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아

스텔라

???









큰 일이다.


상황이 예상보다도 더 안 좋게 흘러가고 있었다.

첫 번째로는 주인공이 심적 상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최악이라는 점과

두 번째는 벌써 다음 시련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아무리 중간에 난입하여 플래그를 파괴했다고 한들 스텔라는 어제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터 이다.

분명 어제의 쓰라림이 체 가시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데 곧 바로 다음 사건애 휘말리게 되다니.


"......"

그녀에게 있어선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정신이 망가지기 직전, 그것도 첫 시련의 잔상이 남아 있는 상태인데.. 

곧 바로 다음 위기를 맞이한다는건 아무래도 결과가 물보듯 뻔 했다.





"칫...."

그런 상황파악이 끝나자, 관자놀이가 아려우는 기분이 물씬 느껴진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찾아온 다음 고난에 머리가 아파온다는 증거겠지.

분명 입학 초기만 해도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었는데...

주인공을 발견 한 이후 급속도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건 우연일까.. 아님 운명일까...


마치 이 전까지 누렸던 평온함은 전부 폭풍전야의 고요함이었다는듯 현재는 여러 사건들이 연달아 휘몰아치고 있었다.



"저깄다."

그녀가 자취를 감춘 복도를 따라 걸어가다, 나는 어느 지점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

외로운 발길을 내딛는 스텔라의 뒷 모습이 눈에 들어와서 였는데.



"이 장소... 분명해."

허나 그걸 제외 하더라도 지금 이 복도... 절대 생소한 장소가 아니었다.


인적이드문 복도

언듯 쾌적하고 정적이 깔린 조용한 장소인듯 싶지만.

실상은 사막의 모래 무덤 만큼이나 사악한 이들이 매복하고 있는 장소였다.


"......"


그래서 일단 어제와 같이 몸을 숨기며 상황을 살펴보는데 ㅡ


"어머, 이게 누구야~"

아니나 다를까...

"으읏...?"

악의로 가득 찬 심술궂은 목소리가 스텔라를 가로 막는다.

"이거이거.. 어제 운 좋게 빠져나간 민물고기 아니신가?"

이윽고 모습을 드러내며 그녀를 포위하듯 둘러 쌓는 무리들.

"프.. 프리실라님...."

그 순간 스텔라는 늑대를 마주한 어린 양 처럼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시련.

이리아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첫 고난를 잘 넘긴 주인공였지만

프리실라의 입장에선 불청객의 개입으로 계획이 무산 된 것에서 심술이 나,

괜한 그녀에게 분풀이를 하는 추악함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야, 너 때문에 어제 공작님께 밉 보였잖아!"

게다가 이번엔 게임 속에 없던 내 존재가 언급되는 대사를 보아.. 더 단단히 화가 나있는 것 같은데,

"으으...!"

저 악마 같은 표정을 보면 원작보다 더 하면 더 하지 덜 화난 것 같진 않았다.

그야 차라리 원작대로 이리아 라면 평민이라고 싸잡아 욕 하면 그만이지만

공작의 자제는 자기 주제에 감히 건들 수 없는 영역이니 분노의 대상이 쏠릴 수 밖에...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꽈악!


"아앗...!!"

프리실라는 스텔라의 머리를 가챠 없이 잡아 당긴다.

"아.. 아팟...!"

그녀는 괴로운 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하지만

"하핫! 더 울어보라고..!!"

오히려 악마들의 입꼬리만 올려주는 꼴이 되버리고 만다.

"프리실라님? 여기 준비하신 물건 ㅡ"

"아~ 고마워!"

그러다가 그녀의 무리로 보이는 한 명이 사악한 미소와 함께 프리실라에게 보라빛을 띄는 돌을 건내는데.


"히힛!"

그녀는 기대에 부풀어오른 얼굴로 돌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화아악...!

그러자 보라빛 돌은 불기한 기운을 뿜어내며 어둡고 잔혹하게 타오르기 시작하는데.

"허엇?!"

이를 보게된 스텔라는 본능적인 위협에 버둥거리기 시작한다.


"기어이 저지르는구나..."

방금 프리실라가 마력을 흘려보낸 돌은 다름 아닌 정신계열의 마법이 담긴 마석이었다.


오직 평민을 집요하게 괴롭히겠다는 일념하에 준비된 고약한 물건,


설정상 저 돌은 상대방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마석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품고 있는 두려움이 많을 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되는데 ㅡ


"안돼요..! 제발...!!"

"조용히 해!"

이미 정신이 내몰릴 대로 내몰려있는 주인공에겐 그야 말로 쥐약이나 다름 없었다.

"지금이다.."

그리고... 저것을 꺼내 들었다는건 내가 나서야하는 타이밍이라는 거겠지.


"아아... 읏..!"

그녀가 마석과 접촉하기 직전 ㅡ

지잉.... 파직 ㅡ!


쨍그랑!

마법을 날려 마석을 파괴해 버린다.

"꺄앗?! 갑자기 왠 마법이..?!"

프리실라는 갑자기 조각나버린 마법석에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이봐."

"어엇?! ㄱ... 공작가님?!"

그것에 놀랄 틈도 없이 위협서린 목소리에 기겁하고 만다.

"허튼 짓도 거기까지다."

여기서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이게 뭣들하는 거냐."

우선 그녀를 구해주는건 내가 아닌 이리아의 역할이었다.

어제, 정원 사건과 더불어 이번에도 스텔라를 위기에서 꺼내주며 둘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 지는 것이 원래의 스토리였다... 만..

"고.. 공작가님 그.. 그게!"

하지만 이미 나로 인해서 둘의 인연이 이어지지 못한 만큼...

"내가 언제 입을 열라고 했지?"

"...?!!"

그 책임은 내가 짊어져야했다.


"ㅎ.. 하오나.. ㅡ"

탁!

난 도약하듯 빠르게 달려나가, 그들 사이를 끼어든다.

"꺗..!"



동시에 프리실라를 밀어내면서 스텔라를 그들에게서 떨어뜨리는데.

"아.. 아논님?!"

다음으로 다른 점이라고 한 다면 바로 지금이었다.


마석의 꺼림직한 능력이 스텔라에게 닿기 전에 악행을 멈출 수 있었다는 것.


팅..!

게임에서는 이리아가 한 발 늦어버리는 바람에 마석의 영향을 받은 후에 개입해버리고 만다.

그로인해 중재가 이루어졌다 한들 스텔라는 이미 정신적인 타격을 입은 후가 되버리는데.

그냥 단순한 육체적인 처벌도 아닌 마석으로 인한 충격이였기에 후유증을 앎는 묘사가 있을 정도로 그 강도가 심했다.



"괜찮아?"

그러니 이걸 막았다는건 꽤나 큰 매리트가 있는 부분이었다.

"다친 곳은 없지?!"

나는 스텔라를 영애들에게서 뿌리치고 내 쪽으로 당겨온다.

"아.. 아논님이 어떻게..."

그녀는 또 다시 내가 등장 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으로 목소리를 떨었지만

"불길해서 따라와 봤어, 일단 그거보다도.."

그녀의 안전도 안전이겠지만 일단은 우선적인 목표에 집중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아카데미에서 이런 짓은 교칙 위반일 텐데!"

나는 스텔라를 보호하겠다는듯 영애들 앞에서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아.. 아논님...?! 그.. 그...! 좀 가까운.. ㅡ"

그러자 어째서인지 스텔라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얼굴을 붉혀버리는데..

"......"

일단... 분위기를 깨는 주인공의 소곤거림은 무시하기로하고 ㅡ

"으으..."

아무튼 다시 프리실라에게로 초점을 마춰서,

"그.. 그게...."

내가 따지듯 질문을 던지자 프리실라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그윽하게 내민다.

"이건 평민이 ㅡ"

그리곤 오로지 스텔라의 탓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드는데.


"......"

나는 속으로 혀를 차게 될 정도로 프리실라를 비판하게 된다.

정말이지 뼈 속 까지 비양심적이구나.

대체 본례의 아논은 이런 여자가 뭐가 마음에 들었다고 옆에 끼고 다녔던 건지....


"뭣이라?"

쾅 ㅡ!

""히.. 히잇..!""

나는 반쯤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분노에 거친 짓을 해버린다.

""아아악!....""

정신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힘을 조절해서 번개 마법을 캐스팅하였고

"고.. 공작가님...?!"

당분간은 잊지 못할 고통을 몸에 새긴 그들은 겁 먹은 병아리들 마냥 옹기종기 모여 몸을 부릅 떨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말하겠어..."

나는 최대한 위협적인 표정으로 그들에게 경고한다.

"앞으로 스텔라에게... 아니, 그저 평민이란 이유로 무고한 이들을 건드린다면... 가만두지 않을거야."

"내 모든걸 걸고 곱게 보내진 않을 거니까."

"명심해."

마치 사냥감을 주시하는 포식자 처럼 눈매를 날카롭게 세우며 그들에게 경고하자,


""ㄴ.. 네엡..!!""

그들은 몸을 바짝 세우며 나약한 목소리로 대답하였고

""죄송합니다..!""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ㄷ.. 도망가자..!!"


어제와 비슷한 양상으로 금세 복도 끝으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악역 영애들.

"....."

진짜 도망가는거 하나 만큼은 빠르다니까...


"하아..."

그들이 사라진걸 확인하고, 이번엔 스텔라가 겁 먹지 않도록 곧 바로 살기를 가라 앉힌다.

"이 정도면 알아 먹었겠지..."

조금 뒤숭숭한 기분이 들긴했지만... 아마 괜찮겠지.


프리실라 라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 정도면 아마 충분히 명심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 이후에는 딱히 접점도 없고...

물론 게임 속에선 물불 안가리는 이리아가 속시원한 정의실현이 큰 영향이었겠지만은


나에겐 그런 시원스러운 성격은 없어도 공작이라는 신분이 있었기에 아마 괜찮을 것이다.

무엇보다.. 저런 사람들은 인간 적인 대우를 해줘선 안된다.

옛날, 기억 속에 남아있는 험악한 학교  선생께서는 이런 말을 하셨지, 인간과 짐승의 차이는 말로만 해서 듣냐의 차이라고


사람은 사람의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있기에 말만이라도 지시에 따르지만

짐승은 그렇지 않기에 매로 다스려야 한다고


그런 것 처럼 저들의 인간성은 사람 보다는 금수에 가까운 존재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훈육으로서 다스려야지만 비로서 대화가 가능한 이들이었기에 이 정도는 필요한 수단이었다.





"...괜찮아, 스텔라?"

나는 주인공의 몸을 살피며 부상의 여부를 묻는다.

"네..! 아논님 덕분에..!"

다행히 그녀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는지 자신감은 없어도 나름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 그리고.. 가.. 감사합니다...!"



그리곤 이내 내 품에서 벗어나... 정중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다.

"......"

그녀의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붉어져 있었다.


"응..."

아.. 그러고보니.. 되돌아보니까 그녀를 너무 꽉 껴안아 버렸지...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건가?

잘못 하다간 문제 거리가 될 수도 있는 거였는데..

"미안, 너를 감싼다고 그만..."

그래서 일찍이 그녀에게 사죄의 말을 전하지만.

"아.. 아니에요! 어째서 사과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오히려 황송하다는듯 절까지 할 기세로 몸을 낮춰버린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너를 품에다가..."

그녀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걸까 이러면 괜한 말을 한게 아닐까 싶었지만...

"으.. 으읏..."

아.. 괜한 말을 꺼낸게 맞네.

"ㅈ.. ㅈ..ㅈ 제가.. 아논님 품에.... 그.. 그건..아아...."

스텔라는 눈이 빙글빙를 돌며 머리 위로 수증기가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얼굴을 새 빨갛게 물들여 버린다.

"오... ㅇ.. 오..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그.. 그야... 저 같은 것이... 감히 공작님께.. ㅡ"



그리곤 자기 스스로를 천박한 존재 마냥 대하며 깎아 내리는데.

".... 스텔라."

곤란한 기분이 들다가도 정신이 차리게 하는 그녀의 언행에 나는 진중한 분위기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ㄴ.. 네엣..?"

그녀 역시 내 표정을 읽었는지 가벼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떨쳐 내어, 엄숙한 자세로 귀를 기울인다.


"넌 미천한 존재가 아니야."

그리고 그런 그녀를 격려하기 위한 여러 말들을 건낸다.

"네..?"

"오히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마법의 재능을 발현한게 더 대단한거 아니야?"

이건 게임 속에선 그녀의 동료가 된 이리아가 주인공에게 전해주는 말들이었는데.

여러모로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 괴로워하는 스텔라에게 자신감을 복돋아 주는 말들이었다.

"난 너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러니.. 좀 더 자신을 아껴줬으면 좋겠어."


"네..?! 그.. 말씀을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

허나 이런 내 격려에도 그녀는 고개를 떨궈버리며 말의 힘을 잃어버리는데.


"사람들이 평민이라며.. 많이 놀리고.. 또 괴롭힘도 당하고 있어서..."

이건 실제 게임 속에서도 존재하는 대사였다.

특히 자존감이 무척이나 낮은 상태라면 나오는 말.

"괜찮아, 내가 지켜 줄 테니까."

그렇다는건 내 다음 할 말 역시 정해져 있었다.

"ㄴ.. 네엣..?!"

솔직히 이말에 무슨 의미로 전달 될지는 조금 불안하긴하다.


그야 동성끼리 전하는 말과 이성끼리 전하는 말은 확실히 체감이 다를 지도 모르니까.


"너가 나쁜게 아니라 너를 모욕하는 이들이 전부 나쁜 거야."

"세상의 불평등에 수긍하려 들지 말라고,"

"그리고 설령.. 그럴 일이 있더라도 이젠 내 힘이 닿을 수 있는건 무엇이든 해줄테니 ㅡ"

그래도 난 이 이상으로 멋있는 대사를 할 만한 머리가 아니었기에...


"앞으론 내 곁에 있어."

"그리고.. 너가 너스스로를 내몰지 말고 오히려 챙겨 주었으면 좋겠어."

원래였다면 이리아가 했어야 할 말을 그대로 가로 체 버리고 말았다.


"...... 네.. 네에..!"

그래도 효과는 있었는지 스텔라는 기운 찬 눈길로 나를 올곧이 바라본다.


"부족한 몸이지만..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곤 내 오른 손을 상냥히 감싸주며 용기를 다진 모습으로 밝게 웃어 보인다.





◇◇◇



"흐응...."


그렇게 스텔라의 두 번째 시련도 무사히 막을 수 있었던 나는 이리아에게로 돌아갔는데...


"하하.. 이리아?"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흥..."

스텔라와 함께 돌아가니, 어째서인지 이리아가 잔뜩 토라져 있었다.

"오늘따라 왜 그래?"

평소답지 않은 울적한 태도에 나는 그 이유라도 알고 싶었지만..

"으읏.. 몰라! 알아서 생각해!"

진짜로 단단히 삐친건지 식탁에 늘어지듯 착 달라붙곤 고개를 돌려버린다.

"흥... 아논은 진짜.."

거기에다 불만스러움에 잔뜩 부푼 뺨은 덤...


"..바람둥이야....."

그리곤 혼자 무언가를 중얼거리는데, 너무 작게 속삭인 탓에 들리지 않았다.



"아논님..."

그러던와중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왜 그래."

그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스텔라였는데.

"저 때문에 이리아님이 그러시는 걸까요?"

괜히 자기 때문에 이리아가 토라진 걸까 걱정하는 눈초리로 초점을 이곳저곳 흐리기 시작한다.

"아니, 딱히 신경쓰지마."

하지만 나는 최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상냥한 어투로 그녀를 달랬는데.

"그.. 그런가요? 그럼 조금 더.. 가까이 붙어도 괜찮을까요?"

그러더니 갑자기 두 뺨을 홍조로 물들이며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

"응? 뭐.. 딱히 상관은 없는데?"

그래도 딱히 안될 것 없어 보이는 부탁인대다가 너무 간절해 보인 나머지 그녀의 부탁을 승낙하자,


"네, 그럼..."

자신을 몸을 조금이지만 내쪽으로 옮기며 신체적인 거리를 좁혀오는 스텔라.

"네, 이정도면...!"

그러더니 서로의 어깨가 한 뼘 정도의 거리로 가까워지자, 자기 혼자 만족스러워 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곁에 있으라고 말은 했지만.. 조금 특이하게 받아들이네....'

솔직히 그녀에게 조금 미안한 본심이지만.... 이리아 못지 않은 특이한 면이 있는듯 했다.


"... 흥..!"

그런데 그 때...

"이리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이리아는 내게 미운티를 내던 아까와는 달리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ㅡ


"에잇...!"

갑자기 내 한쪽 팔을 감싸 안더니 자신의 몸을 밀착한다.


"흐흥~!"

그리곤 마치 승기를 잡은듯한 당당한 미소를 지어버리는데.

"...."

이게 무슨 짓일까...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에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진다.


"....?!"

허나 나를 더욱 더 이해 할 수 없게 만드는건....

"으으...."

이를 보며 말 없이 굴욕적인 통곡을 내지르는 스텔라의 표정이었다.

".. 읏...."

마치 패배감에 젖어든 울상한 얼굴...


"후후...!"

그리고 이를 본 이리아는 자기가 이겼다는듯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기분이 풀은 것 같았다.



"헤헤~♪ 헷!"

이내 흥겨워하며 내게 더욱 몸을 맡기는데.


"......."


이 둘... 방금 뭘 한거지?

"우우.. 아논님.. 정말로 저... 할 수 있을까요...?"

나로선 이해 할 순 없었지만..

"헤헤~"

방금 둘 사이에서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른건 분명한 것 같았다.






◇◇◇



딸그락.. 딸그락.....

시간이 흘러, 하교 시간.




"이리아? 너무 가까운데.."

"흥.. 어때서?"

그녀의 이상한 행동은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도 계속되었다.

"스읍...."

아까부터 계속해서 내 오른 손을 붙잡고 강아지 마냥 냄새를 맡더니,

"으읏..."

뭐가 그리도 마음에 안드는지 계속해서 자신의 품으로 가져가 버린다.

뭐랄까... 굳이 비유하자면 영역표시를 하는 고양이를 보는듯 한데..

"아까부터 왜 그래? 정말..."

그래서 결국 하다못해 이유라도 들어보려 했지만

"그런게 있어, 둔감한 아논이라면 모를거야."

이상한 답변만을 남기며 괜한 궁금증만 커지게 된다.

"...."

진짜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걸까...

답지 않게 반항적인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어 ㅡ"

하지만 이리아의 이상행동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는데 ㅡ

스윽...

갑자기 내 얼굴을 마주보며 무릎 위에 올라타더니 그대로 나를 끌어안는다.

"윽 ㅡ... 이리아?"

그럼으로서 자신의 몸과 내 몸이 착 달라붙게 하는데.

"이게 무슨..."

무언가 연애 영화에서 볼 법한 야릇한 자세가 되버리고 말았다...

"말해줘.."

그녀의 숨결이 콧 끝에서 느껴질 정도로.. 얼굴이 가까워졌지만...

"아논... 그 여자는 누구야....?"

그런 것 따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으읏..."

그야... 이리아는 갑자기 울먹거리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기세였으니까.

"어제부터 못 쫒아가서 안달이 났더 애... 스텔라 였나?"

처음이었다.

항상 내게 미소를 보이며.. 밝아진 이후의 이리아가 눈물을 흘리는건 ㅡ

나약한 모습만 보였던 어릴적 이후... 이리도 서글퍼 하는건 처음이었다.

"설마... 연인은 아니지.....?"

그녀는 이상하리 만큼 연인이라는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응.. 물론이지."

그녀가 갑자기 흐느끼려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슬퍼보이는 분위기에 진솔한 답변을 전해준다.

"... 정말?"

"사귀거나 그런건 아니지?"

그러자 다시금 같은 질문을 하며 확답을 바라는데.

"그렇다니까? 왜 굳이 거짓말을 하겠어."

"스텔라는 그저 학우야, 새 학기니 만큼 새 우정을 쌓는게 나쁜건 아니잖아?"

그것에 맞춰 나는 믿을 만한 근거를 더해, 이리아를 설득한다.

"... 알았어.. 믿을게..."

그러자 드디어 안심을 해준건지 고개를 푹 떨궈버리는 이리아.

"나 사실..."

그러더니 내 어깨에 턱을 올리며 무언가를 고백한다.


"조금은 무서웠어... 아논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는 건가 싶어서.."

"그래서... 이리아라는 친구가 이제  필요 없어지는건 아닐까..."

그녀의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처량해 보이는 이리아의 얼굴이 떠오른다.


"으읏...."

나를 끌어안는 힘이 강해진다.


"그야.. 실은 나.. 아논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연약하니까..."

그리곤 숨겨왔던 자신의 진실을 말하는데.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에 아까부터 마음 속이 편치 못했어..."

솔직히.. 방금의 말은 조금 놀랐다.

그야 밝아진 이후에는 이런 생각은 전혀 안 할줄 알았는데...

"괜찮아, 넌 계속 내 절친이니까."

실상은 전혀 반대였으니까.


"... 정말?"

"응."

"정말이지?"

"이래놓고 갑자기 날 버리면 안된다...?"

"당연하지, 만약 그랬을 거라면 애초부터 말을 놓게 하지도 않았어."

나는 자신감을 실어 말에 마침표를 찍는다.


"... 그래?"

"헤헷.. 그럼 다행이야..!"

그렇게.. 드디어 마음을 놓인 걸까?

"아논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믿을 수 밖에!"

언제 슬퍼했냐는듯 다시금 활짝 웃으며 눈꼬리에 맺은 눈물을 닦아낸다.

"그나저나 친구 사이에 버린다는 생각을 아직도 해?"

"그야 아논은 공작이고 나는 평민이니까, 솔직히 툭 까놓고 이야기해서 아논이 특이한 거지 공작과 평민이 같이 다니는건 보통은 주종관계라고?"

아, 생각해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야 나는 그런 관계가 익숙치 않다보니 친구 사이에 나는 일반적이고 상대는 이름 끝 마다 ~님을 붙이는건 너무 이질적이어서 별로였다.

그래서 이리아와는 깊게 친해진 이후에 그냥 말을 트게 했는데.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친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아, 하지만 다행이야. 아논의 말을 듣고 안심했어."

아무튼 다시 좋아진 분위기 이렇게 훈훈한 마무리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그나저나 아논..."

이리아는 다시금 불안 섞인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응?"

"난... 너에게 있어 솔직하게 어떤 존재야?"

하지만 뭔가... 느꼈던 진중함에 비해 대게 간단하네?

"당연히 방금 말했듯 '친구'지, 어렸을 적 부터 지내온 소꿉친구."

그래서 이번에도 그녀를 안심시켜 주고자 당당하게 말했지만...


"아아.. 그래?"

"..?"

어째서인지 내 대답에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이리아..

"... 친구..라..."

"알았어, 이제 더 이상은 안 물어볼게."

한층 더 좋아질거라 확신하고 대답한 것과는 달리 실상은 다시 싸해질 뿐 이었다.


"...."

뭐지? 방금 말 실수 했나...?



"어.... 음..."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





2주 후..





"아논님...! 좋은 아침이에요!"

"어, 안녕 스텔라. 그리고 그런 존댓말은 필요 없대도..."


그로부터 2주 정도가 경과했다.

"아니에요..! 설령 아논님이 그걸 원하셔도.. 시간을 좀 더 들이고 싶어요."

스텔라와는 정상적으로 유대를 형성할 수 있었는데.

"그래? 그럼 알았어.."

"후훗, 네엣!"

다행히도 그 날 이후로 프리실라는 스텔라를 터치하지 않았고

내 곁에 머물며 자연스레 다른 이의 괴롭힘에도 해방되었다.

"오늘도 잘 부탁 드려요..!"

그러니 심적인 스트레스도 지금은 어느정도 해소 된듯 했다.



아무래도 공작가의 옆에 있다보니까.

평민이 괴롭힘을 받는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귀족들의 우월주의

자신들은 고귀하니 아랫 것들은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는 이상한 사상이, 놀랍게도 이 세상에선 꽤 많은 이들에게 통하고 있었다.

물론 신분이란 것이 실존하는 세상이다 보니 독특한건 나일 수도 있다.

두 번째로는 압도적인 귀족 비율.

하지만 진정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유는 두 번째에 있었는데.

이 세계관에선 대게 귀족들만 마력을 발현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나라가 건국 시기에 능력이 우수한 자들에게만 직위를 줘서인데.

즉, 신분 = 우월한 유전자 였다.

물론 평민도 안되는건 아니지만 대게 소수였고 하더라도 한계치가 명확했다.

그렇기에 마력 발현자들의 비율은 자연스레 평민 보단 귀족측이 훨씬 높았고

실제 아카데미 내에서도 귀족과 평민의 비율은 8:2 정도로 거의 4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안 그래도 힘 없는 이들이 신분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있으니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실제로 지금은 그런적이 없지만 게임 속에선 늘 혼자였던 이리아도 초반엔 여러 차별을 당했었다.

"으으, 아논..!"

하지만 현재는 이리아는 물론 스텔라까지도 괴롭힘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데, 그건 아마 나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야 귀족 옆에 평민이 따라 다니는건 보통은 그들의 심복으로 여기기에 잘 못 건드렸다간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어, 얌체 같이 대상에서 제외 하고 피해자를 고른다.

그리고 악독하다고 소문난 공작가의 밑이라면 더더욱..

그녀들에겐 잔인하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왜 나한테는 다정하게 인사 안해줘~"

"애초에 넌 아침 부터 쭉 함께 있었잖아.

"우우.. 그래도..!"

아무튼... 지난 2주간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딱히 큰 사건 사고나 스토리 진행의 조짐도 없었서 그저 무난하게 시간이 흘렀는데.

마치 중요한 고비를 이겨낸 후에 찾아온 달콤한 휴식 시간 같았다.


"그나저나.. 우리 조는 어떻게 될까?"

물론... 그저 좋다고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시다싶이, 다음주에 조별 평가가 있을 예정 입니다."

다음 시련에 대한 대비도 착실히 준비하였는데.

"팀은 4인 1조로 팀의 구성은 자유이지만 공고한 대로 기간 내에 구인을 마치치 못한 조는 구직 하지 못한 무작위의 학생이 배치 되었습니다."

이번건은 나에게도 있어, 아마 혹독하고 까다로운 길이 될 것이었다.

"아래가 팀 명단입니다."

동시에 놓쳐서도 안될 중요한 이벤트이기도 했는데.

"아논님..! 저희 조에 오게 될 학생 이름이에요!"

왜냐하면 ㅡ

"어디보자... 루시엘 길리온리스?"

"누가 함부로 내 이름을 부르지?"

스텔라와 이리아 다음으로... 내 파멸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인물이 나타나니까.



"반갑다. 내가 루시엘..."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벌써부터 불쾌해 하는 낯짝을 불쑥 들이민다.

"잘 부탁한다, 천한 것들."


드디어 왔다. 저 개년....









이리아 얀끼 진행도가 한 60 정도이고
스텔라는 20 정도임

기왕 연재로 쓰는거 천천히 얀데레화가 되가는걸 묘해 볼려고 이리아는 아마 4~5편 내로 포텐 터트릴 거 같음



그리고 아무도 물어보진 않았지만 ai로 주인공 뽑아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