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해 보면 평범한 애들이 얀데레로 흑화하는 거랑 비슷해 보이기는 하는데 일단 써제껴 보자.



세상은 갑자기 혼란에 빠졌어. 갑작스레 여자들이 남자들을 감금하거나, 식칼로 찔러서 죽이려 든다던가 하는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거든.


그래도 아직 평범하다 할 수 있는 여자들이 많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여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어.


이후 이 상황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어.


사람의, 그것도 여성의 뇌에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불가사의한 바이러스에 가해자 여성들이 감염되어 있던 거지.


이 바이러스가 주로 영향을 주는 건 감정의 영역인데, 그것도 불안이나 집착 등의 감정을 크게 느끼게 뇌를 자극하는 형태의 바이러스였어.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저 두 감정만이 아닌 다른 감정을 크게 느끼도록 감염자의 뇌를 자극하고 있었어.


그게 바로 사랑이었지. 이게 바로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불가사의한 일의 정체였던 거야.


사랑이라는 감정도 크게 느끼지만, 그만큼 불안과 집착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으니 누가 쉽게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겠어?


설령 제정신으로 있더라도 그게 더 문제인 것이, 그렇게 된다면 이런 감염자는 자기가 감염된 것도 모른 채로 억지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데, 만약 이렇게 되면 여태껏 제정신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감염자일 수 있다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이미 전 세계의 여성이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연구진들은 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얀데레-20으로 짓고 팬데믹 가능성을 제기했어.


그리고, 얀순이도 그 감염자 중 하나였지.


그나마 얀순이는 그렇게까지 크게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어. 있을 게 부모 정도인데, 부모가 자신에게 주는 애정에 불안을 느끼고 집착을 보일 이유는 없잖아? 그러니 증상은 그냥 사랑이 조금 넘치는 효녀 정도였지.


하지만 새해 첫날 얀순이는 얀붕이를 만나고 첫눈에 반하게 돼.


그리고, 그때부터 얀순이는 본격적으로 각성하기 시작해.


얀붕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싶어지고, 다른 여자와 대화만 나누어도 상대를 어디로 치우거나 없애버리고 싶어지고, 자기만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어서 마구 덮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채워가는 거지.


얀순이는 점점 자신이 무서워졌어.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던 그런 생각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던 거야.


점점 그런 생각이 자신의 당연한 권리처럼 느껴지고, 자신이라면 그게 당연한 게 아닐까 싶어지는 자신이 점점 무서워져 갔어.


그러던 중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얀순이는 어떻게든 치료를 해 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어.


그 중에서 가장 효과가 있던 건 약물치료에 쓰이던 약을 받아서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건데, 일단 뇌 기능이 너무 심하게 사용되는 것이라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거든.


하지만 그런 것도 점점 효과를 잃어가고 있었어. 계속해서 약을 먹고는 있었지만, 점점 뇌가 약에 적응하면서 점점 감정이 강해지고 있었거든.


그리고, 점점 강해지는 감정에, 결국 얀순이는 자신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었어.


결국 자신은 그 어떤 걸로도 억누를 수 없는 거였다면서 억제를 포기하고 얀붕이를 감금하려 드는 얀순이를 보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냥 흑화하는 얀순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