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있어 전부인 그가, 고작 그의 일부라는 생각에 그녀는 상실했다.

어쩌면 그녀는 그의 마음에 수록되지 못하고 부록이 되어버렸을까.


있어도 없어도 그저 그런 존재라는 상실. 



아니, 



어쩌면 상실보다 절망에 가까운 느낌.



"우리가 뭐 그리 특별한 사이라고."



그녀는 그의 말에 부정했다.


서로 쌍방으로 좋아하고, 서로 사랑 할 줄로만 알았던 관계가, 뻔한 친구 사이로 끝날 거 같았다.


그녀의 모든 걸 바쳐도 그의 일부가 될 수 밖에 없는 부족함이라는 공허함.


그녀의 부담스런 섣부른 고백 판단으로.

이번 만남의 끝으로.


이성 관계가 아닌, 정말 친구 관계로 남는 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이번 만남 끝으로 그녀의 이름을 세상 다정하게 불러 주던 유일한 사람이 없어진다는 거.


사소한 것에도 의미 부여하던 그의 말과 행동들이, 결국 의미 없어진다는 거.


이제 그를 만나기 이전의 그녀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한순간 그가 없는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


그와 함께 해왔던 추억들이 이젠 다 부질 없어진다는 게 무서웠던 그녀는 말을 붙였다.



"..우리가 특별한 사이가 아니면 뭔데? 뭐야? 매일 같이 데이트도 하고 밤마다 연락도 하는데. 이게 뭐가 특별한 사이가 아닌건데?"


"그냥.. 많이 부담스러워서.. 그래서 그냥 특별한. ..특별했던 사이로 남자. 우린."


"..왜 변했어..? 그냥 단순히 마음이 변한거야? 아니면, 내 어떤 부분이 싫어서 변한거야? 아님 딴 년이라도 생겼어?"



변하지마. 이렇게 멋대로 바뀌지마.




버리지마. 




떠나지마.




계속 나만 봐줘.




나한테만 웃어줘.




솔직히 많이 바란 것도 아니잖아.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나한텐 해줄 수 있잖아.


아니, 내가 해줄게.


내가 매일 아침마다 안아줄게 내가 매일 좋아해줄게.

매일 아침마다 사랑한다고 말해줄게.


그러니 내게 기대줘.

그냥 가만히 내 곁에서 가만히 있어줘.


그는 그녀의 기분을 모르는 듯, 하얀 머그컵을 내려놓았다.


얕은 커피의 향과 함께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그는 왜 그녀를 아쉬워하지 않을까.















 





시간은 밤 12시.


어두워질래야 더 어두워질 수 없는 깊은 밤이었다.


그 깊은 밤 속에 소리가 울러퍼진다.
















-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