모르나 결국 도시에서의 싸구려 비극은 흔한 것이다.




저 소녀가 가족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도시에서는 그평범하게…. 흔하게 일어나는 싸구려 비극 중에 하나.


조직 간의 항쟁에 휘말려 피해를 봐도 호소할 곳은 없다.


복수하려면 스스로 강해지거나 아니면 돈으로 해결사를 고용해서 복수를 해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꼬맹이는 어디 갈 곳 없는 꼬맹이인 듯 했다.



부모처럼 보이는 시체는 난도질 당한채  벽에 붙어있었으며.



피는 사방의 벽에 튀어있어서 골목을 붉게 물들였으나, 이미 시간이 지난 건지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더이상 갈 곳 없는 소녀겠지. 그30분 뒤에는뒤에는 뒷골목의 밤에 청소부가 나와 꼬맹이를 죽여버릴 거다.



분명 이성적으로는 이 꼬맹이를 데려가는 건 당연히 이익이라곤 하나도 없는 판단이겠지만.



그 꼬맹이의 두 눈에서는 과거의 나처럼. 엄지와 검지의 항쟁에 휘말려서 가족을 잃어버린 내가 겹쳐 보였다 어쩌면….



지금껏 해결사로서 죽여오면서 죄책감일까….아니면…. 아직 한 켠에  남아있는 죽지않은 '양심'이라고 해야할까.



"갈곳 없냐, 그럼. 내 사무소에 와라. 잘 곳은 찾아 줄테니, 해결사 일을 배워서 천천히 갚아라."


"…."


 

소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당장 오늘 부모를 잃은 상황 때문일지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천천히 비틀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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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구 뒷골목에 쭈그려 있던 꼬맹이를 데리고 와서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




분명 처음 봤을 때는 7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였지만.


14년 정도 지나니까 어느새 순식간에 자라서 어엿한 도시인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해결사 일을 가르치고 해결사로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법과 검술, 격투술을 알려줬으며.


함께 도시 악몽이나 도시 질병, 도시의 별까지 의뢰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레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 같은 관계가 되었다.


나도 그동안 나이를 먹고 이제는 전성기에서 한참 지나긴 했어도 1급 해결사 정도는 되었으니.


나이 먹고 그녀를 따라다니기 힘들긴 하지만 적어도 따라갈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14년 정도 지났을까….8살 꼬맹이였던 그녀는…. 아니 '칼리'는 이제 어엿한 2급 해결사로 성장했다.


"그 나이 먹고 담배는 적당히 피지."


"30년 넘게 피워온 담배를 금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리고 딱히 신경 쓸 가족이나 마누라도 없으니까."


칼리는 담배를 꼬나물고 신문을 읽던 내 담배를 손가락으로 불을 껐지만.


다시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서 꼬나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하지만 또다시 칼리는 담뱃불을 끄더니 이번에는 담뱃갑을 빼앗더니, 담배를 꼬나물고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나이라도 생각하지, 나중에 아파서 골골거려도 돌봐줄 생각은 없으니까."


"쯧…. 그때 너를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담배를 피우는 칼리를 보면서 담배 연기를 내보내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칼리는 담배를 피우면서 들고 있던 대검을 닦고 있었다.


옛날에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내가 보호받아야 할 입장이라니 세월의 흐름이 참 야속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결국 특색 급이라고 불렸던 1급 해결사도 결국에는 도태되어 버릴 수밖에 수밖에 없으니까.


아니, 굳이 따지자면 나만큼 원활하게 나이를 먹은 해결사는 드물려나.


슬그머니 소파에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는 칼리를 쳐다보았다.



"뭘 봐, 뭐 피라도 묻었나?"


"아무것도, 그것보단 슬슬 독립하는 게 어때. 너 정도면 어디를 가든 잘 살 것 같은데."


"지랄하지 마, 나중에 급할 때는 살려준 빚으로, 손을 벌릴 거면서."


내 말에 칼리의 두 눈에 붉은 안광이 희번덕이고 살기가 흘렀으며, 어째 두 눈의 생기가 죽어버렸다.


예전부터 꾸준히 독립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그럴 때마다 반응은 한결같았다.


칼리가 내 사무소 소속이여서 수익은 꽤나 잘 나오지만, 역시나 언제까지고 그녀를 따라다닐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결혼도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도시에서 결혼은 드물긴하지만..


늙어서 혼자 살아야 할때가 두려웠기에 결혼하고 싶었다.


마음을 맞는 짝과 만나서 뒷골목에서 조용히 살다가 온화하게 죽고 싶다.


"칼리,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 없냐?"


"노망이라도 난거야?"


"네가 나이를 먹으면 알아...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옆구리가 시리다고."


그리 말하면서 창밖에 보이는 뒷골목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회색빛의 하늘과 회색빛의 인간들...


정말로 도시답고 이런곳에서는 당연히 결혼이라는 거는 비효율적인거나 마찬가지나 다름없으니까.


"쓸데 없이 여자에게 신경쓰지마...굳이 죄없는 녀석들을 죽이긴 싫거든."


"뭐라고?"


"아냐, 그것보단 의뢰 갔다 올게."


칼리는 그대로 대검을 들고서 사무소 밖으로 향했다.


요즘따라 계속해서 툴툴 거리면서 내 말에 말대꾸를 자주하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수줍어 하면서 뭐만해도 홍조를 띄우던 아이였는데..


사무소에서 나간 칼리가 앉아있던 자리를 보고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숨겨놨던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나도 주책맞아..칼리 한테 그런걸 기대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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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하는 갤러리.

처음으로 올린 소설.


프문 얀데레가 별로 없길래 미숙한 솜씨지만 써봅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