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도달했다. 나의 근원! 나의 핵심!"


소년의 눈앞에는 거대한 보라색의 구슬이 공중에 떠있었다.

구슬의 내부는 마치 소용돌이라도 치듯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고, 구슬 밖으로는 구슬의 에너지가 주변 공기를 짙고 무겁게 만들고 있다.


"오호... 이것이 마왕님이 말씀하시던 마왕님의 힘의 정수인가요?"


마녀가 소년의 형태인 마왕에게 물었다.


"크흐흣! 그래. 이것만 있으면 나는 원래의 모습과 힘을 되찾을 수 있어! 이제 이 작은 몸에 변장 하겠답시고 여장까지 하던 나날은 이제 영원토록 안녕이다! 크흐하하!"


마왕은 자신 곁에 있는 마녀에게 고개를 돌려 말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날 도와줘서 고맙다. 내 나중에 큰 상을 내리도록... 뭐하는 것이냐?"


마녀는 마왕의 정수에 천천히 다가가 그 위에 손을 얹었다.


"... 마왕님. 마왕님은 분명 이 에너지는 본인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 너... 섣부른 생각은 하지마라. 그건 너가 감당할 수 없는 힘이다. 괜한 욕심은 그만... 큭...?!"


마왕의 목에 이상한 타투가 자라나면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에 맞물려 마왕의 정수 쪽에서 사슬이 나와 마왕의 가느다란 목에 큰 족쇄가 채워젔다.


"괜한 욕심이요? 쿠후훗"


"너... 어떻게... 아니 도대체 왜...!"


마왕은 미간을 구기며 소리쳤다.

그의 고함이 고요한 건물 안에서 울려퍼졌다.


"결국에...! 너도 내 힘을 탐하는 것이냐?! 그 끝의 말로들을 전부 봐왔으면서?!"


"딱히 관심은 없어요. 마왕님."


마녀는 마왕의 정수를 마법으로 압축시키고 그에 걸려있는 족쇄를 손에 감기 시작했다.


"제가 원하는 건 이깟 힘의 정수 따위가 아니라구요. 오히려 없어줬으면 하는 걸요."


"뭐...!"


마녀는 한숨을 푹 쉬고는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수를 되찾게 된다면 당신은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게 될 거에요. 더불어 지금까지의 여행으로 왕으로써의 책임감이 가득찬 당신은 아마 모든 백성들을 위해 헌신할 거구요. 지금까지 당신을 독점하면서 살았는데 지금에서 다시 돌려놓으라니...

게다가 당신은 점점 빛을 잃어가겠죠.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저번에 옛날이였으면 무시했을 백성을 감싸다가 죽을 뻔 하셨던거 기억하시죠?

그런 당신을 보며 생각했어요. 당신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하고."


"난 너 따위의 보호따위 이제는 필요하지 않아! 이만 이 족쇄를 풀어! 그렇다면 이번 일은 눈 감아줄테니!"


"그건 제 힘으로 생성한 족쇄가 아니에요. 마왕님의 정수의 에너지로 만들어진거죠. 마왕님은 모르셨겠지만,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몰래 몸에 술식을 심어두었답니다.

그 족쇄는 마왕님이 정수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스스로 만드신거라구요."


"크...! 이런 식으로 날 이용할 셈이냐?! 아무리 머리를 써도 저 힘을 다루는 건 불가능 하..."


"하아... 왜 자꾸 마왕님은 다른 하찮은 것들과 같은 취급을 하시는 지 이해가 안되네요. 전 이 힘에 관심 없답니다. 제가 오로지 관심있는건..."


마녀는 마왕의 족쇄를 당겨 얼굴을 가까이 했다.


"당신이에요. 마왕님. 이 족쇄의 능력에 대해 모르시죠? 이 족쇄는 당신 스스로의 소유권을 제게 넘기는 거랍니다? 당신의 모든 권리. 인권부터 생리적인 것까지 전부!"


"너... 너...!"


마녀는 새파래진 마왕의 얼굴을 보며 홍조를 띈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하핫...! 그 표정 좋아요. 저는 이 무한한 힘의 정수가 어찌되든 마족의 백성들이 어찌되든 그건 상관하지 않아요. 당신만 내 곁에 있으면 돼. 그리고..."


마녀는 조용히 마왕의 뺨을 쓰다듬으며 족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제 평생 함께겠네요. 후훗! 천넌 만년... 이 우주가 끝나 모든게 다 불타는 이후에도 우린 함께에요."